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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송가인 노래를 읽다.
다시 송가인 노래를 읽다.
  • 藝鄕진도신문
  • 승인 2020.01.22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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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다. 푸름은 맑다. 깊다. 모든 갈망이 투명하게 가라앉는다. 나는 흥얼거리며 노래에 블렉홀처럼 빠져들어간다. 대한민국 국민들이 모처럼 기꺼이 가슴을 열고 이 천진한 섬처녀의 목소리에 젖어든다. 그녀가 있어 이 겨울이 춥지 않다. 국회의사당이 일년 내내 아수라장이 되어도 마침내 봄은 오고 이산 저산 꽃은 피어나리니 삼천리가 온통 ‘가인이어라.’로 소리를 문양으로 수 놓으리라.

이제 가슴을 치는 일이 더 이상 오지 마라. 옛이야기가 사슬이 아니라 꽃줄기가 되어라.

나는 당당(堂堂)하게 씻김의 손녀다. 하늘 소리를 모두 다 담은 지난 세월 원과 한이 기쁠 환(桓. 歡)으로 고를 풀고 씻어내는 그 일이야말로 하늘이 준 천업이었다고 어머니는 받아들였다.

“그 음율에 스며든 많은 눈물”은 사실 물결과 바람이었다. 풍과 류는 눈물을 먹이로 삼는다. 먹이는 어미다. 내 살이 되고 정신의 실체가 된다. 남쪽 바다 소리의 신전에는 비전(祕典)이 내려온다.

 

나는 전율한다. 누군가 한 시인이 ‘서로를 찌르지 않고’ 그대로 ‘그의 감춰진 울음이 몸에 스며든다는 것’이라는, 아니 한 걸음 더 나아가 누군가를 업어주고‘ 누군가를 꽉 맥힌 그 무엇을 열어주고 열아홉으로, 서른서른 다가서는 그 발걸음에 대동강 얼음장이 녹아나고 부벽루 버들가지가 춤을 추리라.

진도는 한민족의 영원한 소도(蘇塗)다. 노래와 문화의 해방구다. ‘저 달이 떴다 지도록’ 원 없이 지상에 달을 그리며 강강술래와 진도아리랑을 부르던 진도의 애기처녀들의 가슴은 천만번 바다를 건너 세상의 품속으로 안기고 싶어했다. 송가인도 그런 소녀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녀를 따르는 또 다른 소녀들이 은한수처럼 5만 여명을 넘어섰다. 진도군민의 숫자보다 더 많다.

앵무리 가인의 집 앞은 말 그대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무엇이 5천만 국민들을 희노애락의 물결로 흐르게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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