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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관 칼럼. 한계선(限界線)
박영관 칼럼. 한계선(限界線)
  • 藝鄕진도신문
  • 승인 2024.07.08 16:4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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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線)은 약속이다 -

                                                           박영관

고등학교 때 국어 선생님께서 수업 시간에 한 말을 명심한다. “사람은 항상 언행에 정해진 선(線)을 지켜가야 한다”는 말이다. 그때는 뜻도 모르고 선생님의 말씀이라 존중하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이후 삶의 행로에서 선택의 순간은 그 의미를 되새기며 신중하게 행동했다.

사람은 잉태한 순간부터 선이 작용한다. 어머니의 뱃속에서의 열 달은 탯줄이라는 선에 의해 귀한 삶이 시작된다. 어머니 품에서 벗어나면, 지켜가야 할 많은 선이 뒤따른다. 가정이나 학교에서는 지식과 지혜, 윤리와 도덕을 배운다. 사람이 지켜야 할 선은 사회질서를 유지하고 지켜가게 하는 명분(名分)이다.

선에는 눈에 보이는 명확한 선과 보이지 않는 선이 있다. 눈에 보이는 대표적인 선은 사람이나 자동차가 다니는 도로와 기찻길 등이다. 또 자동차 도로 표면에는 약속된 여러 선이 있다. 이러한 선을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 큰 사고로 이어진다.

이 밖에도 집과 집 사이에 쌓인 담장, 국경선 등 많은 선이 있다. 부부, 형제, 이웃, 남녀 간에도 지켜져야 할 윤리의 선이 있다. 또 보이지 않는 선에는 넓은 바다 위의 뱃길과 하늘을 날아다니는 비행기 항로도 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지켜야 할 각종 법(法)이나 규정, 규칙 등은 명문화된 약속의 선이다.

사회질서를 위해 꼭 필요한 이 선이 무너지면 혼란과 공포, 죽음이 뒤따른다. 사법기관에서 단속하거나 수사를 하는 것은 이런 선이 지켜지도록 경계하고, 단속하는 것이다. 자유를 마음껏 누리며 산다고 행복한 것만은 아니다. 동물들의 삶은 언제나 약육강식의 살벌한 일상이 벌어진다. 인간은 항상 더 많은 자유를 누리기를 바란다. 독재가 심한 곳일수록 많은 선에 묶여 있어 벗어나려고 투쟁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일상의 일부를 구속하는 선은 나쁘다고 평할 수 없다. 인간에게 지켜야 할 선이 없다면 약육강식의 생존경쟁으로 처참한 일들이 벌어질 수 있다. 그러므로 인간에게는 지켜야 할 적정한 선이 필요하다. 귀찮아 보이는 제약이, 뚜렷한 명분의 선으로 바로 나와 우리 모두의 생명과 삶을 약속해 주는 행복 선이다.

지난 7월 4일 기상청이 발표한 ‘2024년 6월 기후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평균기온은 22.7도로 평년보다 1.3도 높았다. 이는 지난 1973년 기상 관측 이래 역대 1위 기록이다.

서울(30.1도), 대전(30.0도), 이천(30.2도), 청주(30.4도)는 기상 관측 이래 최초로 6월 평균 최고기온이 30도를 넘었다. 전국 평균 폭염일수 역시 2.8일(평년 0.7일)로 역대 가장 많았다. 이는 1907년 서울 지점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후 117년 만의 가장 이른 열대야 관측일이다. WMO(World Meteorological Organization : 세계기상기구)는 앞으로 지구 평균 기온이 1.5도 이상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인류가 환경보호의 선(線)을 넘어 재앙을 자초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자신과 다른 사람 사이에 일정한 물리적 거리를 두려고 한다. 심리학에서는 이처럼 개인이 심리적으로 자신의 공간이라고 인식하는 자기 주위의 영역을 가리켜 개체 공간(personal space)이라고 한다. 사적인 공간, 혹은 바디존(body zone)이라고도 부른다. 개체 공간의 범위는 친밀한 사이일수록 줄어들기 때문에 상대방과 공유하는 개체 공간의 크기에 따라 상대방과의 친밀도를 알 수 있다.

개체 공간 이론을 정립한 미국의 문화인류학자 에드워드 홀(Edward T. Hall, 1914∼2009)은 그의 저서 『숨겨진 차원(The Hidden Dimension)』(1966)에서 개체 공간을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하였다.

먼저, 친밀한 거리(intimate distance zone)는 자신으로부터 45cm 이내의 거리이다. 가족이나 부부처럼 친밀한 유대 관계가 형성된 경우다.

두 번째, 개인적 거리(personal distance zone)는 45cm에서 1.2m까지의 거리를 가리킨다. 가족이나 친한 친구와의 사이에서 일상적인 대화를 나눌 때 무난하게 사용되는 거리이다.

세 번째, 사회적 거리(social distance zone)는 1.2m에서 3.6m까지의 거리를 가리킨다. 사무적이고 공식적인 대화가 이루어지는 범위다.

마지막으로 공적인 거리(public distance zone)는 3.6m에서 9m까지의 거리로 연설이나 강의 등이다. 저마다 관계의 안전거리를 가늠해 보자.

“강하게 행동하되 무례하지는 마라. 친절하되 약해 보이지는 마라. 대담하게 행동하되 다른 사람을 힘들게 하지는 마라. 겸손하되 소심해지지는 마라. 자신감을 가지되 교만하지는 마라”라는 말은 미국의 명연설가, 작가이며 세일즈맨인 지그 지글러(Hilary Hinton Zig Ziglar, 1926∼2012)의 말이다. 그는 세계적인 연설가 중 한 명으로 꼽히며, 자기 계발과 동기 부여 분야의 전문가이다. 역지사지하고 겸손하되 당당해야 한다.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중요한 것은 인간관계이다. 인간관계에서 필요한 부분이 선을 지키는 것이다. 내가 상대방의 영역을 존중하는 것은 기본이고, 상대가 나의 영역을 넘었을 때 온화하지만 단호한 거절로 나의 선을 지켜가야 한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이 선을 넘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균형된 자존감을 지켜가는 명분은 언제나 한계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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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충근 2024-07-08 20:11:31
박영관 박사님 좋은말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