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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인 칼럼 / 우리시대의 파수군은 어디에 있는가
남인 칼럼 / 우리시대의 파수군은 어디에 있는가
  • 藝鄕진도신문
  • 승인 2020.08.04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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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향을 지키며 사는 사람들은 본인의 의사와는 크게 관계없이 지역파수군 역할을 부여받는다. 농사를 짓거나 교직에 종사하던지 또는 행정공직자로 살던가 또는 ‘또레랑스’의 후예 관광택시 운전사나 다양한 사회단체 활동을 하는 일상 자체가 파수군의 임무를 자연스럽게 행하게 된다.

물론 진도군민들로부터 선출직으로 당선된 군수를 비롯한 도의원, 군의회의원들은 당연히 지역발전과 미래를 내다보는 보전을 어떻게 이뤄낼 것인가 고민하고 해법을 찾아 노심초사하기 마련이다. 필요에 따라 사회봉사단체, 직능단체, 농수산업인, 소상공인, 각 마을주민들을 수시로 만나고 의견을 청취하며 소통에 힘을 쏟는다.

진도는 해마다 인구가 줄어들지만 진도읍 중심으로 인구, 산업, 행정, 건강복지시설, 교육 문화예술기관, 병·의원 등이 급격히 밀집되고 있다. 진도군 치소와 10여리 내외에 자리한 교외마을 등은 그나마 전원주택이 들어서고 교통불편이 어느 정도 해소되어 생활하는데 크게 불편하지 않아보인다. 진도군노인복지관에서 운행하는 무상버스가 아침 오후로 가까운 마을까지 들어가 이용자 분들을 실어 오고 보내준다.

코로나시대가 오기 전까지 진도읍 5일장은 말 그대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외지 관광여행객들도 부러 들러 싱싱한 생물들을 사고 미역 김 구기자 울금 표고버섯 등 특산물을 구입하며 간재미나 채배기 안주로 막걸리를 나누기도 한다. 아파트가 해마다 늘어나고 그에 따른 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도로 개통, 주차장 시설을 확장하는데 진도군은 앞장서 왔다.

하지만 어촌 농촌 할 것없이 외국노동자들이 장기취업하면서 주거시설과 인력사업소가 읍내 이곳저곳에 들어서 있다. 각종 마트에 가면 카트를 밀고다니는 이들 외국 취업자들의 모습을 보는 것은 이제 흔한 일상으로 자리잡았다. 가끔 사건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아직 진도는 치안 안전지대의 위상을 유지하고 있다. 오히려 청소년들이 뒷골목 패거리 폭력, 음주흡연 등에 너무 무방비 노출되어 있는 듯 해 안타까움을 느끼게 한다. 이젠 안전 자치방범활동도 뜸한 듯해 어떤 대책이 절실하다.

나는 다시 ‘우리시대의 전정한 파수군은 어디에 있는가?’ 내 자신에게부터 묻는다. 시민사회단체인가? 진보적 언론종사자들인가. 지방자치의회의원들인가. 성당에서 고해성사를 듣는 신부나 절간의 스님들인가. 철마광장으로 진출하는 농민전사들인가. 문학작가 시인들인가. 아니 우리와 함께 날마다 눈을 맞추며 살고 있는 예술인들인가. 다양한 여성봉사단체인가. 모두가 맞다. 그러나 의무와 권한은 멀다.

나는 오늘 진도군의회의 한 의원의 의정질의와 관련 진정한 파수군의 역할이 무엇인지 간단히 살펴보고자 한다. 지난 6월 중순 진도군의회는 제260회 정례회에서 군정질의와 조례개정, 추경예산안을 처리하였다.

당시 부의장이었던 장영우 의원은 요즘 뜨고 있다는 진도대명솔비치&리조토와 관련해 에리한 질문을 던졌다. 진도군이 자랑하는, 진도군 발전과 군민소득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대명리조트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실문제를 정곡을 찌르는 지적사항을 제기하였다. 진도의 첫 번째 자랑거리는 천혜의 청정지역 아름다운 환경을 손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언제부터인가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하는 ‘지식인’이라는 말을 듣기 힘들어졌다. 왜 그럴까. 미학자인 진중권은 실제로 지식인이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제 계급의 이익을 떠나 보편적 가치 위에서 민중을 위해 발언하던 책임있는 파수꾼 지성인은 사라졌다는 지적은 아프다. 나 자신도 부끄러울 뿐이다. 물론 아직 시대의식과 소명을 갖춘 ‘파수꾼’을 자처하는 이들이 남아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지식인을 어느 계급에도 속하지 않는 부유층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그 존재는 지배계급에 속하나, 학문과 예술은 객관성과 보편성을 지향하기에 적어도 의식은 제 소속의 특수한 이익에만 얽매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사회적 부유층의 지위 덕에 존재 구속성을 초월해 사회사회학에서는 의 전체 연관에 대한 통찰”을 제공하는 지식인들을, 사회학자 칼 만하임(헝리출신 학자)은 사회의 “파수꾼”(Wächter)이라 불렀다.

 

이날 비록 소수정당 후보로 군의원에 당선된 장영우의원은 초선이지만 부의장에 선출되는 만만치않은 위상을 내보인 적이 있다. 그에 상응이라도 하듯 여러 분야에서 진도군정의 잘못된 시행착오나 미흡한 부분, 담당자들의 부족한 인식을 일깨우는, 치열한 송곳 질문을 주저하지 않았다.

이번 대명리조트 쓰레기 문제는 진도군의 얼토당토않은 군민혈세 낭비와 저자세를 통렬하게 파헤치며 즉각 시정을 요구하였다. 지금까지 대명측은 리조트 일반실 쓰레기를 처리하는데 자체 비용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진도군의 지원금으로 해결해왔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장의원으로 인해 낱낱이 드러난 것이다. 자역의 아름다운 자연과 바다, 기후풍토를 활용하여 돈을 벌어가는 업체가 지역을 위해 기부금을 정기적으로 내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오염 리스크를 높이고 공짜처리에 군이 들러리를 섰다는 것은 매우 굴욕적이다.

파수군이라는 게 들판의 제 곡식창고만을 지키는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3만 2천명 진도군민의 곳간을 튼튼히 지키는 역할 또한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입중해준 사례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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