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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고 김정호 칼럼. 울금 산업특화 노력
학고 김정호 칼럼. 울금 산업특화 노력
  • 藝鄕진도신문
  • 승인 2019.04.13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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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고 칼럼>

울금의 산업특화 노력

김정호(전 전남농업박물관장)

<진도문황>에 울금에 대해 쓴 것이 2004년이므로 이미 15년 전이다. 그해 처음으로 MBC와 KBS에 소개되면서 주목을 받았지만 그때만 해도 임회면 출신 박경준씨와 그의 동생 박왕완이 재배에 열을 올리고 있었으나 판로를 개척하지 못해 애를 먹었다.

그동안 울금에 대한 국내인식도 확산되었고 진도농민들이 애쓴 보람으로 이제 신성장산업의 하나로 ‘울금산업특구’ 지정까지 받았다하므로 한결 든든하다.

노파심으로 다시 울금에 대한 글을 쓰기로 결심한 것은 67년 나는 ‘진도 구기자의 약효’라는 소책자를 내면서 구기자는 진도특산이라고 자랑한바 있으나 오늘날 구기자시장은 진도산보다 오히려 청양구기자가 대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청양구기자가 국내 시장을 장악할 만큼 성공을 거둔 것은 청양군청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청도군청은 농촌지도소로 하여금 구기자 신품종 개발, 재배기술 개선, 가공식품 개발 등 사업을 꾸준히 전개해 진도산보다 단위 면적의 생산량을 높이고 유통체계를 지원해 꾸준히 그 생산량을 늘려 왔을 뿐 아니라 구기자 관련 특허만 10가지 이상 확보해 명실상부 국내제일의 명품을 만들어 냈다. 이미 견주의 기후풍토나 재배경험으로 국내 제일을 자랑했던 진도구기자는 아름아름으로 파는 특산품일 뿐 옛날 명성을 잃고 있다.

그뿐 아니다. 톳이나 뜸부기, 모자반 등은 완도가 진도에 명함을 내밀지 못했고 김도 최상품은 진도 서부해안에서 나왔고 다시마도 최상품이 진도에서 나왔다. 그런데 오늘날 이런 해조류뿐 아니라 전복까지도 완도가 주산지로 인식되는 세상이 되고 말았다.

이런 가정을 직접 경험해온 나로서는 울금마저 다른 고장에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을까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그런 징조가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울금은 조선조 초기까지도 한반도에서 재배되던 식품이다. 1482년에 간행된 <신증동국여지승람>의 토산항목을 보면 당시 진도에서는 나지 않았고 전북 전주, 순창 및 전남의 곡성, 광양, 동복, 화순의 일곱 고을에서 나온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보다 앞서 <세종실록지리지>에는 전남의 순천, 낙안, 구례에서도 울금이 나온다고 기록하고 있으므로 전라도 남부 여러 고을에서 재배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기온이 낮아지면서 겨울철 종자관리가 부실했던지 성종대왕 이후에는 울금을 일본에 병합되기 전의 유구(오끼나와)에서 수입해 종묘제사때 강신주로 쓰인 제사술의 재료를 쓴 기록이 나온다.

울금에 대한 기록은 세종실록지리지나 신증동국여지승람의 기록 외에도 고려후기 학자 이곡(1298~1357)의 문집이나 조선 초기 사람 서거정(1420~1488)의 문집에도 나온다.

그러므로 비록 오늘날의 진도울금이 일본 오끼나와의 욱근(旭根)뿌리를 가져와 재배면적을 늘린 향신료식품의 일종이지만 이미 5백여 년 전에 한반도에서 재배되던 식품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이 식품은 세계적인 향신료로 열대지방인 인도와 아랍지방의 필수향신료이고 이 향신료가 영국에 건너가 영국의 특품요리점 커피식당의 주된 식품재료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옛 기록이나 한방의약서에 강황, 옥활, 심향, 울금이 각각 다른 약재로 쓰여 있듯이 울금을 그 종류가 수백 종에 달하고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생강과에 속하는 이 향신료식품들은 다 같이 관절통치약으로 쓰이는 기능성품질을 가지고 있고 항암성 성분을 지니고 있어서 세계 어디나라 학자들이 울금의 추출물로 항암연구와 장수연구, 화장품 연구 등에 몰두하고 있다. 이미 이에 대한 논문만도 수백편이 나와 있으므로 울금홍보 때 이런 자료들을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진도군에 당부하고 싶은 것은 당장의 유통과 재배에만 신경쓰지 말고 농촌기술센터에 재배기술개선, 품질개량, 가공품연구 등 연구 과제를 별도로 주어 명품화화 하라는 것이다. 특히 해풍을 맞은 진도산이 육지산과 어떻게 다른가 과학적인 자료를 만들어야 한다. 막연히 해풍맞고 자라 다른류 생산품과 다르다고 홍보해보았자 믿는 사람이 없다. 명품관에서 특산품만 모아 파는 것보다 여러 과학적인 연구결과와 울금 계통 카레종류의 외국 이용실태를 홍보하는 울금과학관 기능도 겸하면 좋을 것이다. 산업특구자랑만 늘어놓다가 청양구기자꼴이 될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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