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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이는 날개로 걷는다”
“거북이는 날개로 걷는다”
  • 藝鄕진도신문
  • 승인 2021.10.03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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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김현을 찾아서

                                       진도에 김현문학상 제정된다
 칼과 창은 네안데르탈들의 동굴 속으로 묻혔다. 지금은 아무나 촌철의 화살을 마구 쏘아댄다. 화려한 조명의 스튜디오에서 광장에서, 더 이상 나부끼지 않는 일간지에서 종교의 메시지로 독을 화장한다.
 다시 김현을 찾아서
 “모든 거리두기는 위선이다!”
  10월 10월 전남 목포시에서 전국 최초의 '목포문학박람회'가 열린다. 목포시는 올 처음 10월 7일부터 10일까지 목포문학관 일원, 평화광장, 원도심 등에서 '2021목포문학박람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박람회는 '목포, 한국 근대문학의 시작에서 미래문학의 산실로'라는 주제에서 엿볼 수 있듯 목포 문학의 우수성과 고유성을 조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문학의 대중화로 외연을 확장하면서 과거와 현재, 미래로 이어지는 우리나라 문학의 궤적을 펼쳐보인다. 입맛에 갯바람이 묻어온다. 비릿한 굴내옴이 온다.
 지난 봄에 인천 헌책방 아벨서점에서 김현 관련 책 다섯권이 왔다. 곽의진선생 따님 조련배우가 내 부탁을 들어준 것이다. “정말로 아무것도 말하지 않기 위해서는 언어는 어떻게 받아들여져야 할까?” 문학인이 ‘언어를 거짓말하지 않기 위해 사용하라는 자들의 가장 근본적인 질문’과 숙명적인 조건으로 김현은 서술한다. “시를 잉태한 언어는/ 피었다 지는 꽃들의 뜻‘을 나는 제대로 담지 못했다. 절은 날은 오히려 익지도 않은 향기를 엎그리며 시골집을 시앙쥐처럼 드나들었다. 구절초가 피고 어머니는 다리아픔을 말하지 않았다. 이번 목포 문학박람회는 문학을 주제로 개최되는 전국 최초의 박람회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목포가 예술의 항구처럼 우리나라 문화예술행사의 지평을 넓힌 셈이다. 이런 전례가 없는 새로운 행사를 시도하는 배경에는 문화예술에 대한 자부심, 특히 문학의 자긍심이 깔려있다. 목포는 김우진, 박화성, 차범석, 김현 등 우리나라 문학사에 큰 업적을 남긴 문학인이 태어나거나 성장한 도시다. 이 밖에도 천승세 김지하가 있지만 아무도 색바랜 해바리기가 병실의 항아리에 꽂힌듯 손을 내밀지 않는다. 곽의진씨는 목포와 진도의 사이 시아바다다.   목포시장은 "예비문화도시 지정을 계기로 목포만의 문화자원인 문학을 부각하고, 브랜드화하기 위해 전국 최초로 문학박람회를 개최하게 됐다"며 "문학박람회는 목포와 우리나라 문학의 현주소와 미래를 가늠하는 장일 뿐만 아니라 코로나19 장기화로 지친 시민과 관광객의 마음에 위안을 줄 것이다"고 개최 배경을 설명했다.
 진도는 유배문학관이 절실하다. 호남을 대표하는 그런 문화건축물이 가장 촌스럽게 자연을 닮은 집과 마당이 들어서야 한다. 진도의 사람들은 김현식으로 ’풍속의 인간‘들이다. 풍속은 곧 민속이다. 민속은 철학이며 또 다른 역사다. 그 역사가 햇살도 달빛도 받지 못하면 부스러지고 매립되고 만다. 나도 장의균도 헛것들이다.  이번 '2021목포문학박람회'에서는 전시, 강연, 경연, 체험 등 109개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공간적으로 살펴보면 목포문학관 일원(갓바위문화타운)과 원도심 등에서는 4일 내내 각종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평화광장에서는 개막식, 목포문학상 시상식, 폐막식 등이 진행되는 가운데 목포해상W쇼가 매일 오후 8시부터 1시간 동안 펼쳐진다. 목포문학관 일원은 △주제관 △전시관 △4인4색 문학제 등이 운영된다. 문학박람회의 꽃인 주제관은 '2021목포문학호'라는 이름의 배를 형상화해 일제 강점기 3대항 6대 도시이자 한국 근대문학의 시발점이었던 목포를 시작으로 남도문학, 한국문학 등 4개 항구를 항해하는 문학여행이 컨셉이다. 제1항구에서는 '한국근대문학의 시작 목포'라는 주제로 목포문학이 근대문학의 시작임을 조명하면서 목포 문학의 발자취, 대표 작가, 문학공간 등을 항해한다. 제2항구에서는 '목포가 견인한 황금어장 남도문학'이라는 주제로 남도문학을 꽃피운 작가들과 문학의 배경이 된 남도를 소개한다. 제3항구에서는 '세계로 항해하는 한국문학'을 주제로 세계를 빛낸 k-문학과 다양한 사업으로 변화된 문학을 볼 수 있다. 제4항구에서는 '디지털 놀이로 즐기는 미래문학의 바다'를 주제로 모션 인터랙티브, 오디오북 만들기 체험 등을 경험할 수 있다.
