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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인의 立春담론 - 시민개방 공유시대의 관사 정치학
박남인의 立春담론 - 시민개방 공유시대의 관사 정치학
  • 藝鄕진도신문
  • 승인 2020.02.14 12: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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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제주도는 되고 진도는 안되는가?-

입춘이 왔다. 올 해 우리에게 봄은 어떻게 다가오는가. ‘송학천년수 자손만대영’ 입춘방을 적어 붙이기도 한다.

대한민국이 그렇듯 진도는 아직 춘래불사춘의 시절인 듯하다. 연례적이 되다시피한 겨울대파가격의 하락과 4년 연속 전국 최고를 자랑하던 물김생산량도 반토막났다. 오라는 눈은 내리지 않고 잔뜩 흐릿한 하늘 아래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귀가를 서두른다. 그러나 다행히 진도군의 젂그적이고 선제적인 예방대책인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아직도 울돌목 진도대교를 건너오지 않고 있다.

그러나 올 4월 신비의바닷길 축제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군수의 군민과의 대화도 무기 연기되었다.

이런 가운데 진도군은 감사원 지적에 따라 수십억 또는 100억이 넘는 배상금을 물어내야 할 상황으로 내몰려 있다.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송가인 생가만 북적거린다.

군수 앞에만 서면 한없이 작아지는 사람들. 각자의 분야에서 국고지원을 받기 위한 각종 시책발굴에 혼신을 다하고 있지만 보조금 지급에 구멍이 뚫려 안타까움을 준다. 지시가 성행하면 침묵의 카르텔에 갇혀 행정의 무소불위에 ‘아닙니다’는 사라지고 만다. 군수관사도 ‘시민개방’이라는 화두 앞에 권력과시라는 소위 관사의 정치학이 군민들의 담론이 된 것은 지금도 여전히 진행중이다.

지난 해 해양쓰레기 투기와 석탄재 감행, 급수선 여객선 전용 문제는 그 정점에 있었다. 직원과 군수간의 손발이 안맞는 경우는 빈번하다. 연초부터 이 군수는 천원버스를 중요한 공약 시책으로 밝혔다. 하지만 담당 직원은 “아무 것도 진행된 것이 없다”라고만 되뇌일 뿐이었다. 다른 지자체는 이미 도서민을 위한 천원 여객선비까지 도입하고 있다. 천원버스와 여객선비 지원은 지역의 경제 순환을 크게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되는 시책이다. 수십년 동안 감속되고 있는 지역인구. 젊은이들은 도시로 떠나고 각종 마트에는 외국인노동자의 카트가 줄을 서는 풍경이 전혀 낯설지 않게 되었다. 유동인구를 활성화하는데 앞장을 서야 할 군수, 부군수는 관사에서, 군청 간부들은 도시 아파트 주거지로 떠나고 나면 진도상가는 촬영이 끝난 영화세트장처럼 황량해진다. 그러나 다짐했던 공약은 신년사에 장밋빛 청사진만 그려놓고 방치하고 있는 가운데 그 과정도 타당성 조사내용도 쉬쉬하며 감추기에 급급해 한다. 이게 오늘날 진도군 행정의 민낯이다.

나도 합리적이며 헌신적인 이동진 군수를 사랑한다. 그러나 세익스피어가 부르투스의 입을 빌려서 남긴 명언. “시저를 사랑하지만 그러나 나는 로마를 더 사랑한다.”고 했던 것처럼 나 역시 진도를 더 사랑하기 때문에 진정한 여민동락을 이루기 위해서는 권위적인 관사에서 하루 빨리 나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무엇이 두려운가? 진도 역사상 처음으로 3선에 오른 현직 군수가 아닌가? 거의 제왕적인 지위다. 1년의 두 번 정기인사권은 포청천의 작두칼이나 다름없다. 완도는 지금 세계 최초로 국제해조류박람회를 두 번 째 추진하고 있다. 완도산 해조류 수출이 순풍을 맞아 호조를 이루고 있다. 그러는 동안 진도군은 효자품목이던 물김이 반토막나고 꽃게 또한 어획고가 많이 줄었다. 거주이동권이 제한되고 있어도 대책이 없다. 책상물림 기획안만 쌓인다.

