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9 17:58 (금)
이런 사업은 어떨까?
이런 사업은 어떨까?
  • 藝鄕진도신문
  • 승인 2020.03.17 18: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러다 진도 군민 다 죽는 것 아닐까 창의적인 지자체경영 절실

                                                            전복양식장

                                                              진도홍주

              ​1. 볼거리 먹거리가 정말 좋았던 진도여행

얼마 전 진도여행을 다녀왔다. 진도는 처음이다. 정말 아름다운 섬, 가볼 만 한 곳이 많은 섬이다. 진도는 제주도와 거제도에 이어 우리 나라에서 세번째로 큰 섬이지만, 인구는 서울의 엔간한 동(洞) 정도로 3만3천명 정도. (제주도 1,847 km2 거제도 378km2 진도 363 km2 서울 605 km2)

우리는 관광버스로 단체여행을 했다. 부부동반 총 36명. 서울에서 진도까지 5시간 반.

12시 좀 지나 진도에 도착. 점심은 생선구이정식. 역시 음식은 남도음식이 최고다. 싱싱한

여러 가지 생선구이와 풍성하면서 정갈하고 맛 있는 반찬에 모두가 매료되었다.

“서울 말로 해설을 하니 혀가 잘 안 돌아갑니다. 그냥 여기 말로 혀도 괜찮겠지라?”

도팍이라는 호(?)를 가진 50대 후반 이평기 문화해설사가 구수한 남도 사투리로 진도 곳곳의 역사 관습 전설 사람 전통 가문 남종화 등에 대해서 해설을 함. 가끔은 쫀득쫀득한 음담이 들어간 도팍선생 입담에 모두들 즐거운 남도여행이다. 이동 중 조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그 날 오후. 한국 근현대 최고의 서예가 중 한 사람인 소전 손재형 선생을 기리는 소전(素筌)미술관, 그의 제자 장전(長田) 하남호 선생을 기리는 장전(남진)미술관, 진도아리랑의 유례와 진도아리랑을 들을 수 있는 아리랑체험관, 13세기 고려 원종 때 삼별초가 만든 남도진성(南桃鎭城) 등을 둘러봤다. 그리고 도팍선생 설명에 의하면, 삼대가 덕을 쌓아야만 볼 수 있다는 아시아 최고(?)의 낙조 경치라는 세방낙조도 운 좋게 볼 수 있었다. 밤에는 남도 정취가 물씬 풍기는 기와집식당에서 회정식을 먹었으며, 진도군에서 운영하는 삼별초공원 내 전통한옥 체험관에서 잤다. 모처럼 우리 전통한옥을 느낄 수 있는 멋진 잠자리였다.

둘째 날 이른 아침, 야트막한 산 아래 넓은 잔디밭에 펼쳐진 삼별초공원을 둘러보는 아침산책은 너무나 상쾌하다. 아침 햇빛을 반사하여 주홍빛을 띈 높은 구름이 아침 정취를 더 분위기 있게 만든다. 아침 식사는 진도 읍내로 나가서 듬북국을 먹었다. 모자반이라는 해초로 만든 향토음식이었는데 그렇게 맛 있을 수가 없다. 이 번 진도여행에서 가장 맛 있는 별미음식이다. 모두들 너무 맛 있다고 난리다. 마음씨 좋은 주인 아주머니는 더 달라니 계속 더 준다. 이 집 묵은지도 참 좋았다.

                                                                      운림산방 가을

아침 식사 후, 그 유명한 운림산방(雲林山房)을 둘러봤다. 추사 김정희의 제자로 한국 남종화의 거장인 소치 허련(小痴 許鍊)선생을 기리는 우리 나라 최고의 서예 및 남종화 미술관이다. 그의 손자가 바로 그 유명한 남농 허건선생으로 목포에 있는 남농기념관과 함께 남도예술을 대표하는 곳이 이 운림산방이다. 주위 산세와 연못과 운림산방이 그렇게 잘 어울릴 수가 없다.

다음으로 간 곳은 일 년에 두 번 갈라진다는 ‘신비의 바닷길’ 해안. 진도군에서 만든 유스호스텔 기념공원 및 대형주차장 등이 잘 갖춰져 있다. 바다를 내려다 볼 수 있는 건너 편 언덕 위에는 신비의 바닷길을 체험할 수 있는 대형 체험관이 한창 건설 중이다. 다음 관광지로 가는 중 팽목항 부두가 있었는데 그냥 지나쳤다. 차 안에서 보니 세월호 참사를 기리는 노랑리본이 온 팽목항 부두를 뒤덮고 있다. 버스에서 내려 팽목항을 둘러보자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괜히 이곳에 잘 못 얼쩡거리다가는 큰 봉변 당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서로 통했던 것 같다. 팽목항 부두 앞에 있는 횟집 식당 특산물가게 등 여러 가게들은 문을 닫았다. 아예 사람이 살지 않는 폐가 같은 분위기다.

