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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대동전통문화대상에 학고 김정호 선정
제1회 대동전통문화대상에 학고 김정호 선정
  • 藝鄕진도신문
  • 승인 2019.05.27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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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토사학자로 현장 중심 철저한 고증

      김정호(鶴皐 金井昊)

 

                   

총상금 2천만원…시민 참여로 문화 나눔 실천

1회 대동전통문화대상 수상자로 대동전통문화대상 심사위원회는 최근 29명을 심사한 결과 ‘문화유산부문’에 향토사학자 김정호(82), ‘미술부문’에 한국화가 오견규(72), ‘공연부문’에 우도농악 보유자 김동언(79) 씨를 선정했다.

또 특별상의 ‘한우물상부문’에는 전통공예(톱) 장인 대동톱상사 조충제(72) 대표, 월자(가채머리) 장인 한국미용박물관 이순(58) 관장, 전통무용의 광주가무악극단 유라용(58) 단장 등 3명을 선정했고, ‘미래인재상부문’에는 전통문화연구회 얼쑤 한석중(45) 사무국장, 국립남도국악원 강길원(37) 상임단원 등 2명을 선정해 발표했다.

김정호 선생은 지난 해 <영호남의 인문지리>-동서 갈등의 사회사를 출판됐다. 이 책은 동서 갈등의 사회사라는 부제가 달린 <영호남의 인문지리>는 지리가 역사를 만들어 왔다는 데 주안점을 둔 연구서로 오랜 세월 갈등해 온 영남과 호남의 근본은 풍토에서 온 불가피성이라는 점을 분석했다. 두 지역 사회구성원의 뿌리를 유목성과 해양성으로 크게 나누고 풍수지리마저 대조적이라 생물학적 경쟁이 불가피했던 생태를 해석하고 있다.

특히, 인간은 환경의 지배를 받는다는 동·서양의 환경결정론이나 풍수를 소개하고 두 지역의 성격이 어떻게 다른가를 분석하고 있다. 영호남 곳곳과 일본, 중국까지 여러 차례 답사하면서, 사람은 환경의 산물이고 환경에 따른 지역성은 당연한 것으로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경쟁 관계에 놓여 있는 경상도와 전라도를 비교하면서 먼 과거의 역사기록도 검토했다. 정의라고 기록해 온 역사기록이란 ‘검사의 기소장’처럼 판결 전 국가 공권력을 상징하는 검사의 논고만이 반영되어 있는 듯하다. 뒤늦게나마 검찰의 기소에 대한 변론마냥 향토사를 연구하면서, 전라도 사람들이 짐스럽게 생각하는〈훈요십조>의 진실과 후백제의 흥망을 파고들었다.

영남과 호남의 지리적 장단점과 이로 말미암은 갈등과 편견도 살폈다. 전라도에 대한 역사적 오해와 이로 말미암은 편견이 고착화되어 온 과정이 낱낱이 담겨 있다. 중세 조선의 실학자들이 말했듯이 경상도 지리는 낙동강 한 물줄기에 메어 생물학적 공동운명체 인식이 강할 수 밖에 없다는 이론에 동의하면서 여러 강줄기로 나뉘어 이해관계가 같을 수 없는 전라도의 지리적 약점을 지적하고 있다. 특히 산이 많은 경상도가 도학적이고 보수적인데 반해 전라도는 평야와 리아스식 해안에 싸여 개방적이고 진보적인 인성이 발전할 수 밖에 없었다고 여러 사례를 들고 있다. 저자는 서로 다른 지리와 기질 때문에 오랜 세월 갈등해 온 역사를 되새겨 보면서 지역이기주의는 생물학적 본능으로 어떤 이념보다 강한 힘을 가지고 있음을 논증하고 있다.

저자는 한평생 지역 언론계에 종사해 온 사람으로 그동안 향토사학의 입장에서 사회·문화를 관찰하면서 지역사 개척을 위한 50여권의 저술활동을 계속해 왔다. 이 책은 상식화 되어 있는 역사의 오류를 전문가답게 지적하고 예나 지금이나 권력은 국민을 도구화하기 위해 역사의 왜곡을 계속 해 왔음을 지적하고 있다. 특히 영·호남은 광복 뒤 전개된 정치 양상과 불균형 개발 정책이 갈등을 심화시키고 지역간 집단의식이 형성되었다. 호남 사람들은 결국은 일자리를 찾아 대이동을 시작하고 타관살이 정착과정에 토박이들의 경원 대상이 되고 혐오지역 인상마저 짙어져 왔다. 호남 사람들의 새 활로 개척은 그 지역 영역을 넓혀 오늘날 새로운 정치세력을 형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세계적으로도 이같은 지역주의 포프리즘이 확산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고 정치 지도자들이 상생의 지혜를 발휘해 동서갈등을 순화시키는 것이야 말로 남북 통일의 교훈이 될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대상 수상자인 학고 김정호(鶴皐 金井昊)는 1937년 진도에서 태어났다. 광주에서 30년 이상 언론계에 종사하였고, 1980년대부터는 향토문화연구소를 설립하여 지방의 역사와 사람 사는 이야기, 향토학 연구에 매진해 왔다.

