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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인 칼럼 / 향토민속을 살리자
남인 칼럼 / 향토민속을 살리자
  • 藝鄕진도신문
  • 승인 2021.04.02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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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는 오래 전부터 마을단위의 사회문화체제가 발달된 곳이다. 집성촌이 많고 동네 텃세도 매우 심했다. 밭을 매는 아낙네들까지도 지나는 나그네를 조롱할 정도였다. 그 아낙들이 상가집에 가면 동네 소리꾼이 되고 겨울사랑방에서 흥타령을 부르며 긴긴 밤을 보냈다. 당골래도 참 많았다. 모든 애경사에 당연하게 관여하였다. 주치이 역할까지도 했다.

인구가 줄고 교통이 발달되면서 동네 소리꾼이 사라지고 있다. 상장례도 갈수록 간소화되고 씻김굿과 다시래기는 향토문화회관 공연장으로 내밀린 지가 오래이다. 인간문화재 전문 소리꾼이 진도 전지역 온동네를 누빈다.

학고 김정호선생은 이미 전라도 문화항공모함론을 제창한 적이 있다. 문화에는 얼치기가 있지만 민속에는 사이비도 이단도 있을 수가 없다. 진도에는 다시래기와 비솟한 ‘다시락’이 전해왔었다. 실재로 발표회를 갖기도 했다. 다양성이 사라지면 결국 박제가 되고 만다. 혼자만 잘하면 뭐하냐라는 말이 있다. 송가인 혼자만 잘나면 되는 게 아닌 것처럼 더 많은 당골레들이 다시 나타나야 한다.

진도의 민속문화가 워낙 유명해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종목이 많고 도지정문화재도 수두룩하다보니 다른 민속은 상대적으로 경시하는 풍조가 없지 않다. 산타령이나 진도읍 서외리 여성들이 보존해온 도께비굿 등은 진도의 또 하나 소중한 민속자원이다. 진통술도 진도에서 오래 동안 전해온 방문주가 있다. 말 그대로 방문(方文)의 법대로 빚은 술을 이른다. 의신면 사천리에서 재현한 ‘남한산성 도척이야’도 반드시 보존되어야 할 민속이다. 갈수록 놀이가 사라지고 아이들은 컴퓨터와 스마트폰으로 빠져든다.

예전에는 정월 대보름이면 동네마다 풍물패가 집집마다 돌며 그 집안의 평안함을 기원하는 굿을 하였다. 이 얼마나 소중한 민속문화인가. 군내면 덕병마을의 장승제도 마찬가지다.

진도문화원에서는 진작에 ‘진도동네 소리꾼’이라는 책을 두 권이나 냈다. 고미경씨 등이 직접 채록하여 발간해 소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물론 이윤선 목포대교수가 내 진도음악구술사 등은 보물이나 다름없다. 진도군도 진도문화원과 함께 진도군향토유적지정자료조사 보고서를 낸 적이 있다. 최근에는 이런 학술자료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진도 전역에 그 많던 고인돌 유적은 농경지정리와 함께 거의 궤멸되다시피 했다. 80년대에 당시 이해준 교수 등이 조사할 때 단위면적당 가장 많은 분포도를 이룬다고 조사결과를 내놓은 적도 있다. 그렇게 진도의 청동기시대가 사라져가고 있다. 조도 읍구 주변의 조개무지도 다 파헤쳐 풍화되어버렸다. 관사도에서 나온 돌도끼도 어디로 갔는지 알 길이 없다.

이동진 진도정부의 12년 동안 진도문화는 어떻게 변화발전되었는가. 백두산 천지에서알 리가 ‘진도아리랑’을 목 터져라 불러도 정작 진도 팽목항은 석탄재로 매립되고 명분도 절차도 군민사랑도 다 뒷전으로 내몰리며 ‘청정진도’. 진도는 섬이면서 국토의 수호역할을 해온 지역이다. 따라서 많은 봉수터가 전해온다. 최근 진도군에서 이 봉수터를 복원하는 작업에 들어섰다. 외적의 침입을 최전방에서 살려 최단시간 전달하던 봉수체제는 많은 전란 때와 진도도호부 시절까지 유용하게 한양까지 긴요하게 작용하였다. 해마다 특별한 날(뽕할머니 바닷길 행사나 명량대첩축제)을 정하여 여귀산 첨찰산 해남을 거쳐 목멱산 서울까지 닿게 하는 전국적 축제를 여는 기획을 전라남도가 제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런 식으로 해가 갈수록 매립되다가는 진도 문화바다, 민속바다는 여러 자료속에서도 지워지고 말 것이다. 우리 진도를 다시 세운 선인들을 기리는 향현사(鄕賢祠)는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면서 순서도 잃고 서원복원이나 꿈꾸고 동학운동 박중빈 진도지도자는 제 땅에 안장되지도 못하고 천리 먼 땅에서 영면하기에 이르렀다. 이게 무슨 해괴한 일인가. 공자도 예수도 부처도 다 제 고향으로 돌아가는 흐름에 있다.

