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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휴 김양수화백, 솔개재에 오르다
일휴 김양수화백, 솔개재에 오르다
  • 藝鄕진도신문
  • 승인 2020.07.14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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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현대미술관 초청 전시, 최근작 선보여

불이(不二)의 길 깨닫는 정진의 한 소식들 담아

귀향 시화전-“마음길 끝에서 풍경을 보다” 선보여

                                                                  김양수호잭 진도 현대미술관 초대 개인전

“우리는 길 위를 걷고 있으며 그 길 위에서 수많은 사연을 만들어 간다. 그를 통해 자기만의 인생 역사를 써 가고 있다.” 예인의 길을 걸을 때 기꺼이 면류관보다 가시의 밭을 찾아 넓은 ‘대로’나 ‘지름길’을 찾지 않고 일휴(一休) 김양수 작가는 굽어 있는 길, ‘에움길’에 주목했다.

일휴 김양수 화가는 자연과 생명에 깃든 정신성을 소통이라는 의식으로 화폭에 담아온 화가로 잘 알려져 있다. 이는 자연의 신성한 생명에 담긴 순결한 숨결을 노래한 고 이성선 시인에서부터 수많은 중견 시인들이 김양수 화가의 그림과 함께하는 시화전을 원했던 이유였다. 바로 작가의 작품은 시가 가지는 함축된 은유에 대하여 설명적인 작품이 아닌 감성의 교감과 사유의 소통을 추구한 작업을 펼쳐온 까닭이었다.

작가는 수많은 시인들과 함께한 시화전을 통하여 섬세한 감성을 헤아려가는 그림으로 쓰는 시인이라는 평가를 받아오다가 스스로 시인으로 등단하였다. 2008년 첫 시집 ‘내 속 뜰에도 상사화가 피고 진다’ 에서부터 2001년 ‘고요를 본다’ 2015년 ‘함께 걸어요, 그 꽃길’ 2017년 ‘새별별에게 꽃을 전하는 마음’에 이어 이번에 출판한 ‘김양수 시선집, 마음길 끝에서 풍경을 보다’ 5번째 시화집을 펴냈다.

정양 박주생 진도현대미술관장은 특별히 감회어린 전시회를 초대하면서 “일휴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고향 진도에 귀향하여 생활하면서 가슴으로 매만진 시(詩)와 함께 시에 내재된 감성을 그려낸 작품 30여점을 선보인다. 김양수 화가의 시는 그 화법이 언어의 운율적 호흡이 아닌 마치 화폭에 붓질을 놓아가듯 그려지는 시의 특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김 시인의 “세상풍경은 마음의 거울”이라는 제목의 시는 다음과 같은 2행으로 쓰인 시를 주목했다. (세상은 보는 대로 존재한다.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 인 것을/) 이처럼 간결한 구성 속에(세상)과 (보는대로)와 (존재)와 (순간)과 (꽃봉오리) 처럼 순차적으로 그려지는 시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는 화가의 의식에서 세상을 그려내고 시인의 생각에서 세상을 매만지는 감성의 화법이 바로 시를 그리고 있는 것이다.”며 그림과 시가 동원이라는 말을 새삼 떠올리게 한다.

세상풍경은 마음의 거울, 길과 마음 둘이 아닌 것

선화(禪畵)와 선시(禪詩)를 통해 마음의 평온과 고요를 선사하는 김양수 작가는 작년 전시에서는 “내가 걷고 있는 길, 내 자신이 걸어온 길에 감사하고 사유하며 성찰하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면서 “마음을 낮추고 감사하며 굽이굽이 에워서 돌아가는 인생길 같은 인연의 모퉁이에서 바람처럼 마주하고 싶은 마음을 붓 끝에 담고 싶다. 붓 가는 길과 마음 가는 길이 결코 둘이 아님을 아는 것, 그 근원을 찾아 가만히 화선지를 폅니다.”고 했다.

그는 아직도 목동이다. 코뚜레가 없는 소를 찾고 있는 듯하다. 모든 길에는 역사의 숨결이 담겨있다. 솔개재에 올라 정양 박주생관장과 만나 불이(不二)의 문을 열기 위해 오래 치열하게 불일(不一)의 수행을 거쳐 온 것으로 보인다. 자기 부정이 없는 성찰은 오직 색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김 작가는 모교인 동국대 미술학부 겸임교수를 역임하는 등 서울에서 활동하다 고향인 진도 여귀산으로 귀향해 작품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1960년 전남 진도의 한 작은 산골마을에서 태어난 김 작가는 태생적으로 바다보다는 산과 들을 친구 삼으며 유년시절을 보냈다. 새벽이슬에 옷깃을 적시며 소에게 풀을 먹이거나 산과 들을 품은 안개와 자유롭게 떠도는 구름을 지켜보면서 그것들의 근원을 찾아 헤매는 것에 아련히 마음을 빼앗기곤 했다.

유년시절 품었던 자연은 내면 깊숙이 자리 잡으면서 화가가 된 이후 즐겨 다루는 그림과 글의 소재가 됐다. 더불어 마음 한 켠으로 생의 근원 찾는 일에 오롯이 관심을 기울이게 된 것도 어린 시절의 그 경험과 무관하지 않다.

일휴 김양수 작가는 여귀산 자락에 ‘고요를 잡는다’는 마음으로 작업실이자 수행처인 적염산방(寂拈山房)을 열어 작업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언제나 텅 빈 듯 하지만 꽉 차고 꽉 찬 듯 하지만 텅 비어 오묘한 서정성으로 감성을 자극한다.

동국대 미술학과와 중국 중앙미술학교 벽화과에서 수학한 김 작가는 지난 1996년 갤러리2020에서 남도기행 전시회를 시작으로 한국과 중국, 일본 등지에서 30차례에 걸친 개인전을 열었다. 2012년 독일 쾰른국제아트페어 초대전 등 영국과 독일, 우즈베키스탄, 중국, 일본 등지에서 초대전을 9차례 갖기도 했다.

마음공부를 하면서 얻은 깨침으로 <내 속 뜰에도 상사화가 피고 진다> <고요를 본다> <함께 걸어요 그 꽃길> <새벽별에게 꽃을 전하는 마음> 등 시화집을 출간하기도 했다.(박남인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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