국제수묵비엔날래도 형식적 전시만으로는 ‘그들만의 잔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전통과 혁신은 문화예술과 정치에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 고정관념과 사사로움에서 탈피했을 때 놀라운 성과를 이룬다는데서도 일치한다. 금봉 선생은 팔순을 넘어서도 시를 배워 또 다른 경지를 내보인 훌륭한 시화집을 내기도 했다.

지방자치단체는 무엇으로 사는가

이제 임기 2년 4개월이 남았을 뿐이다. 대선에 나올 것도 아니고 전남도지사도 나이라는 걸림돌이 가로막는다. 때가 되면 미리 마련한 전가(田家)로 돌아가 자서전을 쓰고 이제라도 북과 장구를 배우고 육자배기 한 대목을 익히며 송가인을 떠올린다면 얼마나 좋을 것인가. 여귀산의 국립남도국악원도 매주 금요일마다 찾아 우리소리를 즐기고 도연명의 시를 읊는다면 더 많은 지인들이 절로 찾아올 것이다. 물론 외국도 다니고 골프를 한다고 해서 누가 뭐라 하지도 않을 것이다. 지역언론에 기고도 하고 진정으로 계급장을 떼고 격의없이 주민들과 미래진도.

지난 10년간 꾸준히 변한 것은 지역인구감소 수치다. 노인인구 증가율이다. 진도군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7년 동안 총 5천80명이 진도로 귀농·귀촌했다. 2012년 451명에서 2013년 662명, 2014년 650명, 2015년 618명, 2016년 635명, 2017년에 701명, 2018년 579명으로 매년 수백명씩 귀농·귀촌 인구가 유입었다. 하지만 인구는 줄었다. 교부금 확보도 안간힘을 쓰지만 제자리 뛰기를 한다.

천사대교가 서해안고속도로와 연결되는 동안 조도대교, 가사대교 건설은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한다. 간난고초를 겪었지만 3선고지에 오르면서 집권 여당소속의 기초자치단체장이 되었다. 올 4월 총선에서는 누가 당선되어도 집권당에 가입할 가능성이 높다. 전남도지사도 여당이다. 매년 섬의날도 확장되어 시행될 것이다. 진도군은 2020년 어촌 뉴딜 300 공모사업에 조도면 가사항, 임회면 귀성항, 고군면 회동지구 3개소가 선정됐다.

이번 공모사업 대상지로 최종 선정된 3개소에는 내년부터 3년간 국비 174억 원, 지방비 75억 원 등 총 249억 원이 투입될 예정으로 낙후된 어촌과 어항의 환경을 개선하고 정주 여건과 해양관광 기반시설을 정비해 나갈 계획이다. 그러나 신청지역 10여 곳 중에서 30%를 밑돌았다. 이제 환경을 이야기 않고는 바다의 융성은 공염불이나 다름없다. 이런 여러 여건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지혜를 짜고 모아야 한다. 미노스궁전같은 관사에서 비밀 어전회의로 결정할 일이 아니다.

지역언론의 쓴소리를 적극 경청하겠다고 약속했지만 현실은 5공시절을 닮은 용비어천가를 요구할 뿐이다. 성인이 되려면 귀가 커야 한다고 했다. 누구보다도 뛰어난 재능과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이동진 진도군수. 대명솔비치를 비롯 정주여건이 확 달라진 진도군. 이 군수의 적극적인 투자유치의 성과물로 인식된다. 이제 옥주의 구슬을 제대로 꿰어야 할 때이다. 먼 훗날의 평가는 무엇으로 어떻게 기록될 것인가. 제왕적 치적은 사막의 바벨탑처럼 모래바람에 묻힐 가능성이 높다. 진도군민의 마음 깊이 ‘더불어 행복한 삶’을 추구해왔던 초지일관 정성이 새겨지는 그런 명관 군수로 오래 남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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