이와 달리 강원 정선군은 향토문화 자원의 잠재적 가치와 중요성 인식과 지역발전 촉진을 위한 지역 고유의 특색있는 향토 전통문화를 육성·지원한다고 분명하게 밝혔다. 진도군은 군민들의 문화적 삶의 질 향상과 오랜 시간 지역 주민들의 삶에 밀접하게 형성된 향토 전통문화 사업을 육성하기 위해 체계적이고 적극적인 지원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내용을 더 깊이 살펴보면 자기 자족에 깊이 침몰해있다. ‘향토’는 개발에 짓밟히며 차등되어 왔으며 ‘제 땅 제 바다’에서 나온 유물들까지 다 빼앗겨 그 목록표까지 알지 못하는 문화식민지세대를 우리가 살고 있다.

이에 반해 충남 태안에는 그 앞바다에서 나온 유물들을 온 군민 향우들이 앞장서 태안박물관을 유치 운영하고 있다. 진도는 고려말부터 조선 5백년 구한말까지 가장 많은 유배자들이 와 진도인들이 제대로 밥도 먹지 못했다하면서 정작 유배문학 문화유배지 재조명 시설은 찾을 길이 없다.

어런 현실 결과 모두에 대해 지난 12년 동안 우리와 함께 살아온 지방자치단체장의 무능과 인식의 한계를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다. 누구나 부러워하는, 국가와 국민의 자긍심이 담긴 서울대학교를 나오고 요즘에 잘 나갔으며 잘 나왔다는 LH토지공사 대표를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우리들의 군수님께서 봄도 미래도 그 햇살이 닿지 않는 진도군청 관사에서 나와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실까요?

민속문화예술특구로서 다행히도 지난 2018년 진도군은 향토문화유산보호위원회를 개최해 향토무형유산으로 진도 짚풀 공예 등 5종을 지정·의결했다. 당시 지정·의결된 5종은 서외 도깨비굿, 고군 짓봉산 산타령, 남한산성 도척놀이, 덕병마을 거릿제, 진도 짚풀 공예이다. 다만 전국적으로 분포되어 있어 지역적 특성을 찾을 수 없는 ‘민속연 날리기’와 일시적으로 재현된바 있지만 현재는 전승이 단절된 ‘살랭이 놀이와 차첨지 놀이’는 보존회 결성 등 전승 가능시까지 지정을 유보했다.

국가지정문화재나 도지정문화재 이외에 선대로부터 전해 내려와 보존 전승 가치가 있다고 인정되는 사항은 진도군 향토문화유산으로 지정해 효율적으로 보호 관리할 예정이다.

진도군 관광문화과 관계자는 “진도군은 총 31종의 향토문화유산을 보존 관리하고 있다” 며 “앞으로도 지역의 향토문화유산을 적극 발굴해 대한민국 유일의 민속문화예술특구로서의 이미지를 한층 높여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제 보다 분명하게 활동내역을 알리고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이건 숨어서 할 일이 아니다. 히도 많은 보존회의 역할에 대한 중복성 부작용을 정리하고 꼭 필요한 위원회를 더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을 대표한다며 요란을 떠는 진도군의 대표적 전통문화 육성사업으로 옛 방식 그대로 ‘전통 민속과 섬 굿문화 전승·보존과 전승, 민속놀이에 더 깊이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 사람은 향기롭고 사람이 그림밭을 일구는 동네미술관은 진도의 역사마을이다. 이제 미술관련 지원도 실용적이며 계통을 잡아 체계가 다시 세워져야 한다. 민속과 예술문학을 제대로 알지 모르면서 무슨 ’특구‘자랑만 하면 지나가는 소가 웃는다.

또한, 진도 향토문화 연구조사 및 발간사업, 전통 민속예술 육성마을 지정과 전승 활동 지원 등에 제대로 사업비를 들여 적극 추진할 계획을 세워야 한다. 여관과 쓰레기 소각장 도로만 이어놓으면 다 잘사는 그런 고장은 있을 수 없다.

알고도 못하면 역사가 매를 든다. 바람이 부는 이유를 알지 못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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