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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봉 박행보 화백 서화展
금봉 박행보 화백 서화展
  • 藝鄕진도신문
  • 승인 2020.01.21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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江山을 훔쳐보고 詩를 건지다’

 

“모든 그림은, 특히 동양의 산수는 늘 詩를 지향한다.”

금봉미술관(한상운 관장)에서는 2020 경자년(庚子年) 신년 기획으로 한국화의 거봉 금봉 박행보 화백의 시집출간 기념 ‘강산을 훔쳐보고 시를 건지다’라는 주제로 시의 내적인 멋과 품격을 그림과 서예로 승화해낸 묵향 가득한 전시를 마련하였다.

늘 "예술이란 군더더기 털고 함축해 가는 과정"이라는 지론에 따라 시(詩)의 골격과 운율에 치중하며 삶을 더욱 고아하게 지키면서 후학들에게 영원한 표상으로 다가서고 있는 분이다.

서예·문인화가들 헌정 전시도 함께 열린다. 금봉은 “문인화를 하면서 문자(詩)에 이르지 못하는 것이 부끄럽고 평생의 과제였다. 부족하지만 이렇게 시를 접하니 감사하다”고 말했다.

평생 대나무와 매화, 난을 치던 문인화가 금봉 박행보(85) 화백이 팔순을 넘겨 첫 시집을 들고 대중 앞에 섰다. 그가 한시와 한글 시로 단장한 ‘江山을 훔쳐보고 詩를 건지다’를 상재하고 기념전시회를 통해 시와 함께 작품도 선보인다. 금봉 첫 시집은 그림에 시를 붙이거나 시에 그림을 붙이는 격으로 ‘詩·書·畵’의 화합을 내보인다.

문인화 특성상 공간 구성을 위해 화제(書題)를 쓰는 것이 관례였다. 늘 유명 시구나 문구를 차용했다. 주변에서 시·서·화에 능통한 이들에게나 부여하는 ‘시서화 삼절(詩書畵 三絶 )’이란 수식어를 받았다.

팔순에 접어들 무렵, 본격적인 시 공부에 나섰다. 평생의 과제였거니와 다다르지 못했던 열망에 대한 도전이었다. 지치는 줄도 모르고 얼마나 파고 들었던지 목에 디스크가 두 번이나 찾아들었다고 한다. 한자 운을 맞추는 일이랄지 시적 언어로 변용하는 문제는 보통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다섯 해를 내달렸더니 한 권의 시집이 탄생했다. 지금도 하루를 시로 시작하고 시로 내일을 다짐한다.

평소에도 간결함을 추구하던 그의 그림이 더욱 간결해지며 낮설지 않은 추상의 세계로 접어드는 양상이다.

금봉은 “말이라 하는 것도 여러 소리가 필요 없듯이 군더더기를 털어버리고 함축하는 것이 그림”이라며 “앞으로 추상의 세계를 추구해볼 예정”이라고 말한다.

대나무 필묵에서 독보적인 존재를 자랑하는 금봉은 특히 ‘선’을 중시하는 작가다. 선의 강약과 끊어질 듯 이어지는 리듬은 작품 전체를 압도하며 금봉만의 색깔을 구현한다. 대나무의 선을 그리고 여백으로 눈을 표현하는 그의 기법은 아직까지도 최고의 화법으로 독자적인 세계를 이루고 있다.

작가들이 그의 시를 한 수씩 받아 그림과 서예작품으로 선보인다. 강종원, 전명옥·한상운 등 27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지난 3일 시작한 전시는 오는 19일까지 광주 금봉미술관 1층 제1전시실에서 선보인다.

금봉은 남종화의 본고장 진도(군내면 신동리) 태생으로 의재 허백련선생과 집안 사촌간이다. 일제강점기 유년시절에 서당을 다니던 시절부터 사군자의 먹의 농담에 반해 일찍부터 붓을 가까이 했다. 청장년시절 본격적인 그림 공부를 하며 전업화가의 길로 들어선 금봉은 국전 문인화 특선을 비롯해 문화공부부장관상·국무총리상·추천작가상 등 상을 휩쓸었고 대한민국미술인상, 옥관문화훈장을 서훈받기도 했다.

이번 금봉 박행보 화백의 한시(漢詩)와 한글시 출간 기념 서화展은 섬광처럼 비친 생생한 자연과 일상의 인상을 감수성이 강한 시인화백의 흉중(胸中)에 담은 후, 본질을 파악해서 그 뜻을 시를 통해 잔잔히...그러나 강하게 노래하고 있다는 평이다.

강산을 훔쳐보고 시를 건지다 展의 참여작가는 강종원, 김국상, 김영삼, 박익정, 박종석, 박태후, 배선옥, 양시우, 이상태, 조창현, 한상운 등 27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이에 앞서 작년 가을 서귀포시 소암기념관은 개관11주년기념 특별전으로 20세기 서화거장 다섯번째 시리즈 ‘금봉 박행보: 강산을 훔쳐보고 시를 건지다’전을 진행했다. 20세기를 대표하였던 소암 현중화와 교유했던 서예가와 한국화가를 선별해 마련한 특별전이었다.

금봉은 소암 현중화와 1970 ~ 80년대 교유하였다. 소암이 국전 추천·초대작가와 심사위원으로 활동할 시기에 금봉 역시 활발하게 국전에 작품을 내고 수상을 하였다.

시를 통해 세상사의 경이로움과 깨달음을 노래하고, 그림과 서예로 승화시킨 예술적 향기를 느껴보며 묵향의 정취를 감상할 수 있는 전시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남인 박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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