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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고 칼럼 / “진도 신들의 섬, 남겨준 보물”
학고 칼럼 / “진도 신들의 섬, 남겨준 보물”
  • 藝鄕진도신문
  • 승인 2021.07.26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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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신안군의 섬은 9백 개를 조금 넘는다. 그렇지만 압해~암태도에 놓인 10.8km의 다리가 놓여 개통한 것이 2019년 4월이므로 벌써 2년의 세월이 흘렀다. 실제 다리 길이는 7.2km에 불과하지만, 이 다리를 거쳐 통과하는 섬 길의 길이까지를 합해 이 다리를 천사 대교라 부르고 가장해서 신안의 섬 숫자까지 1천4개라고 과장해 홍보하는 등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다.

진도대교가 개통되던 1983년 이후 진도에 몰린 수백만 관광객들을 생각하면 부럽기 그지없다. 근래 지도~임자도 사이에도 다리가 놓이면서 신안군 섬 관광객들은 절정을 이룬 감이 있으나 이 바람도 진도대교 개통 때를 생각하면 4~% 년 안에 그 태풍은 잠잠해질 것이다. 사람들은 이웃이 어딜 다녀왔다는 말만 들어도 감히 질 수 있느냐는 듯이 도시락을 싸 들고 달려간다. 그러나 이처럼 축에 끼기 위해 몰려드는 관광객은 사실 실속은 별로 없이 쓰레기만 버리고 지나간다. 어떤 풍경이 깊은 감흥을 주지 못하거나 기억에 남는 먹을거리가 없으면 다시 찾지 않는 손님들이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했는지 신안군은 섬마다 특색있는 꽃을 가꾸고 미술관, 전시관, 박물관, 수석관 등을 유치하고 울긋불긋 헌 집 지붕에 페인트 질을 하고 담벼락에 그림을 그리고 가까운 섬에는 나무다리를 놓는 등 법석을 떤다.

나무다리는 10년 안에 썩어 흔들거릴 것이고 벽에 그린 그림이나 지붕에 덧칠한 페인트는 녹슬거나 퇴색해 폐허처럼 변할 것이다. 그때마다 군비를 들여 다시 치장해 보았자 한번 가본 사람들은 인위적으로 만든 급조조형물이나 잠깐 피었다 지는 꽃을 보러 그 먼 곳을 찾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신안군에 견주면 진도는 섬 수가 4분의 1밖에 되지 않고 섬과 섬을 연결한 연도교라야 조도대교뿐이다. 신안군이나 완도군을 본떠서 법석을 떨 처지는 아니지만 조용해도 너무 조용하다. 물론 지역 언론 기자들의 활동이 6개 읍면을 차지하는 몸 섬(체도)에 치중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성도 있겠지만 군 홍보가 부족한 점이 줄 것이고 진도군이 주변 섬에 관심이 적은 편이라는 군정 탓도 있을 터이다.

신안군 내 섬과 섬들이 다리로 연결되고 있는 속도를 보면 진도는 벌써 조도~나배도·상조도~옥도 다리는 완성되어야 했고 하조도~관매도, 지산면~가사도, 동거차도~서거차도 정도는 한곳쯤 착공되었어야 균형이 맞는다. 물론 팽목과 하조도 간에 다리가 놓이면 좋은 일이지만 이것은 먼 날의 꿈이다.

일본도 이미 50여 년 전에 섬과 육지를 연결하는 연도교 사업이 활발했고 인구 5천 명 이상의 섬에는 비행장건설이 활발했다. 오늘날 일본 섬 비행장 40여 개 중 20여 개가 폐허가 되어있다. 섬이 육지에 연결되고 보면 잠깐 구경꾼들이 몰리지만 결국 구경꾼 발길이 끊기면 그곳 토박이들마저 섬을 버리고 이웃 도시로 옮겨가 무인도가 되는 섬들이 생겨나고 있다. 연륙교는 도시 사람들이 쓰레기를 싣고 비어있는 섬에 버리고 몰래 산에 올라가 돌과 분재감 나무를 캐가는 통에 연륙 반대 현수막이 걸리기도 한다.

섬이 육지와 다리로 연결되면 문화생활, 의료편의 탓으로 가까운 도시로 집을 옮기고 이미 살던 섬에서는 고기잡이를 하거나 농사를 짓는 곳일 뿐이다. 그마저 한국 이상으로 노령화가 빨리 와서 젊은이들이 고기잡이나 농사를 기피업종으로 취급해 어장마저 비어있다. 이 때문에 일본 섬사람들은 바다에서 고기와 전복을 양식하는 것이 아니라 육상에서 양식하고 전복도 진주 생산을 위한 양식 정도이다.

요새 김이 외국으로 수출되면서 수요가 늘어 양식 어민들의 소득이 괜찮지만, 점차 외국 노동자를 확보하지 않는 한 자가인력만으로 양식하는 어업은 점점 어려워질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 진도군이 섬 개발에 큰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은 미래를 내다보는 현명 한(?) 정책이라고 칭찬할 수는 없다.

섬은 미래의 귀중한 지역자원이고 이 자원은 군민들이 활용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진도의 섬들은 인공을 가하지 않고 숨겨둔 자원이다. 진도의 섬들은 신이 만든 정원 같고 신이 사는 섬들이다. 섬 이름들을 하나하나 새겨보면 그 뜻을 알 수 있다.

광대섬, 불섬, 가사도, 주지섬 등 서쪽 섬들은 모두 신이 사는 전설의 섬들이다. 신이 사는 섬들에 흉측한 인공덧칠을 할 필요는 없다. 다만 쓸모있는 나무나 꽃들은 가려 키우고 자연스러움을 헤치는 잡풀이나 장애목만 쳐주면 된다.

조도 남쪽의 외진 섬 독거도는 울릉군의 독도와 같은 섬이다. 독거도는 눈항나무섬으로 가꾸는 등 기왕에 많이 자란 수종 중심으로 특화 계획을 세운다.

독거도에는 구멍 섬과 갈매기섬 고깔 섬 등이 있다. 죽항도와 사이에 있는 슬도는 바다섬이라고도 부른다. 비파섬에서는 남풍이 불어와 태풍 조짐이 있으면 바다소리가 울린다. 이섬에 남북으로 뚫린 해식동굴이 있고 이 동굴은 섬의 중간쯤으로 다시 뚫려 바람이 그 해식동굴을 지나가면서 소리를 내는 것이다. 구멍섬(혈도)도 개울음소리에 한몫을 하고 고깔섬도 소리를 낸다. 바람이 불때면 이 해역에서는 자연동굴들이 내는 오케스트라를 들을 수 있다. 이런 자연자원을 두고도 진도사람들은 자기들 섬이 보물임을 알고 써먹을 줄 모르니 안타갑다.

사람이 살다가 무인도가 된 각흘도, 탄항도 백야도 등 몇몇 섬은 사람이살 수 있는 물이 있던 섬들이므로 크게 손질하지 않아도 무인도 캠핑장이나 체험장으로 쓸 수 있다. 잊을 수 없어 또 찾아오는 섬으로 가꿔야 진짜 보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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