오전 마지막으로, 소전 손재형 선생이 국한문 혼용으로 비문을 쓴 이충무공의 벽파진 전첩비를 둘러봤다. 우리 나라에서 이렇게 큰 비도 없을 것 같다. 점심으로는 진도대교 부근에서 돌게장백반을 먹었다. 부인들은 돌게장이 너무 맛 있다면서 별도로 사기도 한다. 점심 식사 후. 울돌목과 진도대교와 수 많은 섬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진도타워에 올라갔다.

7층으로 된 최신식건물. 엘리베이터를 내리니 모든 경치가 한 눈에 들어온다. 도팍선생의 명량해전 해설은 현장감이 철철 넘친다. 너무나 사실적이다. 조금 전부터 바로 저 아래 진도대교 좌측 울돌목에서 명량이라는 회오리 물살이 생기면서 수 많은 왜적 군선들이 침몰하고, 그 배에 타고 있던 왜적들은 지리멸렬하여 지금 저 바다 속으로 수장되고 있다는 것이다. 함성이 들리고, 울돌목 바다는 왜적의 시신과 핏물과 수 많은 부유물들이 여기 저기 떠다니고 있는 것 같다.

                                                                     800년된 후박나무 관매도

2. 이러다 진도 군민들 다 죽는 것 아닐까?

1박 2일 동안 진도 거의 대부분의 관광지를 다 가봤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들렀던 진도타워에서 가족여행을 온 네 명의 관광객을 본 것 말고는 어떤 관광객도, 어떤 관광버스도 보지 못 했다. 단체건 개인이건 우리 팀뿐이었다. 어느 관광지에서도, 음식점에서도, 이동 중에도 우리 말고는 관광객을 한 사람도 보지 못 했다. 우리가 하룻밤을 묵은 삼별초공원 내 그 넓은 전통한옥 체험관에도 우리 뿐이었다.

진도 군민 전체 수입에 관광수입이 얼마 정도 차지하는 지는 잘 모르겠지만, 관광수입이 대푹 줄어들면 결국 진도 군민들 생계가 어려워지는 것 아닐까? 정말이지 이러다 진도 군민 다 죽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왜 관광객이 보이지 않는 걸까? 왜 사람들이 진도로 관광을 오지 않는 걸까?

마지막 한 구의 시신을 인양할 때까지 온 나라 온 국민이 세월호 참사를 애도하지 않으면 안 되는 분위기 때문에 그런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좀 심하게 말하면, 세월호 뿐 아니라, 나라 전체가 지금 팽목항 앞 바다에 빠져 있는 분위기다. 노랑리본을 안 달면 애국자가 아닌 나라가 되었다. 세월호 이야기는 이 정도에서 이제 그만하자고 말하면 몰 매 맞는 분위기다.

처음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을 때, 식사를 거른 어느 장관이 팽목항 부두에서 라면 하나 잘 못 먹다 온갖 창피를 다 당하는 그런 나라가 되었다는 것이다. 식당에 주문해서 먹은 것도 아니고, 진수성찬을 먹은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리고 또 어떤 공무원(?)은 팽목항 부두에서 사진 한 장 잘 못 찍다 얼마나 혼줄이 났는가? 이런 물귀신 같은 국민성을 가진 나라가 이 세상 어디 있을까? 동일본 대지진으로 몇 만 명이 죽거나 실종되었는데도, 911사태로 한꺼번에 몰살한 미국인이 3천명 이상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지금 우리 나라 같은 이런 분위기는 없었다.

3. 컨텐츠가 전혀 없는 진도, 관광객에게 감흥을 주지 못 하는 진도

인구 3만명이 조금 넘는 진도에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많은 관광인프라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는 것 같다. 편도 1차선(왕복 2차선)의 도로도 참 깨끗하게 잘 딲여 있다. 진도군 자체적으로는 물론이고 중앙정부와 전남도도 많은 예산을 투입한 것 같다. 예를 들면, 가는 곳마다 체험관이라는 대규모시설이 있다. 아리랑체험관, 신비의 바닷길 체험관, 전통한옥 체험관 등 등 많은 예산이 투입된 멋진 시설들이 여러곳에 있다.

                                                                           관매도 돌담길

​ 그런데 그런 시설에 걸 맞는, 수 많은 관광객이 몰려들 수 있는 감흥을 주는 컨텐츠는 전혀 없었다. 기껏 있다는 것은 그런 체험관에 설치되어 있는 오래 된 구닥다리 비디오영상물이 전부다. 초등학생도 관심이 없을 영상물이다. 디지털기술 측면에서 보면, 그런 영상물은 그야말로 1980년대 유행하던 초급게임의 기술수준 정도도 안 된다. 그리고 컨텐츠가 없다 보니 관리인은 아예 없다. 잠궈놓은 곳도 여럿 있다. 그런 시설을 만들기 위한 예산을 유치한 군수나 국회의원 입장에서는 자기 업적을 자랑하는 데는 좋을지 몰라도 관광객 입장에서는 유치하기 그지 없는 비디오 영상물이 전부다. 이런 빈약한 컨텐츠에 감흥을 받는 관광객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