  문학전시관은 △출판관 △글자콘텐츠관 △미디어셀러관 △프린지무대 △헌책방관 △독립서점관 △문학체험관 △문학 웰니스테라피존 등으로 구성된다. '출판관'은 책라이브 커머스와 유튜브 토크쇼, 스마트 출판 체험 등 미래 출판 마케팅 노하우를 습득할 수 있는 장이다. '글자콘텐츠관'은 한글날(10월 9일)을 기념하는 전시로 한국문학을 있게 한 한글의 조형미를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손 글씨 폰트 만들기' 등이 운영된다. '미디어셀러관'은 만화와 웹툰을 소재로 웹툰 영화 캐스팅 디렉터 체험, 순정만화 주인공 체험, 드로잉 체험 등이 마련된다. '프린지무대'에서는 마임, 인형극, 퓨전 국악연주, 무용, 마술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이 펼쳐진다. '헌책방관'은 헌책 기부와 판매를 통해 수익금을 기부해 문학박람회의 선한 영향력을 전파한다. '독립서점관'에서는 개성과 취향을 공략하는 독립서점의 특색과 매력을 선보인다. '문학체험관'은 미니북만들기, 액자만들기, 책갈피만들기 등이 진행된다. '문학웰니스테라피존'은 문학과 웰니스를 결합한 것이 컨셉으로 잔디밭에서 문학을 매개로 힐링하는 시간을 진행한다. 목포문학관에서는 김우진(7일), 차범석(8일), 박화성(9일), 김현(10일) 등 매일 문학인 1인을 집중 조명하는 4인4색 문학제가 진행된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삶의 복원력이 중요해졌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일상이 통째로 휘청거리는 충격이 발생했지만, 그래도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는 폴 발레리의 시구처럼 사람은 다시 일어서야 한다.”라며 우리들의 모든 삶이 긴급조치로 소급되던 시대, 70년대를 풍미했던 정현종 시인의 시 '떨어져도 튀는 공처럼' 생각난다고 다시 상기시켰다.
상상력과 실천사이에 격랑의 ‘책바다’를 건너온 ‘늙은 뱃사공’ 흉내를 냈을까? 프랑스는 바다였다. 동굴이었다. 낮을수록 흐릴수록 더 선명해지던 로트렉과 르노아르의 눈이었다.

문학 평론가 김현(1942~1990)은 당대의 준엄한 풍류였다. ‘모던한 시대’는 이미 예감되었지만 더 깊은 성찰과 알을 깨는 아픔을 받아들일 공력이 불일(不一)하였다. 그의 세심한 통찰을 받지 못한 작가들은 인연을 원망하였다고 임동확 시인은 어느 해 김현문학축전에서 밝힌 적이 있었다. 그의 10주기를 기념한 심포지엄이 원주 토지문학관에서 열린 것은 또 다른 인연이 깔려 있다. 목포 출신 시인 김지하의 부친이 원주와 인연이 있었다. 박경리 선생은 그 다음 이었다. 부안과 영광 그리고 무안 목포 해남은 일제강점기 호남 서남쪽 경제루트였다.
나는 그의 삶을 따라가며 답설하고자는 뜻은 없다. 나는 고향에 돌아와 첨찰산의 예지와 만나지 못하고 아직도 작은 숲에서 길을 헤매이고 있으나 김현은 오래 전부터 금현(琴絃)을 타고 서방정토로 가는 바다의 낙조에 물들어 흐르고 있을 것이다.
