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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씨구 좋다, 잘~한다” 진도 소포리 검정쌀 마을
 “얼씨구 좋다, 잘~한다” 진도 소포리 검정쌀 마을
  • 藝鄕진도신문
  • 승인 2021.11.12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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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쌀 명인 주만종

대한민국에서 3번째로 큰 섬 진도에 가면 글씨, 그림, 노래, 이 세 가지를 자랑하지 말라고 했다. 그만큼 진도는 유명한 예술가와 심금을 울리는 명창들이 많이 태어난 곳이기 때문이다. 그 중 자연과 예술이 하나로 어우러진 지산면 소포 검정쌀 정보화마을 체험한마당은 진도의 명물로 꼽힌다.

진도의 면적은 430.6㎢ 이다. 동쪽은 명량해협을 사이에 두고 해남반도로 이어지고, 서쪽은 황해, 남쪽은 제주해협으로 틔어 있으며, 북쪽은 해남군 화원반도 및 신안군의 여러 섬들과 마주한다. 진도읍과 6개면으로 이루어졌으며 군청소재지는 진도읍 성내리다.

섬으로 이루어진 군이지만 대부분 농업을 전업으로 한다. 주요 농산물로는 쌀, 쌀보리, 콩,목화, 참깨, 고구마, 마늘, 진도대파, 배추 등이 많이 생산된다.

한국의 대표민요인 <진도아리랑>의 발상지인 진도는 예로부터 문화와 예술의 고장으로 알려져 왔다. 진도아리랑을 비롯해 남도지방에서 불리는 창이나 민요 등 어디를 가나 부녀자들의 노래 가락을 들을 수가 있다. 진도지방에서 불리는 토속민요는 김매기 등 농사를 하면서 부르는 농요가 대부분이고, 닻배노래 등 고기를 잡으면서 부르는 어업요나 유희요 등이 많다.

정보화마을 진도 지산면 소포리는 연륙교인 진도대교가 세워지기 전까지는 진도의 관문이었다. 160가구에 400여명의 주민이 살고 있으며 단위부락으로는 진도 관내에서 가장 큰 마을이다. 진도민속의 본고장이기도 하다.

소포리 검정쌀마을에 가면 거나한 체험놀이판이 수시로 벌어진다. 마을 주민들이 모두 소리꾼이다. 흥타령, 육자배기, 강강술래, 남도들노래, 진도 상여소리가 온 마을을 휘감고 돈다. 사라져가는 소리의 사설들도 찾아볼 수 있는 곳이다. 무대 위에서 보여 지는 공연이 아닌 함께 즐기는 삶의 모습은 문화 충격으로 다가온다. 사람들은 공연이 끝난 한참 후까지 행복감과 아쉬움으로 모두들 자릴 떠날 줄 모른다.

소포리 걸군농악

이 작은 마을에 자생적으로 조직된 전통 민속보존회가 일곱 개나 된다고 하니 더 이상 무슨 말이 더 필요하랴. 걸군농악에서 북놀이 상쇠 역할을 맡은 조열환(64)씨는 마을 어르신의 권유로 스무 살 때부터 시작한 농악이 올해로 44년째다. “내 흥에 겨워한다.”는 어르신은 농사일 하면서 짬짬이 하는 농악이 경제적 보탬은 없지만 그래도 즐겁다고 한다.

김매는 소리, 들노래, 기타 전해져오는 희귀한 소리들이 예전에는 많았었는데 그 소리들이 이어지지 않아 아쉽다는 한남례(75)씨는 구전민요를 연로하신 분에게서 녹음을 했는데 “짠뜩 느린께 힘들어, 그 안에 별소리가 다 있어.” 하지만 녹음해서 어느 정도 배웠다. 또한 나이 50이 넘어서야 정채심, 김막금 씨에게 들노래를 계란 사갖고 다니면서 배웠다며 방아타령을 구성지게 한가락 뽑으신다.

“얼씨구 씨구 절씨구 씨구 방아로구나. 이 하~에 헤야~ ”

처음 배울 때 기둥을 붙들고 상모돌리기를 연습했다는 홍복동(75)씨는 우도농악에서 사용하는 부들상모돌리기가 50년이나 됐다. 손에서 강약이 흘러나온다는 김내식(68)씨의 북놀이도 가슴을 두드린다.

“우리 시아제 북치는데 보면 뒤로 딱 나자빠져 부러, 어디가 이런 굿이 있냐? 하고...”

전국을 다 돌아다녀도 이런 굿이 없다는 한 할머니는 옛날에는 매굿(잡귀를 쫓아내고 복을 불러들이기 위한 축원 굿)치고 동네 돌아다니면서 몇 개월씩을 했다고 한다.

이날(11월 4일)의 체험행사에는 서울대 전경수(59. 인류학)교수의 주선으로 서울대, 덕성여대,서울여대생 84명이 참여했다. 한남례씨의 향토민요 ‘흥그래타령’에는 삶의 애환과 고달픔이 녹아있다.

“얼씨구 좋다, 잘~ 한다!”

