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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 앞에 한없이 나약한 인간 위로하는 '비손'(Two Hands)
세월 앞에 한없이 나약한 인간 위로하는 '비손'(Two Hands)
  • 藝鄕진도신문
  • 승인 2021.07.09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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씻김굿 이수자 소리꾼으로 참여 살풀이·축원덕담 관객 위로

인간에게 가해지는 시련은 새로운 각성과 단합을 이끌어낸다.

지난 한 해 우리인류에게는 전대미문의 일이 벌어졌다. 그로 인해 우리 삶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의 세계적 유행은 우리 삶의 판도를 바꿔 놓았다. 거리두기를 유지하기 위해 운동도 공연도 영업도 취소되거나 제약되었다. 우리 인류사에서 코로나19는 여러 면에서 수많은 변화를 일으키는 시발점이 되었다.

지난해 9월 열린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페스티벌 2020’공연(사진=한국예술종합학교)

지난해 9월 11일에 코로나19로 지친 영혼들을 위로하는 라이브 스트리밍 공연이 있었다.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페스티벌 2020’ 프로그램 중의 하나로 무대에 오른 ‘비손’(Two Hands)이 네이버TV와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페스티벌 유튜브로 전 세계에 생중계됐다.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서 스트리밍 라이브 공연으로 이루어진 것이기는 하지만 오히려 전 세계 관객을 실시간으로 한 자리에 모아 놓고 동시에 볼 수 있도록 한 공연은 팬데믹 시대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할 것이다.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페스티벌’은 매해 9월 오스트리아 린츠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미디어아트 행사로서 공연과 전시를 최첨단 기술과 함께 보여주는 융합예술 축제다. 올해 41회를 맞이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무대에 오른 것이다. 팬데믹으로 오스트리아를 가지 않고도 생중계로 볼 수 있었다. 유경화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예술감독 겸 연주자로 출연을 하고 국가무형문화재 제82-1호 동해안 별신굿 이수자 박범태, 진도 씻김굿 세습가문 출신으로서 국가무형문화재 제72호 진도 씻김굿의 이수자 박성훈이 소리를 함께 했다.

공연의 제목으로 쓰인 ‘비손’(Two Hands)이라는 말은 병을 낫게 하기 위해, 혹은 원하는 바를 이루고자 할 때 두 손을 모아 신에게 비는 행위 혹은 의례를 뜻한다. 자연 앞에서 한없이 무기력한 인간이 신성한 존재에게 비는 일은 우리 인류가 생겨난 이후부터 있어왔던 역사성 깊은 행위이다. 그 방식과 내용은 나라마다 지역마다 각각 달랐지만 비는 마음만큼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코로나19라는 아무도 예상치 못한 사태는 우리에게 저마다 두 손 모아 비는 마음을 갖게 해줬고, 이번 공연 ‘비손’은 무당이 신에게 우리의 소원을 비는, 그런 마음을 대변해 무대에 올렸다. 남도삼현은 진도 씻김굿의 시작을 알리는 음악으로 육자배기조의 슬프고도 구성진 가락 속에 조상 넋을 풀어주는 음악이다.

공연은 인트로, 청신(請神), 오신(娛神), 송신(送神)의 순으로 이뤄졌다. 무대와 객석에 놓인 수많은 지화는 자리에 함께 하지 못한 관객을 상징한다. 동해안 별신굿에서는 무당들이 지화를 만드는 일을 “꽃 피운다”라고 말하는데, 아마도 무대를 준비하면서 관중이라는 꽃을 상상하며 만들었을지도 모르겠다.

먼저 가신 혼은 넋이라도 나와서 씻김 받고 돌아가라 하면서 억울하게 먼저 간 영혼을 ‘넋건지기’를 통해 불러내 씻김을 하는 절차를 넣었다. 마지막 부분은 신을 보내는 ‘송신’ 순서다. 신디의 강한 불협화음 위에 철현금 선율, 전자 콘트라베이스 세 악기와 소리가 어우러진다. “불쌍한 금일망자 혼이라도 왔거든, 넋이라도 왔거든 일가친척 상봉하고, 자식들 챙겨 못다한 말 나누고 극락세계로 가옵소서” 하면서 망자를 위로한 뒤 돌려보낸다. ‘비손’은 코로나19로 세상을 떠난 오대양 육대주의 영혼들을 위로하는 공연이라는 의미를 충실히 살려 펜데믹 시대를 살아가는 미약한 인간에게 기댈 공간을 만들어준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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