무등일보 편집국장, 전라남도 농업박물관장, 사단법인 향토문화진흥원장, 전라남도 문화재위원, 문화재청 민속 감정위원, 문화관광부 21세기 문화정책위원, 진도문화원장 등을 역임하였다.

대표저서로 《한국의 귀화 성씨》, 《서울제국과 지방 식민지》, 《광주산책》上·下, 《후백제의 흥망》, 《걸어서 가던 한양 옛길-제주~서울간 호남대로 현장답사》, 《전남의 옛터》, 《지방연혁연구》, 《향토사 이론과 실제》(공저), 《도선연구》(공저), 《장보고 해양경영사연구》등의 단행본과 무크지 《바다의 오아시스》, 《섬·섬사람》 등이 있다.

1995년 창립 이래 24년 동안 역사, 문화유산, 전통문화 발전을 위해 노력해온 대동문화재단(대표 조상열)이 문화 나눔 사업으로 준비해온 이번 전통문화대상에는 3개 부문의 대상에 각각 500만 원, 특별상에는 각각 100만 원 등 총 상금 2천만 원과 상패가 수여된다. 심사는 3개 분야 별로 3명의 심사위원회를 구성, 총 9명의 전문가가 참여해 엄정한 심사를 거쳤으며, 특별상은 전체 심사위원들의 심사로 진행됐다.

시상식은 오는 30일 오후 6시 반, 광주 서구 상무지구에 있는 JS웨딩홀 대연회장에서 개최된다.

조상열 대표는 “민간단체가 시민의 기부금으로 시상을 한다는 엉뚱한 일을 저지른 것 같아 한편 가슴이 무겁기도 하지만,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했다”며 “전통문화대상의 시작은 소박하지만 해마다 성장할 것이다. 대동전통문화대상이 오늘의 초심을 견지하며, 훌륭한 상으로 자리 매김할 수 있도록 지도편달을 바랄뿐이다”고 말했다.

한편 대동전통문화대상은 지난 1년여 동안 추진위원회와 운영위원회를 출범해 준비해왔다. 김기수 대동문화재단 운영이사회 이사장, 조상열 대표 등과 일반 시민 등이 후원에 동참해 기금을 마련했다.

전통문화의 창조적인 계승과 발전에 기여한 공적이 현저한 자를 격려·보답하며, 그 가치를 널리 공유하고자 제정된 이 상은 시민들의 기부와 후원금을 바탕으로 민간단체에서 주최되는 전통문화 시상으로는 첫 번째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대동문화재단은 올해 제1회를 시작으로 매년 시상할 계획이며 제2회부터는 전국적인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다.(박종호 기자)

“문헌기록 없이 현장서 구전 확인해야 진정한 프로”

김정호 씨는 신문기자로 활동하면서 지역 향토사를 개척하고 체계를 정립한 재야의 사학자다. 그는 “향토사는 그 시대에, 그 지역에서, 그들만이 만들 수 있었던 특수함을 찾아가는 작업의 산물”이라고 말했다.

명불허전(名不虛傳). 과연 무불통지(無不通知)하고 박학다식(博學多識)한 그가 ‘학고(鶴皐) 선생’으로 불리는 이유도 알 것 같았다. ‘학고’는 시경(詩經) 소아(小雅) 학명(鶴鳴) 편에 나온다. ‘학명구고성문우천(鶴鳴九(고,호)聲聞于天·학이 깊숙한 못가에서 울어도 그 소리는 하늘에까지 들린다)’이란 구절에서 따 왔다. 군자는 깊숙이 숨어 있어도 명성이 자연히 세상에 높이 드러난다는 뜻이다. 그는 과분한 호(號)라고 겸손해 했지만 향토사에 대한 폭넓은 식견과 풍성한 저술 활동을 가늠해 보니 결코 허명(虛名)이 아니었다.

김정호 씨(82)는 30년 넘게 지역에서 신문기자로 활동했던 언론인이다. 그가 노년에 향토사학자란 명함을 갖게 된 것은 오랜 기자 생활의 노하우가 밑바탕이 됐다. 특유의 오기와 배짱, 현장을 중시하는 부지런함,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통찰력은 잠자고 있던 지역의 문화유산을 일깨우고 생명을 불어넣었다. 지역민들이 역사적 사건이나 무너진 성터, 절간의 창살무늬, 서낭당이나 작은 돌부처 하나하나에 얽힌 내력은 물론이고 문화사적 배경과 가치를 알게 된 것은 행운이다. 그가 없었다면 이런 ‘지적인 호사’를 누릴 수 있었을까.

○ 지역 향토사를 꿰뚫는 언론인

전남 진도군 임회면이 고향인 그는 젊은 시절 고시(高試)를 준비하며 입신양명을 꿈꿨다. 목포고와 조선대 법정대를 졸업하고 고시 공부를 하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접었다. 1963년 조선일보에 입사한 그는 광주 주재기자(당시는 특파원으로 불렀다)로 발령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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