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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도 뱃길 끊기면 깜깜암흑이다”
“가사도 뱃길 끊기면 깜깜암흑이다”
  • 藝鄕진도신문
  • 승인 2021.04.05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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톳과 해사의 섬 가사도 주민 차도선도 끊어질 위험

원칙고수, ‘국비 반환’에 진도군과 정부 ‘갈등’

작년 ‘섬의 날’이 제정되고 섬진흥원이 들어설 계획이다. 전남의 절반은 섬이었다. 팔할이 바다와 개펄이었다.

 

섬과 육지를 오가는 차도선(車渡船·여객과 차량을 함께 수송할 수 있는 배)에 투입된 국비 27억원 반환을 놓고 진도군과 현 정부가 서로 이해가 갈려 섬 주민들만 새우등이 터질 지경이다. 전남 진도군은 처음부터 섬 주민 복지를 ㅚ우선으로 삼아 해당 국비(國費)를 주민 생계와 편의를 위해 투입하겠다는 반면, 정부는 목적과 달리 사용한 국비를 돌려주지 않으면 최대 3배의 제재부과금을 물리겠다는 입장이다. 지금까지 지자체에 지급한 국비를 놓고 제재금을 부과한 사례가 없어 진도군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가사도 주민들 “편리한 쉬미 배편 제공해야”

조도면 가사도는 여의도보다 2배쯤 넓은 면적의 섬이다. 주민은 260여명. 이들에게 차도선은 섬과 육지를 이어주는 생명선이나 다름없다. 과거에는 ‘생활 중심지’인 목포를 하루 한 차례 오가는 차도선을 이용해 왕래했다. 오후 3시 출발해 10곳의 다른 섬을 거쳐 2시간 만에 목포에 도착하는 항로다. 목포~진도 가사도~조도~서거차도를 잇는 90km 뱃길이다. 주민 김모(58)씨는 “목포에 나가면 1박(泊)이 기본이라 하루 20만원쯤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1984년 진도 본섬이 진도대교로 육지와 연결됐다. 그 전까지는 진도읍에 배를 타고 가더라도 또 다른 배를 거쳐야 육지에 닿을 수 있었다. 그래서 가사도 주민은 가까운 섬 진도읍을 두고 목포로 나갔다. 가사도는 조류와 계절풍이 거칠어 어업보다는 농업이 발달한 섬이다. 자연산 돌미역은 목포와 연결된 뱃길을 따라 전국 각지로 퍼져 나갔다. 생활필수품도 목포에서 구했다.

                                                                                톳 말림

2006년 9월 가사도와 이곳에서 직선으로 6.1㎞ 떨어진 진도 지산면 가학선착장을 오가는 차도선이 취항했다. 하루 세 차례 오가는 데다, 이동 시간이 20분으로 짧고, 차를 실을 수 있어 섬 주민의 핵심 교통 수단이 됐다. 톳과 미역, 대파, 쑥 등 가사도에서 재배한 농수산물이 이 배를 통해 육지로 나갔다. 몸이 아픈 주민도 이 배를 타고 육지로 나가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여파로 선박 안전이 강화되면서 건조한 지 27년이 지나 노후한 배는 2015년 3월 폐선(廢船) 처리됐다. 긴급 상황이 터지면 주민들은 작은 어선에 의지해 읍내를 오갔다.

◇가까운 육지 잇는 배편 끊기자 국비로 차도선 마련

김계석(62) 돌목마을 이장은 “3년 넘게 암흑 세계였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목포로 나가 일을 보려면 꼬박 이틀이 걸렸다. 가사도에선 한해 600t의 톳이 나오는데, 톳 조금 팔려고 100만원 하는 화물선을 빌려야 했다. 가까운 육지와 뱃길이 끊긴 가사도는 사람이 살 수 없는 섬이었다.”

풍랑에 따른 안전 사고 우려가 컸다. 실제 사고도 속출했다. 진도군은 27억원을 긴급 투입해 161t급 차도선(가사페리호)을 건조해 2018년 12월 취항시켰다. 이 배는 하루 세 차례 가사도에서 40분쯤 떨어진 쉬미항을 오간다. 쉬미항은 군청과 차로 5분 거리 떨어진 곳이다. 가학 배편이 끊긴 지 3년 9개월 만이었다.

문제는 진도군이 이 배를 만들기 위해 사용한 재원의 출처였다. 국토교통부는 ‘3차 도서 종합계획’에 따라 섬에 물을 대는 급수선 건조 비용 40억원을 진도군에 2016~2017년 지원했다. 진도군은 “급수선은 기존 것을 이용하고 시급한 차도선 건조에 국비를 사용하겠다”고 했으나, 국토부는 2016년 8월 불승인했다. 목포를 오가는 배가 있어 항로가 중복되고, 애초 급수선 건조와 목적이 다르다는 점이 이유였다. 하지만 진도군은 국가 보조금 40억원 중 27억원을 차도선 건조에 사용했다. 감사원은 “목적 외 사용이 맞는다”며 국토부 손을 들어줬다.

◇정부 “목적 외 사용 국비 반환하라”... 진도 “적법, 주민 생존권 우선”

국민권익위원회는 최근 진도를 방문해 “가사도선 건조 사업은 주민의 어려운 생계 위기 해결을 위해 불가피했다”며 “개발 계획 순서를 변경해 우선 사용한 것으로, 보조금을 전혀 다른 용도에 사용한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진도군은 차도선 건조 이후 국비 등 40억원을 투입해 77t급 신형 급수선(진도아리랑)을 만들었다. 진도군은 “주민의 이동권과 생존권, 생명권 보장을 위해 예산 집행 순서를 바꾼 것일 뿐”이라며 “항로도 일반 항로로, 목포 사이에 놓인 국가 보조 항로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국토부의 지적과 달리 항로가 겹치지 않아 추가로 국비 투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2017년 5월 신설된 보조금 관리에 관한 시행령에 따라 목적 외로 보조금을 사용하면 3배의 제재부과금을 물게 된다. 진도군이 정부에 108억원을 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 주민은 “진도군이 제재부과금을 물면 배를 팔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한다. 국토부는 “심의위원회 등 절차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사업비 반환 요구에 대해 진도군은 행정 심판, 행정 소송, 관계자 법적 조치 등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4월 7일 국민권익위는 진도군청에 현장 민원접수처를 설치 지역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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