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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에 주목할 시인 /김길전 시인의 ‘애인을 만드는 법’
이 달에 주목할 시인 /김길전 시인의 ‘애인을 만드는 법’
  • 藝鄕진도신문
  • 승인 2020.09.24 16:0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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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에 시의 바다가 밀려온다. 이 얼마나 간가운 선물인가. 이제 우리는 제대로 인과를 고뇌하며 불일의 대오와 의심을 통해 마침내 사물의 본질을 마주하는 시적 승화를 이루는 시인이 돌미역처럼 다가온 것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가출을 꿈꾼다. 가난과 소외로부터 벗어나기 위하여 법정스님처럼 어미와 누이의 선험업보를 극복하기 위하여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의 길을 떠났다.

20세기는 진도인의 디아스포라와 카르페디엄의 아리랑이 최강신으로 자리하였다.

“섬에 사는 지인에게서 얻어온 세한의 향나무 그 현애에 철사걸이를 한다. 어디엔가 더 구부러져야 할 나무의 생각이 한 사나흘 집을 비웠다가 돌아오면 새롭게 드러난다. 나의 나무 그 한 백 년 후가 보인다. 철사를 걸어 애인을 만드는 법. 그때에는 우리 서로 나이든 나무처럼 마주할 것이다.” 본디 없었거나 있지 말았어야 할 그 결(結)로 그 이후에 간여하는 것을 업보라고 하던가?

네게 묻지 않고 혼자서 애인을 만드는 법, 눈 쌓인 바람의 단애 그 바위틈을 움켜잡은 한 백 년 후 그때에 수형이 되었을 나의 사랑 참견인 듯 그 몸에 철사로 걸며 업보를 생각하였다.

이번시집에 실린 철거라는 시가 눈에 띈다. 신발공장 굴뚝처럼 쓸쓸한 십이월이 단지 계절의 혹한 때문이 아닌 것은 다음 줄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하여 혁명을 해야만 하는 사람들의 시대가 도래되었다고 단호하게 선언한다. 수출을 독려하던 그 아랫도리들 이라고 더 구체화시킨다. 신발공장 처녀들은 다시 유달산 기슭 다순구미로 내몰렸다.

그의 이번 시집의 해설은 황정산 시인이자 문학평론가가 수고를 했다. 애인 만드는 법의 김전일 시인은 진도읍 산월출신이다. 목포해양대학교를 나왔다. 김춘화시인과 동향이다.

김 시인은 산너머 마을이지만 나는 산 너머 또 산이 산을 넘는 오직 산과 비켜가는 물과 나무들만이 어우러진 산골이었다. 섬사람들은 현실을 온전히 다 받아들이기보다 둥덩이타령조로 마음껏 풍자를 비틀어댔다. 조기파시 배를 기다렸다. 진도 조도 사람들이 가장 많았다 한다.

시대의 단순한 불화에 떠밀지 않고 그 질곡을 기꺼이 껴안는다. 이게 시의 힘이다. 군사독재의 경제개발 도구로 시골을 떠나야 했던 육칠십년대 모순과 설움의 원인제공집단에 대한 준엄한 역사적 심판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 결코 잊지 않아야 할 것과 다시 찾아야 할 정신이 무엇인지 촘촘하니 새겨놓았다. 그렇다고 과거에 연루되지 않고자기만의 소야곡을 수 놓았다.

인간의 근원적 슬픔을 어루만지며 치유의 통로로 시의 역할 아니 시인의 소명을 기꺼이 안는 김길전시인이 진도에서 성장의 시련과 꿈을 나누었다는데 나는 진도의 문학미래에 큰 희망을 바라보고있다.(박남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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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전 2020-09-26 01:42:25
예향진도신문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아울러 좋은 말씀으로 응원해 주신 박남인 시인님께도 깊은 감사 올립니다.

밖에서 진도 사람이라 말하기가 두려울 때가 있습니다.
그만큼 책임이 따르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건강하시고 축복된 명절 함께하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