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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경의 진도문화 스토리텔링 / 단오(端午)에 즈음해 드디어 진도 쌍계사에서 약전차를 만들다
김미경의 진도문화 스토리텔링 / 단오(端午)에 즈음해 드디어 진도 쌍계사에서 약전차를 만들다
  • 藝鄕진도신문
  • 승인 2021.07.23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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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미경(스토리텔링 작가, 문학박사)

 지난 2021년 6월 15일, 그러니까 정확하게 단오 다음 날에 나는 “아름다운 이야기 할머니”를 하필이면 다산(茶山)의 유배지 강진에 가서 만나고는 급히 차를 숨차게 몰아 진도 쌍계사에 도착했다. 이는 단오에 즈음해 드디어 진도 쌍계사(주지 정상스님)에서 약전차를 만든다고 일휴(一休) 김양수 화백의 전화 한통 때문이었다.

 

    <2021년 6월 15일, 진도 쌍계사에서 “진도쌍계약전차”를 만들고 있는 모습>
 지금까지 진도사람들은 차(茶)에 대해서는 무심하다고 할 만큼 많은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혹자(或者)는 강진이나 해남만큼 진도가 차에 대해 주목하지 않은 것은 우리 진도에는 강진으로 유배 온 다산 정약용이나 해남에서 차에 대해 저술한 초의선사가 없기 때문이라고도 말한다.
 이는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바로 다산 정약용이나 초의선사가 차에 대해 언급하려면 그토록 줄기차게 꼭 인용해야했던 『동다기(東茶記)』의 저자 이덕리(李德履:1725년~1797년)를 모르고 하는 소리이기 때문이다. 이덕리는 진도에서 무려 20년 동안 유배생활을 했고, 진도에서 이 『동다기(東茶記)』를 집필했다.
 진도문화원 박주언 원장이 『동다기(東茶記)』에 대해 언급했을 때 나는 20여 년 전에 어느 학회에서 만났던 스마트한 한양대 국어국문학과 정민 교수를 떠올렸다. 그는 한시(漢詩) 등 한문학을 기반으로 하는 여러 어려운 문헌들을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대중적인 글쓰기”에 매우 열의를 가지고 많은 책들을 출간한 유명한 학자이다.
 나는 당장 정민 교수의 『잊혀진 실학자 이덕리와 동다기』, 『18세기 조선 지식인의 발견』, 『강진 백운동 별서정원』 등의 책들을 꼼꼼하게 탐독했다. 심지어는 지난 6월 27일에는 정민 교수가 2006년, 전의 이씨 이덕리의 『동다기(東茶記)』를 원주 이씨 이효천 선생에게 건네받았다는 강진 백운동 정원으로 답사까지 다녀왔다.  

   

