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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고 김정호칼럼 진도의 관광산업
학고 김정호칼럼 진도의 관광산업
  • 藝鄕진도신문
  • 승인 2019.11.25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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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호(향토문화연구소장. 전라남도 문화재위원)

세상이 너무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적응력이 부족하고 옛것만이 좋은 듯 생각하는 사람들은 점점 시대에 적응하기 힘들다. 태어나자라던 어린시절은 농사가 천하의 근본산업이 되었다. 광복 후 70년대에 한국은 산업사회에 접어들었고 21세기에 접어들면서는 정보화사회가 되면서 첨단통신수단을 통한 정보흡수기능이 떨어져 점차 사회의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이제 죽음을 앞두고 있어서 5차산업사회에 접어들고 있다고 하지만 4차산업시대의 위기에도 갈피잡기 힘든 판인데 어떻게 5차산업 판속에 끼어들 생각을 하겠는가.

그래서 근래에는 세상일에 대해 아픈 체를 않고 사는 것이 늙은이의 도리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그래서 될 수 있으면 자신이 경험했던 일중에 뒷사람들에게 도움되는 일이 있을까 고개를 갸웃거려 본다.

진도문화원 생활을 끝내면서 발기해 만든 것이 관광진흥협의회였다. 한국의 관광법은 외국인을 상대로하는 사업으로 규정한 것이 60여 년 전이지만 아직도 이 법을 고치지 않고 있다. 오늘날 관광산업은 외국인들을 불러들이는 것보다 국내이동 관광객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사정이 이처럼 크게 바뀌었는데도 국내 관광관련 법규들은 호텔이나 한국관광공사를 뒷받침하는데 머물러있고 국내관광업계나 관련단체는 관광협회라는 이름마저 쓰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같은 잘못을 고치도록 여러 차례 글을 쓰고 국회에 청원서를 내보기도 했지만 바뀌지않고 있다.

세계 여러 곳을 여행하면서 4차산업사회나 5차산업사회가 될수록 전문기능을 가지고 사회발전을 견인하는 인력은 점점 정예화해 소수만 참여하고 남는 인력들이 살아가는 형태는 관광과 운동과 게임뿐이다. 그러므로 문명이 발전할수록 관광산업은 비례해 성장할 수 밖에 없다. 이런 세상에서 직접 제5차산업에 참여하지 못하는 잉여인력은 관광산업, 건강산업, 체육선수나 게임산업 복지분야 종사로 생활해야 한다.

진도는 국토의 변두리에 속해 가장 불의한 조건에 놓인다.

근래 여행안내광고를 보면 서울에서 제주 3박4일 여행에 13만9천으로 회원을 모집하고 있다. 태국여행 5박6일에 49만9천을 받는다. 서울서 진도 오는 교통비만 왕복 10만원 안팎이고 숙박비, 식사대를 합하면 이 비용도 10만원이다. 비행기타고 제주 가서 3박4일 지내고 서울로 돌아가는데 14만원이면 되는 세상에 20만원 주고 하룻밤 잠잘 진도관광객을 바라는 것은 부모자식간의 관계라 하더라도 염치없고 어려운 일이다. 새로 지은 호텔이나 팬션들이 공짜 잠을 재워준다 치더라도 진도음식 중 내세울만한 것이 없고 눈 구경거리와 즐길만한 프로그램이 없는데도 찾아주는 관광객들이 고마울 뿐이다.

진도처럼 접근성이 나쁘고 교통비가 많이 드는 일본 나가사끼 일대의 섬들을 두 번이나 들러보았다. 이곳 60여개의 유인도중서 가장 진도와 비슷한 면적과 인구를 가지고 있는 섬은 후꾸시마(福島)이다.

이 섬의 중심은 겨우 인구 3만여 명으로 시 행정을 하고 있고 주변에 4개 마찌(町)를 거느리고 있어서 진도군보다는 인구가 많은 편이다. 이곳 중심부인 후꾸시마시의 관광협회회원은 3백여 명으로 식당, 택시업자 등 여행관련업자는 물론 의사, 농장주들도 가입해 이곳 산업을 주도하는 사람들이 운영한다. 이 협회 상임직원은 12명이며 향토자료관이라 할 박물관은 관광역사자료관이라는 이름으로 협회가 운영한다. 여객선터미널에는 협회 토산품판매점이 있고 이곳에는 항시 협회소속 관광안내원이 대기하고 있다. 이 협회는 후꾸시마에서 열리는 축제나 낚시대회, 마라톤대회 등 외지 관광객이 찾아올만한 모든 행사를 주관한다. 축제는 협회가 그 규모나 경비를 결정하며 축제로 이득을 볼 수 있는 회원들의 기부금으로 진행하되 부족한 액수는 시에서 지원한다. 1년에 두 번 쯤 협회는 도쿄 등 일본 큰 도시와 학교를 순회하는 관광유치단을 파견하고 수학여행을 유치하는 전담직원이 도쿄에 파견되어 있다.

이런 모델을 보고 진도에도 같은 형식의 관광진흥협회를 발기하고 법인등록에 성공했으나 초창기 행정지원 약속이 지켜지지 않아 고향을 떠나왔다. 다행히 진흥협회가 잘 유지되고 있지만 아무쪼록 관광진흥협의회 관계자들이 이런 선진지 견학을 군 실무자들과 같이 갖고 우선 각종 축제부터 협회가 주관하는 전통을 세워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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