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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늙기 쉽고 노인은 젊다
소년은 늙기 쉽고 노인은 젊다
  • 藝鄕진도신문
  • 승인 2021.11.02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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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늙기 쉽고 학문은 성취하기 어렵다” 이 두 가지 일 중에 한 가지는 이뤄냈다. 아주 쉽게 늙었다는 것이다. 학문이래야 애당초 보잘 것이 없으니 포기한 지가 오래고, 계절로 치면 오동나무 잎이 구르는 시기쯤인가? 주자처럼 훌륭한 학자도 세월이 감을 한탄하였듯 사람은 누구나 노인이 된다. 그러나 세월은 아주 공평해서 누구나 일 년에 한 살씩 더 먹어가며 그 끝 또한 똑 같다.

어쩌다 (사)대한노인회 진도군지회 부설 제33기 진도노인대학에서 노인들을 위한 봉사를 하게 되었다. 호적이 늦게 되어 있다 보니 아직 법적인 노인이 되지 못하고, 노인 혜택 또한 하나도 누리지 못한 터라서 나는 내가 아직 젊은 줄 알았다. 노인의 지나 온 길에 젊음이 있으므로 나는 아직 젊음의 거기 어디쯤에서 서성거리는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라네. 나도 노인이라네. 그래서 함께 2년의 임기를 시작했다. 코로나 때문에 반을 오전 오후 두 반으로 나누고 입학식을 두 번이나 치루는 이상한 대학 생활의 시작이었다. 그러나 나는 노인대학생들이 자랑스러웠다.

우리 노인대학은 조도 분교를 포함해서 150명의 학생들이 체력단련, 레크레이션, 건강상식, 생활상식 등으로 48시간의 교육과정을 편성하여 학사일정을 소화한다. 코로나19로 인하여 작년에는 휴교를 겪었고 올해도 법정 인원만을 수용하기 때문에 본교와 분교가 비상경영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어려운 가운데도 보건소, 경찰서, 자원봉사자들의 협조를 받아 문화 사회적인 갈증을 겪고 있는 노인대학생들을 위하여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한 학기동안 도와주신 분들에게 이 기회를 빌어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

진도군 노인대학교 학생들이신 대부분의 어르신들은 해방을 겪으셨다. 한국전쟁도 겪으셨다. 혼란과 흉년의 보릿고개라는 아득한 고개들도 함께 넘으신 분들이다. 자신들은 많이 배우지 못했으니까 자식들만큼은 열심히 가르쳐 훌륭한 사회의 역군으로 키워냄으로써 선진국 한국의 초석을 닦으신 자랑스런 노인들이시다.

한국도 이미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다. 예전에는 일본에 갈 때마다 제일 처음 만나는 택시 기사나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많은 사람들이 노인인 것이 신기했다. 오키나와부터 북쪽 끝 홋카이도까지 모두 마찬가지였다. 이제 우리나라도 그 대열에 들어섰다. 노인들은 항상 일하는 것에 익숙하고 몸이 지쳐 쓰러질 때까지 손에서 일을 놓지 못한다. 일 이외에 잘하는 것이 없다. 자신을 위해 시간을 사용하고 자신의 행복만을 위해 살아본 적이 없는 분들이 지금의 노인세대이다. 재산을 일구어 자식들의 몫으로 남겨두고 정작 자신들을 위해서는 돈 한 푼도 아끼는 사람들이다. 부모님의 노후를 책임지고 보살펴 드리는 옛 풍습을 굳건히 지켜왔지만, 정작 자식들의 보살핌은 아예 기대조차 하지 못하는 그 분들이 바로 우리 노인들이다.

2021년 6월말 현재 65세 이상의 진도군 거주 노인은 10,321명이다. 진도군 전 인구수의 1/3이다. 6월 한 달에 5명이 태어났고 41명이 사망했다. 이것이 현재 우리군의 노인 현황이다. 그러나 우리 노인들에게, 인구의 비율에 대해 함께 걱정하자고 이 이야기를 꺼낸 것은 아니다. 우리 노인들이 젊었을 때 흘린 땀을 바탕으로 나라가 일어섰으며, 지금은 선진국으로 다른 나라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이제는 국가에서 노인들을 보살펴야할 때이며 그것은 당연한 일이다. 우리가 국가에 바친 피와 땀을 담보로 우리의 노년을 보장 받아야한다. 그러나 노인들은 아직도 국가의 보살핌을 받는 데 서툴다. 모처럼 군청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주민복지과의 예산을 살펴보았다. 어딘가 조금 부족한 느낌이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헌법적인 가치인 참정권을 슬기롭게 행사해야한다. 쉬운 말로 우리의 지도자들을 뽑는데 우리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훌륭한 사람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자는 말했다. 임금은 임금답게, 신하는 신하답게, 백성은 백성답게 사는 세상. 살아온 노년의 경륜을 바탕으로 지도자다운 지도자를 선택하는 지혜를 가져야한다.

노인들이 앞으로 경험할 세상은 아주 낯선 사회일 것이다. 코로나19는 전염병이라는 단순한 질병을 넘어서 사회의 질서나 풍습 등의 변화가 불가피할 만큼 위협적이다. 관혼상제라는 전통적인 풍습이 변화할 것이며 개인주의는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다. 후한서 동이열전/後漢書 東夷列傳에 기록된 우리의 풍습은 지금과 비슷한 점이 많은데, 삼년상과 장가가는 풍습과 동성결혼 금지 등이 기록되어 있다. 그렇게 수천 년을 이어 온 풍습이 여전히 오늘날에도 유효하게 남아 있지만, 이후에 도래할 세상은 너무나 급격히 변화하고 있어 우리를 어디로 데려갈 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변혁의 시대를 맞이하여 이제 새롭고 낯선 질서를 이끌어가는 현명한 지도자가 더욱 절실히 요구되며, 노인들이 새 시대에 잘 적응을 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것이 우리 노인대학에서 추구해야할 중요한 교육과정이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은 젊고 건강하다. 우리 노인대학 학생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꿈꾼다.

                                                                천병태 (진도 노인대학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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