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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들, 애써 키운 대파 갈아엎었다!
농민들, 애써 키운 대파 갈아엎었다!
  • 藝鄕진도신문
  • 승인 2020.03.01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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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파 가격이 폭락하면서 농민들의 시름이 커지고 있다. 진도를 비롯한 산지에서는 밭에 있는 대파를 갈아엎는 사태까지 빚어지고 있다. 가격이 너무 떨어져 수확, 출하하는 경우 손해가 커지기 때문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대파 소매가격은 1㎏당 2195원으로 평년의 3526원에 비해 37.8% 하락했다. 지난해 2761원에 비해서는 20.5% 떨어진 상황이다. 특히 최근 들어 하락폭이 크다. 1개월전의 2820원에서 22.2%나 떨어진 것이다.

산지의 밭떼기 거래가격도 봄을 앞두고 급락하고 있다. 산지 밭떼기 가격은 3.3㎡당 3000~4000원선으로 예년(1만원선)의 3분의 1수준으로 떨어졌다. 농민들은 5t 트럭 1대 물량을 농산물 시장으로 내보면 300만~400만원 정도는 손해를 입는다고 하소연한다.

3년 전만 해도 대파 1㎏이면 2000원을 받을 수 있었다. 대파값이 좋을 때 밭떼기 거래를 하면 100평에 300만원을 웃돌았다. 지금 시세는 100평에 25~50만원 수준이다.

대파가격이 이렇게 떨어진 이유는 생산은 크게 늘어났는데 소비는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수확하는 겨울 대파의 재배면적이 3713㏊로 전년에 비해 7.2% 증가한 상황에서 올 겨울 날씨가 따뜻하고 비가 자주 내리는 등 좋은 대파의 생육조건이 좋아지면서 생산량이 크게 늘어났다. 반대로 대파 소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산지 농민 중 절반 이상이 생산원가도 건지지 못한 상태에서 헐값에 서둘러 팔고 있으며, 나머지는 밭에 방치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지자체·농협 등이 나서서 실시한 시장격리 차원에서 밭 갈아엎기가 시작되었지만, 현장 농민들의 충격은 컸다. 지자체와 농협 등은 올해 359㏊의 대파 1만3000t을 시장에서 격리하기로 했다. 전체 생산량의 10%를 폐기하겠다는 얘기다.

마냥 값이 오르기만 기다릴 수도 없다. 대파는 4월께 꽃이 피면 상품성이 떨어져 팔 수 없다. 날이 풀리는 봄철까지 기다렸다가 대파밭을 갈아엎으면 땅에 묻힌 대파 잔해물에 벌레가 꼬여 파종할 수 없어 다음 해 농사를 망친다.

이상기온에 대파값 폭락 "날씨가 웬수"

올해 전남 겨울 대파 재배면적은 신안 1535㏊, 진도 1137㏊, 영광 332㏊, 해남 189㏊ 등으로 신안이 가장 넓다. 진도가 전국 대파생산량의 37%, 신안이 30%를 차지할 정도로 전남은 겨울 대파 주산지였지만, 한파 없는 이상기온 때문에 다른 지역까지 대파 공급량이 늘었다.

대파는 땅이 얼어붙은 상태에서 수확하면 뿌리가 찢어져 상품성이 없어 겨울에도 따뜻하고 모래땅인 진도나 신안에서만 겨울 대파를 내놨다. 하지만 지난해와 올해는 한파가 없어 전남지역보다 서울까지 운송비가 덜 드는 경기도나 강원도 등에서도 대파 공급량이 늘었다.

전남 겨울 대파 폐기 역대 최대

전남도는 61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총 1만3000t의 겨울 대파를 폐기한다.

전국농민회 등 농민단체들은 당국의 임기응변식 정책이 이번 사태를 불렀다고 비판한다. 대파 생산면적을 정확하게 조사해 생산량 조절 등 대책을 세워야 하지만, 이를 방치하고 있다가 일이 터지자 시장격리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농민들이 대파를 갈아엎던 날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 당·청 주요인사, 농업인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농림축산식품부의 2020년 업무계획 보고에서는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한 대책이 나왔다.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은 ‘농산물 가격 급등락 최소화 대책’을 내놨다. 지금까지 농산물의 생산면적·생산량 등을 조사할 때 지금은 전화로 물어보는 데 그치고 있지만, 앞으로는 실측(실제 현장 조사)를 통해 관측의 정확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또 생산자 조직을 통한 사전적 자율수급조절에도 나서겠다고 덧붙였다.(박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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