갑골문의 재료로 쓰였던 ‘거북이’ 배때기를 닮은 김현은 특히 정현종의 시를 놓고 이렇게 풀이했다. "둥근 공, 원은 쓰러지는 법이 없으며 항상 가볍게 떠올라 곧 움직일, 곧 놀 준비가 되어 있다. 원은 놀이의 표상이다. 그 원의 놀이를 시인은 꿈꾼다. 아니, 차라리 그것이 시다.“라고 턱월한 해법과 통찰을 내보였다. 쓰임새는 비움에서 온다는 2천오백년 전 노자의 철학관이 언뜻 스쳐간다. 되돌이표 부드러움과 원형이다.
김현의 비평은 다스림이다. 흙을 터는 일이다. 두 다리를 잘리면서도 ‘화씨벽’을 찾는 수고로움이다. 애써 작품을 제 잣대로 심판하거나, 처참하게 해부하지 않았다. 시인이 사물과 교감하는 놀이판에 비평가가 합류하는 '공감의 비평'을 실천했다. 그의 다독은 이미 정평이 났다.
진도에는 향토문화회관 앞 다리에 여러 진도출신 예인들과 함께 김현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문학인으로서는 유일하다. 그러나 더 쓸쓸하다. 그를 추모하는 어떤 글도 행사도 진도에서 찾을 길이 없다. 그의 본명은 김광남이다. 진도초등학교 학적부에 실려 있다. 부친은 진도읍 남동리에서 ‘구세약방’을 했다고 현지 지역 인사들은 증언한다.
 김현은 1990년 6월 27일 48세에 병환으로 작고했다. 거북이처럼 장수하지는 못했다. 술을 즐겼지만 술에 빠지지는 않았다. 후배문인들을 불러 술을 사주며 문학담론을 즐겨했다. 이는 곧 수 많은 평론의 거름 못자리 역할을 했다. 늘 자신에게 치열했던 사람. 서울대 불문과 교수를 지낸 그는 “외국 문학을 수용하고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국 문학에 창의적으로 접목시킨 비평가였다. 문학가에서는 프랑스 현대문학 이론이 '김현'이라는 통관 절차를 거쳐 한국에 진출했다고 해도 그리 틀린 말은 아니다. 그가 쓴 '프랑스 비평사'는 불문학도뿐 아니라 모든 평론가 지망생들의 필독서였다(박해현)”고 추모했다.
 김현은 "시를 쓰기엔 언어를 다루는 능력이 부족하고, 소설을 쓰기엔 현실과 싸울 힘이 없다"고 스스로 낮추면서 평론가로 활동했다. 하지만 그의 비평은 시에 버금가는 말의 울림을 남겼고, 소설 못지않게 현실의 숨은 구조를 들추어냈다.
 문단에서는 지금도 뛰어난 비평가들이 몇몇 있지만, 솔직히 김현을 완벽하게 대체할 만한 인물은 없다고 한다. 이제 책읽기는 고루해진 듯하다. 간서치 이덕무를 떠올려본다. 김현은 글만 잘 쓴 게 아니라 한국 문학사에서 새로운 우리말 문체를 개척한 창조인이었다. 그는 골방에 갇혀 글만 쓴 게 아니라, 동시대 글쟁이들과 숱하게 어울려 술판을 벌이면서 토론을 서슴지 않았고, 젊은 후배들을 뜨겁게 격려한 '인생의 등대'였다. 박해현은 다시 강조한다. “김현보다 더 뛰어난 비평가는 나올 수 있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가 일상화된 시대 이후 김현처럼 살가운 비평가는 여간해서는 나오기 힘들 것이다.”고 했다.

 가을비가 내리는 날 목포 뻘밭 산낙지들이 삼학도를 건넌다. 세발낙지 구멍마다 뽀글뽀글 소리가 바닥을 거어간다. 세마치장단이 나무젓가락에 둘둘 감겨 온금동 골목에 짝짝 달라붙어 담쟁이속에 숨는다. 서울로 간 세상은 갯벌같은 현실을 주의깊게 살펴보는 것을 잊었을 때 벽은 다가오고 아무런 통찰을 담지 못한 이야기들까지 깊이 듣던 사내. 어느땐가 쉬미에서 누구나 외눈박이가 된다는 가사도 앞 저 잿빛 바람의 흔적이 차범석의 잿두르미 발춤에서 자작나무 침향을 담근다.
