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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는 무엇을 먹고 사는가
가짜뉴스는 무엇을 먹고 사는가
  • 藝鄕진도신문
  • 승인 2020.04.03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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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은 이제 하위개념이 아닌 개성적이며 다양성의 상징이 된다. 인간 또한 마찬가지다. 누구나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로 인식된다.

오늘날 지역 언론인으로, 기록자로서 정명의 길을 가는 것은 무엇일까. ‘간파하는 식견’과 명석한 정신은 그저 아무나 갖출 수 없는 능력이라고 본다. 그러나 꼭 천재나 초인이라야 갖출 능력은 전혀 아니다. 많은 장인들처럼 칼날을 벼루는 수고가 쌓아지면 인(忍)이 곧 덕이 되는 경지를 얻는 것과 같을 것이다.

훌륭한 공인이 되는 것은 유교에서 말하는 군자의 길을 걸으며 삼가고 애써야 하는 것만은 분명하다. ‘중용’에 말하길 “博學之, 審問之, 愼思之, 明辨之, 篤行之.”(박학지, 심문지, 신사지, 명변지, 독행지) “널리 배우고 자세히 묻고 삼가 생각하고 환하게 가려내고 돈독하게 행한다.”고 했다. 공인과 기자는 불가분의 관계를 이룬다. 불가원 불가근이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기자라는 직업은 이제 인터넷 정보홍수 시대를 맞아 그 희소성이 떨어지면서 그 역량도 들쭉날쭉해진다. 가짜뉴스가 실재를 누르고 인간의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한다. 사람들의 지혜로운 판별력이 더욱 요구되는 시대다.

진도군이 요즘 ‘가짜뉴스’논란의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이면의 진실을 파헤치는 심층보도인지 단순한 편파보도인지 군민들까지 어리둥절해 한다. 진도항 개발 배후지 매립토와 관련 진도군이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주목을 끌고 있다. 국민권익위까지 여기에 가담한 격이다.

기자는 본디 두루 다니며 정보를 캐고 사실을 확인하고 진실을 밝히는 일을 하니, 널리 배우는 일은 꽤 자연스럽게 되는 셈이다. 또 심층취재나 밀착취재를 하면서 다양한 사람, 특히 각 분야 내로라하는 전문가, 경험자를 만나서는 줄곧 물으니, 자세히 묻는 일도 저절로 하는 셈이다. 문제는 그 중심이 어디에 있는지가 중요하다. 보도지침이나 선입감으로 취재대상을 접근하게 되면 본질보다 감정에 쏠리기 마련이다. 우리는 ‘조중동’이라는 괴물과 얼마나 많은 사투와 의식혼란을 겪어야 했는가?

최근 목포MBC와 진도군의 공방을 보면 진실과 왜곡이라는 이분법으로 가르기가 쉽지 않다. 기자정신의 전형적인 발현인 것인지 진도군이 주장하는 ‘행정발목잡기’인지는 아직까지 결판이 나지 않는 가운데 공무원들까지 내세워 군민의 목소리라면서 일종의 ‘관제시위’를 한바탕 벌어진 것도 조금 민망해보인다. 사람 많이 모이지 말라고 권장하면서 정작 지자체가 이와 상반된 행사를 강행한 것이기 때문이다.

진도항 개발은 대한민국의 지정학적 당위성이 분명하며 진도의 백년대계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라는데 이견은 없을 듯하다. 문제는 과정이었다. 가짜뉴스는 무엇을 먹고 사는가? 의혹을 부추기는 장막의 행정, 소통없는 폐쇄적인 업무 관행을 먹고 더욱 풍성해지는 것이다.

삼가 생각하고 환하게 가려내는 일은 기자라는 직업뿐 아니라 다른 어떤 직업에서도 절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간파하는 식견과 ‘명석한 정신’이 갖추어지며, 흔히 말하는 독창성이 나오게 된다. 펙트가 분명해지지 않은 이 현실은 행정 담당자들이 정보공개를 꺼리면서 일부 군민들로부터 의구심을 키우면서 오늘의 상황을 자초한 것은 아닐까.

두루 다니고 자세히 물으며 모은 정보가 아무리 많더라도 삼가 생각하고 환하게 가려낼 줄 모르면, 시대의 실록과 기사는 부실해지고 허사가 되기도 한다. 보다 사실성있는 기사를 기대하기 위해서는 관계 공직자들이 비록 곤란함이 있더라도 위만 바라보지 말고 알아야 할 권리에도 관심과 배려가 있을 때 ‘가짜뉴스’의 트라우마로부터 벗어나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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