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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WTO농업 개도국 포기 결정을 강력히 규탄한다
정부의 WTO농업 개도국 포기 결정을 강력히 규탄한다
  • 藝鄕진도신문
  • 승인 2019.11.11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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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만종 소포리 농민

정부는 10월 25일 우리나라 경제 위상 및 대내외 여건 등을 고려하여 세계무역기구(WTO)개발도상국 지위를 포기한다고 선언했다. 농업계의 처지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이번 결정에 250만 농업인을 분노와 울분을 금할 수 없다.

농업단체들은 개도국 지위포기시 관세 및 보조금 혜택 축소로 인해 대한민국 농산물의 생산 기반 자체가 붕괴될 위험이 있으므로 절대 불가하다는 입장을 지속해서 주장해왔다. 그런데도 정부는 국익차원의 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만 반복하며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는데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하였다.

더 큰 문제는 지난 2월 미국측의 현재개도국 지위결정 방식에 대한 문제제기를 시작으로 개도국 지위 개혁을 지시하였음에도 그동안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즉 짧게는 3개월 길게는 8개월의 시간이 있었음에도 정부는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농업계와 그 어떤 소통도 하지 않았으며 피해대책 마련에도 소홀했다. 그러다 개도국 지위포기 선언에 임박해 무리하게 산업통상자원부 및 기획재정부 간담회를 추진하였다. 이런 요식행위에도 농업계는 국익을 위해 희생을 감수하고 대화에 나섰으나, 정부는 개도국 지위를 포기해도 당장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입장만 되풀이하여 농업계의 원성을 샀다. 문대통령은 대선후보시절 농업을 직접 챙기겠다던 대통령이었기에 배신감이 더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250만 명의 농업인을 울리지 않는 정부가 되기를 바란다.

농업인은 이념이 다른 적대적 야당이 아니다. 생명산업의 선구자이자 약자이다. 우리 농민은 농촌지도자회을 포함한 농업 단체가 수차례 성명과 기자 회견을 통해 개도국 지위 포기 시 관세 및 보조금 혜택 축소로 인해 대한민국 농산물의 생산 기반 자체가 붕괴될 위험이 있으므로 절대 불가하다는 입장을 주장해 왔음에도 정부는 국익 차원의 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만 반복하며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는 데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했다.

1995년 출범한 WTO는 개도국을 국제 자유무역질서 내로 편입시키기 위해 개도국에 대한 특별우대 조치를 시행해 왔다. 한국은 농산물 무역적자 악화, 농가소득 저하, 농업기반시설 낙후 등을 이유로 농업 분야에서 개도국 지위를 택했다. WTO 협정 내 개도국 우대규정 조항은 약 150개다. 특히 농업에서는 선진국이냐 개도국이냐에 따라 의무 차이가 크다. 선진국은 개도국 대비 관세율과 농업보조금을 대폭 낮춰야 한다. 다시 말해 한국이 개도국 지위를 놓을 경우 높은 관세를 매겨 자국 농산물 시장을 보호하거나 보조금을 통해 국내 농산물 가격을 유지할 수 없다. 김경미 농림축산식품부 농업통상과장은 “개도국 특별대우를 받으면 선진국 대비 모든 의무(관세감축, 농업보조금 등)를 3분의 2만 이행해도 된다”고 설명했다.

개도국으로 남은 덕분에 우대받은 대표 농작물이 ‘쌀’이다. 공급 과잉에도 농민 반발, 식량 안보 등 이유로 수입 쌀엔 높은 관세를 매기고, 쌀 농가엔 보조금을 주는 상황이다.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 결과 ‘예외 없는 관세화’ 원칙을 채택했지만 한국은 1995~2014년 쌀 관세화를 유예했다. 2015년부터 매년 40만9000t의 쌀을 의무 수입하는 대신 높은 관세율(513%) 적용해 왔다. 100원어치 수입 쌀에 관세를 붙여 국내에선 613원에 판다는 얘기다. 쌀 수출국 입장에선 강력한 ‘무역장벽’으로 작용한다.

2008년 도하개발어젠다(DDA) 농업협상 의장이 내놓은 수정안에 따르면 한국이 선진국이 될 경우 쌀을 ‘민감품목’으로 보호하더라도 현재 513%인 관세율을 393%로 낮춰야 한다. 대부분 쌀 직불금으로 쓰는 1조4900억원 규모 농업보조금 총액(AMS)도 선진국으로 바뀔 경우 8195억원으로 한도가 ‘반 토막’난다. 쌀을 제외한 필수 작물도 타격이 크다. 예를 들어 수입산 마늘은 360%, 인삼(홍삼)은 754.3%, 양파는 135%, 대추는 611.5%의 관세를 물린다. 선진국 의무를 이행할 경우 마늘 276%, 인삼 578%, 양파 104%(각각 민감품목 기준)로 관세 장벽을 낮춰야 한다.

진도군 농민들은 태풍 피해와 소비 감축, 지자체의 오염원 시설 허가 등에 설상가상 개도국 포기의사까지 들려와 불안이 최고조에 있다.

진도군도 농업의 어려운 여건을 감안하여 준비를 잘해서 농민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는 대책들을 세워주길 바란다.

(주만종 소포리 농민. 한국농촌지도자회 진도군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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