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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원형 고향 진도
삶의 원형 고향 진도
  • 藝鄕진도신문
  • 승인 2020.11.25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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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현우 시인

시는 시인을 닮고 시인도 시를 닮아간다는 말이 있다. 살아온 만큼 시를 쓴다는 말도 있다. 시집 '달이 따라오더니 내 등을 두드리곤 했다(문학들)'를 펴낸 박현우 시인과 그의 시를 두고 하는 말 같다.

그의 고향은 진도다. “철선에 기대어/물보라 이는 진도 벽파항”을 등지며 “새 운동화 끝을 조일 때/아득히 멀어졌다 고향은.” “선술집 창가에서/멀리 바라본 하늘가/둥근 달이 따라오더니/내 등을 두드리곤 했다”(「달이 따라오더니 내 등을 두드리곤 했다」) 흔히 고향은 삶의 원형이라고 한다. 고향이 익숙하고 아늑한 세계라면, 마음을 다잡아 끈을 조여 맨 “새 운동화”, 그러니까 고향 밖의 삶은 낯설고 아픈 세계다.

현대인들은 물질적으로 정신적으로도 가난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그런 가난에도 불구하고 희망만은 놓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마지막까지 움켜쥐고 있던 그 희망이야말로 우리 모두가 지켜야 할 절대적인 '가치'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희망은 격렬하다. 역설적이지만 언제나 희망은 절망의 끝에서 비롯된다. 고향을 떠난 박 시인은 광주에서 대학(조선대 국문학과)을 나왔고, 1980년 5월 항쟁을 겪었으며, 교사로서 아이들을 가르쳤다. 그 신산한 세월의 부침과 간극 사이에 이번 시집의 시가 자리한다. “뼈 부스러기를 들고/저만치 선산이 내려다보이는/원포리 선착장에 다녀온 후/이른 아침 부은 눈으로/더 초라해진 나를 봅니다.”(「원포리 메꽃」). 혈족의 뼈 부스러기를 고향 바다에 뿌리며 더 초라해진 자신을 떠올리거나 팥죽집에서 “노모께 팥죽을 떠먹이는/백발의 아들을” 바라보며 자신의 어머니 생각에 “내 가을은 눈물 빛이다”(「내 가을은 눈물 빛이다」)라고 노래한다.

대학 시절 신은 ‘나’의 고무신을 고향집 토방 위에 가지런히 놓아둔 노모에게 “아니고 엄니, 무슨 신줏단지라고/저걸”(「검정 고무신」) 하면서 눈시울을 붉히거나 길을 가다 들려오는 옛 함성의 노래에 “익숙한 가락은 몸이 먼저 움직이지”라며 상처와 사랑의 금남로를 되새기기도 한다.(김준태 시인)

시인은 전남 진도에서 태어나 조선대를 나와 고등학교에서 오랜 세월 아이들을 가르쳤으며 시집 『풀빛도 물빛도 하나로 만나』를 펴냈다. 현재 한국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편집부 박남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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