추임새를 넣으며 어느덧 모두가 하나 되었다. 고수 장단에 맞춰 3명의 아주머니들이 부르는 ‘봄타령‘에 함성과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온다. 중요무형문화재 <진도 다시래기>의 전수조교 이민석 어르신과 고수대회 대상에 빛나는 박근영 선생의 소리는 전통음악에 낯선 이들의 마음까지 뒤흔들어 놓는다.

“기가 막혀 말도 못하고 노래를 할라” 코믹한 몸짓에 한바탕 폭소가 터져 나온다.

“대학생들도 박수 칠지 아요? 올~채 좋다!” 또다시 박 선생의 ‘흥보가‘가 이어진다.

“내 옷 가져오너라. 도둑질을 해 묵을라면 부잣집에서하지~ 아이고 아이고 내 신세야, 나 어쩌다가 이렇게 깨를 벗어 부렀소. 이제 노래도 떨어져 부렀소“

지구촌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 마력

이날 체험행사에 참여한 전소정(24. 덕성여대 문화인류학과 4년)씨는 “단순히 듣기보다는 청중과 함께 흥을 나누고 끌어당기는 힘이 실린 판소리의 느낌이 좋다”고 한다.

북에 김내식, 상모돌리기 홍복동, 상쇠 조열환, 징 박금영, 장고 임귀현 이상 5명으로 구성된 걸군농악의 신명난 한판이 벌어졌다.

사회자인 전수관장 김병철(44)씨의 소개로 서울대 교환학생인 독일의 마틴, 대만학생의 사투리 노래에 박수장단이 이어진다. 이렇듯 음악은 지구촌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 마력이 있다. 말레이시아, 방글라데시, 독일, 일본 등지에서 온 학생들의 문화도 선보인다. “진정 좋았거든 이웃에게도 알려 많은 사람들이 함께 나눴으면 좋겠다”는 그는 일본 오끼나와에서 온 오시키군과 이또애 두 학생도 불러냈다. 두 학생이 머뭇거리자 객석의 할머니가 “빨리빨리 해라. 안 하면 이 할망구가 나가서 해 분다.” 소리치자 좌중은 폭소바다가 되었다.

실내가 정리되고 이어지는 ‘강강술래’는 멈춘 듯 이어지고, 느리다가 빨라지고, 원으로 이어졌다 다시 둘로 나뉘고, 손에 손 잡고, 발을 탁탁.... 얼굴에는 함박미소가 번진다. 이어지는 춤사위는 맺고 풀기를 반복하다 사이사이를 돌고 술래잡기 등의 놀이도 간간히 선보인다. 이어 체험객들이 하나 둘 손을 잡고 하나가 된다. 이게 바로 우리가락의 진면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 뒤풀이 어울림 한마당은 그야말로 신명난 한판이다. 신바람이다. “우리의 삶이 이렇듯 아름답다는 걸 왜 몰랐을까”하는 뒤늦은 후회도 든다. 다른 세상에 잠깐 다녀온 듯 행복한 표정들, 모두가 아쉬움으로 오랫동안 발길을 떼지 못한다. 한참만에야 민박집으로 발길을 돌린다.

서울대 인류학과 전경수(59)교수는 소감 한 말씀 해달라는 기자의 질문에 “땀나죠!”라고 짧게 답한다.

“서양에 물들어 우리 것을 못 따라가니 땀나죠. 그걸 어떻게 학생들이 따라갔으면 하는 마음에서 참여했습니다.”

짜여진 것이 아닌 각본 없는 자연스러움이 사람마음을 이리도 흔들어 놓다니, 저마다의 얼굴에는 행복이 넘쳐흐른다.

민박집(임귀현 위원장댁)의 장어국이 별미다. 애호박 듬성듬성 썰어 넣고 된장, 고추장 풀어 넣어 팔팔 끓이다가 생장어를 넣어 끓여냈다.

쌉쌀한 고들빼기, 담콤한 지취포, 새콤하고 시원한 묵은지, 창란젓, 깻잎무침, 바삭하게 집에서 구운 김 등 정성이 듬뿍 담긴 조촐한 상차림이 맛깔스럽다. 밥(고봉밥)도 수북하다. 넉넉한 인심에 포만감이 가득하다.

검정쌀은 1kg에 4천원 일반 쌀값의 배가 된다. 국내 검정쌀의 70%가 생산되는 소포리는 아이러니하게도 흰쌀은 사먹는다. 검정쌀로 밥을 지으면 구수하고 멋진 향이 난다.

“밥맛이 진짜 좋아요. 희한해요. 여기서 재배한 쌀만 향이 나요.”

진도소포 검정쌀은 해양성기후와 유기질이 풍부한 간척지에서 생산되므로 농산물의 맛과향이 좋다. 많은 일조량을 받고 자라 독특한 향과 끈끈한 찰기가 있으며 일반 쌀에 1/5을 섞어 밥을 지으면 밥에서 고소한 향이 나고 밥의 전체색깔이 팥색으로 변한다.

임 위원장은 이곳의 볍씨를 가져가 다른 지역에서 재배를 하면 쌀에 향기가 없어진다고 한다. 소포리는 검정쌀을 비롯한 5미(흑미, 백미, 홍미,녹미, 청미)가 나온다. 흑미는 또 흑향미와 아주 까만 흑미로 구분된다. 흑미는 생쌀로 그냥 먹어도 고소하고 맛있다.(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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