 가을비가 내리는 날, 가을비가 추적추적 유달산 벽화를 적시는 오후 비탈진 동네 미장원 골목에서 내 목을 길게 내민다. 나는 습관처럼 심장을 꺼내 갑오징어 말린 바람의 대화에 놓을 때 삼학도가 하얀 배고품이 소금기에 말려지는 갈대밭엔 시실리아 암소를 끌고 온 김현의 발자국이 지나가고 있다. 식민지를 건너온 달빛은 퇴화된 날개. 고래도 거북이의 등껍질질도 유리벽에서 박제가 되어 있다. 안개의 손님이 등 뒤로 뒷걸음을 한다.
 그의 은혜로운 지팡이를 맞지않은 시대의 작가들의 비애
 거북이가 그물이 되어 한 시대의 갯강, 부러진 화살들의 합창이 문학과 지성의 뻘밭을 건너 걸어오고 있다. 부줏머리 숭어떼 비늘처럼 버려진 신새벽의 노래여 날개여. 거북이를 타고 하얀 암소가 걸어온다. 김광남. 아버지는 아들이 “세상을 구하라” 남동리에 구세약방을 내고 새벽열차를 끌고 온 백두산 아래 산길 산길 눈보라를 타고 물길 물길을 타고 빛의 남쪽 광남(光南) 한 사내가 안경을 쓰고 제 날개의 깃을 뽑아 시대를 엮던 갈대여. 모순 만이 새벽 도깨비시장을 열고 만화방의 등불로 껴안아주던 60년대. 목포의 화가들은 뻘밭을 기어다녔다. 항아리 마다 화랑기를 가득 채우며 수평선을 밀고다니던 안좌도 철새들의 바상. 정갱이처럼 삭아버린 나무들을 그리던 남농의 그림방은 거북이등허리로 쩍쩍 갈라지고 어디선가 산불이 타올랐다.
 목포 바다에는 벽파진과 어란포 니부끼는 80년대. 아무도 아침을 만나지 않았지만 판옥선의 회오리 꿈,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의 기다림이 귀신고래가 되어 유신의 심장을 걸어놓고 있다. 모든 날개에는 욱단이의 물지게가 걸려있디. 차범석의 학춤이 출렁거린다. 듣는 자들이 사라진 목포의 벽 목포의 노래 살아서 화석이 되어버린 노점상들.
 목포 유달산에는 부엉이가 살지 않는다. 관음사는 졸고 삼송도는 아직도 매복에서 깨어나지 못한 채 고하도 미네르바의 사원, 이충무공은 김현처럼 진도를 바라보지 않았다. 신안 바다에서 수달들은 자맥질을 하며 낡은 분화구의 달을 건져낸다. 명량바다의 요고소리는 어디로 흘러갔을까. 다순구미 가게에서 교련복을 입은 80년대 청년들이 서성거린다.
 질척거리는 시대. 침묵하는 구지봉 아래 거북이로 태어났지만 향유를 품은 고래의 길을 쉬임없이 헤엄쳐갔던 김광남. 빛의 남자. 시대의 모순을 문학과 예술의 가장 거름진 밭으로 삼았던 김현. 기피른 골목을 휘적휘적거리며 물지게처럼 차오르던 김 현. 그는 유달산의 거북이 이구아나쳤다. 그의 눈은 잣나무이자 바이블이었다. 신의 고통스러운 잔령조였다.


*나는 읍내 골목 만화방과 산길 구절초 무더기 속에 숨어 살았다. 누군가를 읽는다는 것. 고통스러우며 즐거운 글읽기가 모음이 타락되어 목포 하당 저녁을 순례한다. 갓바위가 청설모 귀를 보내왔다. 대나무가 하얀 꽃을 피우던 90년대 목포는 밀감처럼 칭백했다. 나는 진도의 사생아였다. 구부러진, 차가운 영혼의 등껍질이었다. 목포역 도깨비시장을, 좇겨난 새벽별들이 끌고가는 리어카, 똑 같은 생일날을 갈치묶음으로 늘어놓은 21세기를, 빛깔이 달린 단추를 풀며 떨이를 하는 목포 온금동 ‘조도갈 이’가 매립지마다 스멀스멀 기어간다.
 세월호가 신항에 끌려와 트라우마라는 볼모가 되었다. 대통령후보들이 게걸음을 하며 비켜간다. 접근금지 쇠사슬 아래로 황구가 깨갱거리며 비린내를 쫓아다닌다. 책읽기가 끝난 바다는 하얀 부표들을 풀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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