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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고칼럼 /진도무당박물관 설립
학고칼럼 /진도무당박물관 설립
  • 藝鄕진도신문
  • 승인 2021.03.03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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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는 전통 민속예술 예능보유자가 전국에서 가장 많다. 그 조교와 이수생을 합하면 1백여 명을 넘기는 민속예술의 수도이다. 무형민속으로 지정되지 않는 민속도 그 어느 고장보다 다양해 여러 나라 학자들이 드나들었고 지금도 문화인류학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진도 토착 민속들도 얼마 남지 않은 노인들이 세상을 떠나면 10여년 뒤에는 구전수집도 어려울 판이다. 다행히 전남대학교 나경수 교수팀이 진도 당제를 조사해 책으로 낸바 있으나 가정풍속이나 무당생활 따위는 조사된 바 없다. 물론 물림, 안택굿, 생일굿, 병굿, 길굿, 충제, 혼인, 상례, 제사, 사당제 등 여러 분야의 민속을 정리한 바도 없다.

명목상 전통민속예술특구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 특구에 걸맞은 문화재지정이외의 민속예술이나 생활민속을 집대성해 민속예술고장의 특징을 더욱 드러내야 한다.

민속예술의 중심에 진도의 세습무당이 있다. 진도군답게 무당박물관을 지어 세습무당의 진도가계와 도구 등을 수집해 전시하고 병굿과 다른 점을 전시할 뿐 아니라 진도 무당집안의 전통예술인물들을 제시해 진도민속예술의 주축이 무당 집안이었음을 중명해야 한다. 물론 무계집안의 일부에서는 자신이 무계집안임을 부끄럽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박병천이나 송가인이 스스로 무계집안 후손임을 부끄럽지 않게 내세우는 선각자의 모습은 칭찬받을 만하다.

필자는 진도가 민속예술의 고장이 된 것은 스스로 섬놈임을 인정하고 섬놈들답게 상놈 중에 상놈인 무당들과 별로 다를 게 없다는 지역풍토가 만들어 낸 풍토의 산물이다. 섬놈이나 당골이나 뭐 다를 게 없었다. 진도에서 선비 태를 내보았자 서울에 가서 과거시험에 응시할 수도 없는 섬놈이었을 뿐이다. 과거시험에 응시할 수 없는 진도선비잡안이나 아전들이나 무당이나 신분의 격차는 별로 없었다. 모두 섬놈들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사회에서 평민들은 당골집안이 부러운 신분이었다. 당골 자식들은 매일 떡을 먹으며 살았다. 거의 매일 당골들은 굿을 하러 다녔고 제상에 올라있는 제물은 모두 무당차지였으므로 무당지식들은 하루도 떡이 떨어지지 않는 귀족이었다. 평민들의 자식들은 무당자식들이 부러웠다.

진도 민속예술의 뿌리는 세습무당제도의 섬 특수성에 있었다고 생각하지만 두 번째 뿌리는 돌릴방문화라고 생각한다. 진도육자배기는 ‘고나 헤’에서 시작해 ‘고나해’로 끝난다. 나는 겨우 20호에 불과한 동네 촌놈이지만 우리 집 사랑방에서 매년 겨울 열었던 서당에서 내가 월강에서 장원을 하면 어머니는 술 한 동우와 감자 한소쿠리를 서당에 내놓았다. 이날 밤은 온 동네 남정네들이 모여앉아 돌림방 노래를 불렀다. 돌림방노래는 진도육자백이였다. 앉은차례로 전 소리인 ‘고나해’를 합창하면 ‘사람이 살며 는 … ’하고 육자백이를 불렀다. 한 소절을 제대로 부른 사람에게는 술 한 잔을 주고 다음 차례로 넘겨졌다. 이처럼 매월 서당에서 벌어지는 노래자랑에서 창피를 당하지 않기 위해 나무를 하러 산에 오르면 고수들에게 한 수 배워야 했다.

나는 늘 진도민속예술의 바탕은 당골문화이지만 그보다 돌림방 노래풍속이었다는 생각을 한다. 오늘날 노래방은 전자기기가 반주를 맡고 노래의 가사까지 나오지만 많은 사람들이 찾는 것은 스트레스해소에 있다.

진도의 육자배기 돌림방문화는 아주 오래된 문화현상이라는 생각을 한다.

동네에서 같이 살려면 돌림방 진도육자배기판에서 흉내는 내야 살 수 있었다. 이 같은 사회분위기가 동네 명창들을 길러내고 명창이 되기 위해 이름난 노래꾼을 찾아다니는 풍토가 되어 진도사람들이 두루 노래를 부르는 민속예술고장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애향심을 발휘해 전라남도문화재위원 재직때 진도 민속예술 예능자들을 빛보이게 하는데 힘을 보탠 게 사실이다. 나는 그분들의 예능이 우수해서라기보다 진도민속예술의 자랑스런 모습을 뽐내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이 점을 진도 전통민속예능문화재 지정자들은 헤아려주기를 바란다. 여러분들이 자기분수를 모르고 납들면 진도민속예술이 다 같이 죽는다.

(향토문화진흥원장. 전 전라남도문화재위원. 전 진도문화원장 김정호)

*박병천: 국가지정 무형문화재 72호 진도씻김굿 예능보유자(작고)

송가인: 2020 미스트롯 퀸. 어머니(송순단)가 진도씻김굿 전수조교.

-현재 진도군 국가무형문화재 현황 소개.(박남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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