<강진 백운동 정원의 안내판 및 제1경 옥판봉(玉版峰)에서의 필자 그리고 지금은 찻집으로 운영되고 있는 백운동 정원의 본채인 “백운유거(白雲幽居)”의 모습>
 『동다기(東茶記)』는 우리 진도가 “차(茶)” 문화의 원류(原流) 중의 하나라는 사실을 확인해 주는 대단히 중요한 기록이다.
 그래서 이번에 진도 쌍계사에서 목포대 국제차문화·산업연구소장인 차(茶) 연구의 대가 - 조기정 교수가 가져 온 약전차 성형도구로 만든 “진도쌍계약전차”는 그 나름의 의의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진도 첨찰산 아래 자리 잡은 천년고찰 쌍계사는 차로 유명한 하동 쌍계사랑 공교롭게도 이름이 같다. 어찌되었든 진도 쌍계사는 2021년 6월 15일을 기점으로 이제, 명실공이 진도 차(茶)문화의 부활을 주도해야 할 역사적인 사명을 가지게 되었다.
 나는 한창 방송작가로 활동하던 1991년, 서울대 근처에 있는 신림9동에 “전통다원(傳統茶園) - 구운몽(九雲夢)”을 열었었다. 서포 김만중의 대작 “구운몽”은 나의 은사이기도 한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정규복 교수가 40년이나 연구한 작품이기도 하지만, 작자 서포 김만중은 본관이 광산 김씨로 나의 선조이기도 하다. 이런 인연으로 나는 28살 때 별로 차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을 때 “구운몽”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과감히 전통다원을 연 것이다.
 그때부터 나는 차(茶) 공부는 물론, 경남 하동의 쌍계사부터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우전차(雨前茶)를 비롯해 세작(細雀), 중작(中雀), 대작(大雀) 등을 구입하느라 열을 쏟았었다.
 급기야는 2012년, 중국 북경 중앙민족대학의 방문학자로 가 있을 당시에는 중국 10대 명차(名茶)에 대해 강의를 듣고, 운남성(雲南省)의 경홍(景洪)을 비롯하여 보이(普洱), 곤명(昆明), 대리(大理), 여강(麗江) 등 차마고도(茶馬古道)를 맹렬히 돌아다녔다.
 그런데 으짤거나, 또 진도이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진도는 나와는 징한 인연이 있는 곳이다. 나는 지금 모든 바깥 생활을 정리하고 또다시 진도에서 진도 차(茶)의 부활을 꿈꾸며 이덕리의 『동다기(東茶記)』와 열심히 연애 중이다. 그러면서 내년에는 진도읍에다 서울에서 “서울대 신문사가 뽑은 가고 싶은 집 5”에 선정되었던 “전통다원(傳統茶園) - 구운몽(九雲夢)”을 다시 열까 고민 중이다.
 그래서 진도 성 밖 통정리(桶井里)에서 거북 등처럼 갈라지고 먼지가 가득한 흙벽 방에서 한(恨) 많은 20년을 살면서 그래도 차로 나라의 부강(富强)을 꿈꾸었던 이덕리의 인생을 재조명하고 싶다.
 그리고 진도 “차(茶)”로 진도의 부강과 대한민국의 부강을 다시금 꿈꾸고 싶다. 그래서 2021년 6월 15일, 진도 쌍계사에 모여 “진도쌍계약전차”를 함께 만든 사람들은 무지무지 소중한 분들이다. 사실, 단오날(6월 14일)에 군내면 용장사와 한사리 근방에서 녹차를 따느라 고생한 진도학당의 조정일 회장과 김진영 사장의 노고도 남달리 값지지만, 6월 15일, 비가 쏟아지는 궂은 날씨에도 오로지 진도 차의 부활을 위해 참여해 준 김양수 화백을 비롯한 많은 의식 있는 진도사람들(박순, 신재복, 박용기, 이병익, 최영애, 손선희, 박흥수, 김미향 등)에게 나는 깊은 존경의 마음을 보낸다.
 특히 진도 쌍계사 주지 - 정상 스님의 많은 배려와 목포대 조기정 교수와 그의 제자 이주현 선생의 해박한 차에 대한 가르침 그리고 차의 부활에 대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공한 임회면 남동리 한옥마을에 사는 목포대 박대석 교수 등은 보배로운 섬 – 진도를 차(茶)로 더욱 값지게 할 소중한 분들이다.
 앞으로 나는 진도의 많은 사람들이 지금보다 좀 더 적극적으로 진도 차(茶)에 대해 관심과 사랑을 가져주길 바란다. 이는 관심을 가지면, 그것에 대해 진정으로 알게 되고, 진정으로 그것을 알게 되면, 진심으로 그것을 사랑하게 된다는 나의 확신 때문이다.  

 
글쓴이/김미경                                                                            
·고려대학교 동양사학과/국어국문학과.·고려대학교 대학원 한문학(연행록)·민속학(스토리텔링)전공. 문학박사
·스토리텔링 작가. 前 원광대대학원 문화콘텐츠전공 교수/現 김미경스토리텔링연구소 소장·진도금골마루협동조합북카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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