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9 11:32 (금)
칼럼 귀거래사(歸去來辭)
칼럼 귀거래사(歸去來辭)
  • 藝鄕진도신문
  • 승인 2020.03.02 18: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처남이 내년에 은퇴를 하고 고향 진도로 내려와 조그만 집을 짓고 제2의 삶을 준비하겠다고 한다. 그가 태어나고 유년기를 보낸 밀양 박씨 집성촌에 조그만 집터, 전원주택 건축 설계와 건축비 일부를 마련하였다고 즐거워하며 평생의 꿈 실현에 한껏 고무되어 있다.

나 또한 반갑기 그지없다. 주변에 그 많던 친인척들은 모두 도시로 떠나고 집안 어른들은 한분 두분 돌아가시니 주변이 휑한데다 성장한 자녀들마저 도시로 떠난 지 오래다.

처남의 귀향의지로 문득 내 주변에 귀거래를 실천한 사람이 몇이나 있나 둘러보니, 가난한 삶을 탈피하고자 10대 때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경제활동에 나섰던 친구가 90이 넘은 노모를 부양하겠다고 작년에 귀향하였다.

관직에 몸담고 있다가 나이가 들어 퇴직하거나 또는 사업을 접고 여생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대부분 꾸는 꿈은 대동소이하다. 고향에 돌아가 유유자적 텃밭 농사지으면서 친척, 친구, 지인들과 즐거운 삶, 6,70년대 마을공동체의 인간미가 넘치던 과거 이상향이 그리워 그런 시절로 되돌아 가고픈 그야말로 꾸는 꿈이다. 전원생활에 대한 다분히 도가적이면서 수구초심(首丘初心)이요 이상적 귀거래이다.

중국 송나라 시인 도연명은 관직을 그만두고 귀향길에 나서며 읊은 시가 귀거래사(歸去來辭)이다. ‘자 돌아가자, 고향 전원이 황폐해지려 하는데 어찌 돌아가지 않겠는가’로 시작한다.

고산 윤선도는 당쟁의 와중에 노론 송시열에게 밀려 서울생활을 청산하고 해남 녹우당으로 귀거래를 한다. 그는 고향에 돌아와 귀거래사가 아닌 국문학상 유명한 한글 가사 어부사시사(漁父四時詞)를 남긴다.

‘취하여 누웠다가 여울아래 내려가려다/ 배 매어라 배 매어라/ 떨어진 꽃잎이 흘러오니 선경이 가깝도다/ 찌거덩찌거덩/ 인간의 붉은 티끌 얼마나 가렸느냐’(<어부사시사> 봄노래)

현대사회 귀거래 사례를 보면, 고 노무현 대통령은 퇴임 후 고향 김해로 귀거래를 실천한 역대 최초의 대통령이었다. 봉하 마을은 전국 최고 명품 고향마을이 되었고 고향에서 살기 좋은 농촌을 위한 생태복원에 힘쓰셨다. 문재인 대통령도 고향은 아니지만 경남 양산으로 퇴임하면 귀거래하신다고 최근 거듭 밝혔다.

미국의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은 귀거래를 하여 가난한 이들을 위해 ‘국제 해비타트(Habitat)* 운동’에 전념하고 있다. 그는 재선에 실패하자마자 고향인 조지아주로 낙향하여 선대의 땅콩농장을 일구면서 자서전 집필과 평화봉사에 나서서 많은 국제 분쟁지역 해결사로서 노구를 이끌고 왕성한 활동을 전개했다.

인권 활동가로서 지미 카터가 했던 활동 중에는 한반도 평화와 관련된 일이 있어 더욱 더 관심이 가는 대통령이다. 1994년 북한의 핵 문제로 한반도의 평화가 위협받고 있을 때, 그는 민간인 신분으로 방북해 김일성을 만나 대화를 통해 문제를 평화롭게 해결했다. 이처럼 지미 카터는 평생에 걸쳐 세계 주요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했고, 그 공로를 인정받아 2002년에는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최근에는 고향으로 유턴하는 퇴임자의 귀거래나 평범한 소시민의 귀거래는 귀촌, 귀향이라고 한다. 귀촌, 귀향도 반갑고 중요하지만 고향이 아니어도 귀농, 귀어를 위해 진도를 삶의 정착지로 결정하고 찾아오는 이방인에 대한 정착을 도와주는 진도군 정책과 홍보, 주민들의 따뜻한 배려와 관심, 공동체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는 지역 주민의 열린 마음 자세가 필요하다.

며칠전 진도군 귀농귀촌에 대한 반가운 뉴스가 전해졌다.

진도군이 2010년 귀농인 정착 지원 조례를 제정한 후 귀농인등을 위한 농지, 주택구매 세제 지원, 농기계 구매지원 등 원스톱 서비스 등을 꾸준히 제공하고, 초보 귀농인에게 영농기술과 지역정보를 제공하고, 멘토 역할을 수행하는 농촌지도자 회원과 멘티인 귀농 귀촌 연합회원들 간의 상호 정보교류와 애로사항을 해결해 주는 등 실제 영농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진도군과 영농단체의 노력 결과 2012년 451명에서 2013년 662명, 2014년 650명, 2015년 618명, 2016년 635명, 2017년에 701명, 2018년 579명으로 매년 수백명씩 귀농·귀촌 인구가 유입되었다는 것과, 여기에 군내면 나리 일원에 도시민 귀농단지(100세대)와 재외교포 이주단지(200세대) 조성사업도 추진한다고 한다. 경남 남해가 독일인 마을을 조성하여 귀국자 유인책이 성공하였고 이를 계기로 관광남해로 성장하는 기폭제가 되었다.

대단히 반가운 소식이다. 인구감소가 모든 농어촌의 화두인데 인구 증가책 일환으로 귀농 귀촌 정책이 지역 현안인 인구 증대에 어느 정도 성공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이제는 도연명식의 귀거래사가 아닌 귀농, 귀어, 진도출신 청년이든 타향출신의 청년이든 젊은이들이 되돌아오는 귀향의 귀거래를 위해 힘써야 한다. 그래야 진도의 미래가 있다.

농암(壟岩) 이현보(李賢輔)는 시조(時調) 효빈가(效顰歌)에서“귀거래(歸去來) 귀거래(歸去來) 말ᄲᅮᆫ이오 가리업싀 전원(田園)이 장무(將蕪) ᄒᆞ니 아니가고 엇델고 초당(草堂)에 청풍명월(淸風明月)이 나명들명 기ᄃᆞ리ᄂᆞ니“ 라고 읊었다. 이를 풀어보면 “돌아가련다 돌아가련다 해도 말 뿐이고 정말로 돌아가는 이는 없구나 전원이 점점 거칠어 가는데 아니가고 어찌할꼬 더구나 초당의 맑은 바람과 밝은 달이 나며들며 나를 기다리고 있는데“ 이다.

조선 중종때 형조참판을 지냈던 그가 조선시대에도 귀거래는 말뿐이라고 한탄했다. 처남의 귀거래는 말뿐이 아니길 기대한다. <2020.1.17. 鄕校下 晴嵐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