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9 17:58 (금)
예향칼럼 국곡투식(國穀偸食)
예향칼럼 국곡투식(國穀偸食)
  • 藝鄕진도신문
  • 승인 2019.12.28 13: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판소리를 하기 전에 창자(唱者)가 목을 풀기위해 비교적 짧은 노래한가락을 하는데 이를 단가라고 한다. 대표적인 단가 중 ‘사철가’ 가사를 보면 ‘이산 저산 꽃이 피니 분명코 봄이로구나’ 로 시작하여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노래한다. 그래서 사철가 또는 사절가라고도 한다.

노래 후반부에서는 "국곡투식하는 놈과 부모 불효 하는 놈과 형제화목 못하는 놈, 차례로 잡아다가 저 세상으로 먼저 보내버리고, 나머지 벗님네들 서로 모여 앉아서 '한잔을 더 먹소, 덜 먹게' 하여가면서 거드렁거리고 놀아보세"로 마무리한다. 인생무상을 노래하면서도 충·효·형제애가 핵심이다.

다정한 친구와 술한잔 나누면서 서로를 위로하고 상대를 생각하는 정이 듬뿍 담겨있지만 ‘국곡투식’이 노래가사에 등장한다. 국곡투식(國穀偸食)은 국가의 곡식을 훔쳐 먹는다는 말이다. 현대엔 국가재정, 즉 정부예산을 탐하는 것인데, 서리(胥吏)들이 장부를 조작하고 조세를 과다징수하는 등 갖은 수단을 다 동원하여 백성의 고혈을 빨고 국고를 축내어 사리사욕을 채우는 간악한 행위이다.

판소리는 조선후기에 성행한다. 이 시기는 삼정의 문란으로 홍경래의 난, 동학란 등 수많은 민란이 발생한다. 민초들의 고단한 삶이 관리들의 탐학으로 고향을 등지고 생사로 이어지는 등 뼈속까지 한이 서리는 질곡의 시대였다. 놀이판에서 소리꾼이 유행가 한가락을 뽑아 청중들을 불러 모을라 치면 민초들의 한을 달래야 했으리라 짐작된다. 그 당시에 가장 즐겨 불렀던 노래, 세월이 흘러 지금이야 옛 선조들이 불렀던 노래를 ‘민요’라고 하지만 그때는 그 시대의 최고 유행가 가사에 관리를 질타하는 가사가 등장할 정도였으면......,

지난 10일 국민권익위원회에서 발표한 2019 청렴도 발표자료에 따르면 전남도는 지난해보다 2단계 오른 2등급 평가를 받았고, 전남 22개 기초자치단체에서 광양시와 영광군이 최우수 등급인 1등급을 받은 반면, 장흥군과 진도군은 최하위 5등급의 불명예를 기록했다.

종합청렴도 평가에서 내·외부 청렴도 점수를 평균한 후 부패사건 발생과 신뢰도 저해행위를 감점으로 집계한 결과이다.

세상은 변하였어도 관의 부정부패 근절은 아직도 요원할까? 청빈한 목민관이 되겠다고 선거때마다 표를 구하는 선출직 공무원이나 철밥통이라고 해서 모두가 선망하는 공시족에서 높은 경쟁률을 뚫고 공무원이 된 선량한 목민관님들, 물론 그중 지극히 일부 공무원들이겠지만.

조선의 대표적 청백리 황희 정승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국곡투식 없는 맑고 투명한 지방시대를 위해 군민들이 발벗고 나서야 할 판이다.

다산 정약용은 목민심서 율기편(律己編) 절용(節用)에서 선위목자필자(善爲牧者必慈) 욕자자필렴(欲慈者必廉) 욕렴자필약(欲廉者必約) 절용자(節用者) 목지수무야(牧之首務也)라 했다. 이는 수령노릇을 잘 하려는 사람은 반드시 자애로와야 하며, 자애롭고자 하는 사람은 반드시 청렴해야 하며, 청렴하고자 하는 사람은 반드시 절약해야 하거니와, 절약해서 쓰는 것이 수령된 사람의 첫째가는 의무이다 라고 강조했다. 공직자가 새겨야할 목민관은 청렴을 위해 노력해야 하고 사적 탐욕을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오늘은 사철가를 한 대목 들었으니 이제 내일은 태평성대를 기대하며 민초들이 산업현장에서 흥겹게 춤을 추고 노래하는 격양가(擊壤歌)인 농부가를 불러보세!

♪♪ 어여루 상사뒤야 ......

남훈전 달 밝은데 순 임금의 놀음이요

학창의 푸른 대솔은 산신님의 놀음이요

오뉴월이 당도하면 우리농부 시절이라

패랭이 꼭지에 가화를 꼿고서 마구잡이 춤이나 추어 보세 ♬ ♪

< 2019.12.18.. 鄕校下 晴嵐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