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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관칼럼. 이름대로 바르게 행하자
박영관칼럼. 이름대로 바르게 행하자
  • 藝鄕진도신문
  • 승인 2024.06.03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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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움’의 열매를 위하여 -

 

                                                                                                                                            박영관

지금부터 2500여 년 전인 중국의 춘추전국시대, 제나라 군주인 제경공(齊景公, ?∼BC490)은 공자(孔子, BC551∼BC479)에게 정치에 대해 물었다. 『논어(論語)』「제12편 안연(顔淵, BC514∼BC483) 11장」의 내용이다.

“제경공문정어공자(齊景公問政於孔子 : 제경공이 정치에 관해서 공자에게 물었다) 공자대왈(孔子對曰 : 공자께서 대답하였다), 군군신신부부자자(君君臣臣父父子子 :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답고 아버지는 아버지답고 자식은 자식다운 것)입니다.”

『논어(論語)』 「자로(子路), BC543∼BC480」편을 보면 “자로왈(子路曰 : 자로가 말하기를) 위군대자이위정(衛君待子而爲政 : 위나라 임금이 선생님을 모시고 정치를 할 것인데) 자장해선(子將奚先 : 선생님은 무엇을 우선으로 하시렵니까?) 자왈필야정명호(子曰必也正名乎 : 공자가 말하기를, 꼭 명분을 바로 세워야 할 것이다)”라고 열변을 토했다.

이러한 공자의 정치사상을 정명사상(正名思想)이라 한다. 즉 신분과 윤리에 따른 명분과 직책을 바로 세워 지켜가야 한다는 뜻이다. 공자는 윤리와 도의가 땅에 떨어진 현실을 개탄하며, 정명사상을 부르짖었다. 정명이란 이름대로 바르게 한다는 것이다. 비단 정치뿐만 아니라 이 세상에는 이름이 아까운 직분이나 삶들이 얼마나 많으랴.

사람만이 아니라 세상의 모든 현상과 사물, 법령도 각각의 이름에 맞는 역할이 있다. 역할이 이름대로 이루어질 때 그 이름은 정체성을 갖게 되며 그 신뢰도로 세상은 밝아진다.

이름은 행위와 일치해야 정의가 바로 서 신용사회가 정착된다. 명실상부란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정명(正名)은 정의(正義)다.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답고, 아버지는 아버지답고, 아들은 아들답게 하는 것, 그렇게 하도록 인도하는 것이 정치라 했다. 리더는 사람을 보는 안목을 가지고 적재(適材 : 어떤 일에 적당한 재능), 적시(適時 : 알맞은 때), 적소(適所 : 적당한 지위)에 배치하는 이른바 삼적(三適)의 도(道)를 실행하는 것이 정치의 요체라고 하였다. 신뢰 함양을 위해 전문성을 갖춘 인사들에게 시스템을 맡기는 것, 즉 적재적소(適材適所) 인사원칙이 정치 지도자의 최고 덕목이라는 논어의 글귀를 새겨본다.

대한민국은 대한민국다워야 한다. 이름대로 자유롭고 정의로운 민주공화국이어야 한다. 국회는 국회다워야 한다. 사법부는 사법부다워야 한다. 해태(獬廌)의 의미를 되살려 파사현정(破邪顯正)을 엄정(嚴正)하게 구현하는 보루가 사법부로 굳건히 자리 잡아야 국민이 어깨를 편다. 대통령은 올바른 국정철학을 바탕으로 국가의 미래를 바라보며 법대로 통치해야 대한민국이 바로 선다. 더구나 국민은 국민다워야 한다. 억지로 떼쓰는 폭력집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모든 정치구조나 사회단체가 이름대로 지향해야 국민의 행복 지수는 높아지고 대한민국은 명실공히 동방의 해 뜨는 나라로 우뚝 선다.

조선 영·정조 때 학자 유만주(兪晩柱, 1755∼1788)는 스물 네 권의 일기장 『흠영(欽英)』을 남겼다. 『흠영(欽英)』은 ‘꽃과 같이 아름다운 사람의 정신을 흠모한다’는 뜻이며 자신의 호(號)이기도 하다. 만 스무 살부터 쓰기 시작하여 서른네 살 임종할 때까지의 일기이다.

『흠영(欽英)』에는 ‘인인아아(人人我我)’라는 말이 자주 나온다. ‘너는 너답게 나는 나답게’라는 뜻이다. 공자가 ‘군군신신부부자자(君君臣臣父父子子)’라고 한 말과 유사하다.

송(宋)의 학자 범조우(范祖禹, 1041∼1098)는 어질지 않은 사람은 사람이 아니요, 다스려지지 않는 나라는 나라가 아니라며, “인이불인 인재 인재(人而不仁 人哉 人哉 : 사람이 어질지 않다면 사람이랴? 사람이랴?)”라는 말을 남겼다. 벼슬아치가 벼슬아치답고, 법관이 법관답고, 국회의원이 국회의원다운, 붕당(朋黨)의 이익보다 국민의 이익, 국가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공복(公僕)은 어디에서 찾을까?

“신뢰 기반이 없는 나라는 사회적 비용의 급격한 증가로 선진국 문턱에서 좌절하고 말 것이다”라고 미국의 미래 정치학자 후쿠야마 (Yoshihiro Francis Fukuyama, 1952∼)는 말했다. 자기의 잘못을 우겨가는 사회에서는 믿음이 사라진다. 신뢰가 사라지면 사회 갈등 증가, 기업의 투자 감소, 정부 정책의 불신으로 국가는 점차 쇠퇴하다 무너진다. 국가 발전은 신뢰가 최우선이다.

‘자식이었던 나는 자식다웠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니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외할머니와 어머니는 오로지 필자만을 위해 고귀한 삶을 운명으로 생각하며, ‘외할머니답게, 어머니답게’ 숭고하게 헌신했다. 자식이었고 지금은 아버지인데 아비다운가? 마음이 무겁다. 일을 맡으면 성심을 다하고 물러나면 성찰하려 노력한다. 늘그막에 분수를 지키는 바른 어른들과 동행하면 아름다운 길이 보일 것이다. 늘 ‘∼다움’의 삶인가를 돌아보며 인생의 방향을 잡자. 곁가지는 치고 다듬어 주변을 밝혀보자. 한 걸음 한 걸음 ‘∼다움’의 삶을 가꿔가며 즐기는 여유로움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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