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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도 특설대는 죽어서 통곡한다
간도 특설대는 죽어서 통곡한다
  • 藝鄕진도신문
  • 승인 2020.07.13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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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20세기를 헤매이다 문득 살아서 죽은 늙은 군인을 만났다.

역사의 외따른 이랑에서

아무 말 없이 혼자 누워 있는

치욕의 한 군인을 본다.

차마 두려운 하늘을 향해 눈을 감은 군인을 본다.

독립운동가들을 무자비하게 때려잡던

일본 대동아제국 충성스런 앞잡이

누런 유니포옴 햇빛에 반짝이는 어깨의 표지

그대는 자랑스런 황국신민의 혈랑이었구나.

사꾸라꽃을 달았던 가슴에선 더러운 피가 주홍글씨를 새겼구나.

박쥐의 이빨 냄새보다 더 짙은 피의 향기여!

눈 부릅떠 그 추한 죽음을 통렬하게 추궁하며

모든 거짓의 그대가 쓰레기로 남긴 말들을 지우고자 한다.

나는 기억하노라 열아홉 스무살

아무르 강가에서 봉오동에서 민족조선을 지키던

백두대간의 자손 인향만리 아들과 그 아름다운 목숨을

내 손에는 호랑이를 잡던 사냥총 방아쇠를 잡고

그렇다

사인여천 홍익인간 삼천리 백의민족

천만년 범치 못할 의로움으로 탄활을 장전했으니

내 조국과 역사 앞에 단 한 번도 비겁하지 않았노라

쓰러질 때마다 금수강산을 더 붉게

진달래 진덜래처럼 수놓던 나의 목숨이여

홍범도처럼 도마 안중근처럼 윤봉길처럼 아리랑처럼

필사즉생 명량의 시퍼런 격랑을 지킨 여해 이충무공처럼

내가 곧 하늘이다 신단수다 무궁화다

제 혈맥을 1만년 흘러온 강물과 산맥을

간도 특설대여 원수가 원수를 탐하였던 백선엽은

죽어서도 그 많은 죄를 어찌 씻을 것인가

이 신성스런 현충원 묘역이 가당치단 말인가

정일권 박정희 백선엽 백인엽 사립대학의 모든 선악과여

나는 기록하노라 폭탄처럼 네 이름을 지우노라

내 아버지도 대전국립현충원 사병묘역에 누워 있다

찔레꽃처럼 가없이 어여쁘던 어머니와 함께.

이 땅은 이 산천 이 하늘은

이제 우리와 우리들의 자식들이

더 뜨거운 가슴과

흔들리지 않는 자주정신으로 지키겠노라

진정한 반성은 저 질퍽한 죽음으로 되지 않는다

제 이름을 오욕스런 훈장의 문양을 파고

태양을 두려워하는 당신들의 묘지에 숨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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