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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인칼럼 20204 허소치의 운림십경>을 찾아
남인칼럼 20204 허소치의 운림십경>을 찾아
  • 藝鄕진도신문
  • 승인 2020.04.03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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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간춘류(桃間春流)와 귤원추향

소치 허련선생은 49세에 진도로 돌아와 운림산방에 거하면서 운림십경을 지었다. 요즘 같으면 귀촌인이다. 귀촌지원금도 없는 시대에 그는 꿈과 같은 수많은 인연(夢緣錄)들을 미련없이 한양에 남겨놓고 추사선생의 구름같은 은혜를 하운다기봉으로 품고 벽파진에 내렸다. 그리고 곧장 빗기내 쌍계사를 찾았다. 이곳 사천리는 공산무인 몽유도원이었다. 그는 서북방 절고랑 쪽도 봉애골과 수옥계 귀생골짜기도 아닌 옥순봉 아래 조산 바로 뒤에 집을 지었다. 화실 당호를 운림각이라 하였다. 그의 대표작인 운림각도 선면산수화는 이렇게 태어났다. 아침 저녁으로 연운공양으로 86세까지 이곳에 생을 마감하는 동안 그의 발길은 향기롭고 사람들은 물고기처럼 벅수골 지나 사상천을 쫓아 찾아들었다. 시화를 배우고 시회도 가졌다. 운림잡저는 그렇게 태어났다.

내가 아홉 살 때 사상저수지는 흔히 밀가루방죽사업으로 시작되었다. 이곳에서 살던 어렸을 적까지도 수옥계에서 흘러내리는 마을 하천 양 옆에는 산복숭아나무가 줄을 이어 자랐다. 봄이면 붉은 꽃이 너무나 아름답게 피어났다. 수양버들과 물푸레나무 아래 피리떼. 깊은 골짜기에서 떠내려오는 동백꽃잎.

또 지금의 운림산방 금봉미술관 왼쪽 뒤에 마을주민 허 용씨의 어머니 집이 있었다. 마당 뒤에 커다란 유자나무가 있었다. 마을에서 가장 우람한 과실나무였다. 늦가을 이 토종 유자나무 가득히 열려 익은 유자는 유난히 그 알이 굵고 탐실했다. 향과 색이 천하일품이었다.

 

마치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 ‘아를르의 밤’ 별을 저절로 연상되었다. 몇 년 전 운림산방을 새롭게 단장 복원한다면서 운림각도 다리를 만들며 명경담 수양버들나무들을 다 뽑아버렸다.

진도문화해설사인 도팍 이평기씨는 이를 매우 안타깝게 여겼다. 수십년을 자라면서 운림산방 의 풍치를 한껏 높여주었던 나무들이 기억속으로 사라져 갔다. 사상저수지 계류 문행기쪽에도 수양버들이 장관을 이루었었다. 이도 보수공사 하면서 다 뽑아 버렸다. 수십년 수령의 나무들이 아무런 제지없이 운치를 뭉게며 사라져갔다.

그야말로 수묵이 깃든 옛 풍경이 하나씩 지워지고 있는 듯하다. 안타깝다. 그래도 군에서는 제지하거나 복구할 생각이 없는 듯하다. 사업 시행 전에 분명 사진을 찍어놓았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사상천 벅수골에서 사상저수지 아래까지 우선 산복숭아(개복숭아)나무를 심자. 꼭 복원하자. 이 나무가 삼별초공원까지 이어졌으면 한다. 어째서 하천정비를 하면 할수록 더 삭막해지는가. 청정 무릉도원이라는 진도 생태계가 계속 파괴되어 이제는 그 많던 가재와 비틀이가 사라져간다. 징검새비가 멸종위기에 처했다. 돌을 들어올리면 무리를 삼고 살던 포두쟁이도 피리와 각시붕어도 잘 눈에 띄지 않는다. 갈대가 빈 틈을 진격해 점령한다.

운림산방 안에는 소치선생의 별호인 허목단을 상징하는 백모란도 심자. 충남 아산시에 가면 외암리 민속마을이 있다. 예안이씨 집성촌이다. 이곳에서 주조하는 연엽주가 충남도지정 문화재이다. 민속촌 안에 백모란이 자란다.

모든 사업은 최소한의 근거를 알고 복원작업이 이행되어야 한다. 건들수록 더욱 생경한 풍경이 되어서는 안된다. 가능하면 진도향토문화위원회를 활용하라. 제발이지 자문위원이라도 선정해 함께 논의좀 하고 시행하라. 군청 직원들은 언론 문화 기자 편집인들을 기피대상으로 삼지 말라.

진도는 언제나 진도다워야 한다. 현재 진도에서 가장 경륜이 높고 깊은 서예가인 고산 김민재선생은 소전미술관 등 서화작품 전시장에서 무료로 진도를 찾는 유수의 단체 및 문화관광객을 대상으로 해설사 역할을 요청하였다. 해가 바뀌어도 군은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이제 품격있는 조예있는 전문 예술인이 자청하는 분들부터 적극 활용해야 할 때이다. 진도가 지금 새로운 문화부흥기에 접어들었다고 자찬만 할 일이 아니다.

소치선생이 읊은 운림십경을 하나씩 복원해 가자. 입고출신(入古出新)의 정신을 양택풍수에 따라 조경 배치를 하자. 제대로 진품 작품을 구입하라. 공짜심리에 기대이지 말자. 진도읍에 있는 진도현대미술관이라도 한 번 찾아가 구경해보길 바란다. 국립현대미술관 분관 유치를 하려면 그런 정성이 먼저 보여야 한다. 올해는 운림십경 복원의 첫 해가 되길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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