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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 개도국 지위 잃으면 농업보조금 절반 '삭감'
WTO 개도국 지위 잃으면 농업보조금 절반 '삭감'
  • 藝鄕진도신문
  • 승인 2019.06.24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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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관세 513% 유지하지만 선진국 되면 393%로 조정

농업보조총액도 대폭 감소. 미국, 우대혜택 반발 속 4가지 새 기준 제시

개도국들 반발 만만찮아 “모든 조건에 해당 핵심품목 보호대책 마련을”

미국이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에서의 개발도상국 지위를 결정하는 새로운 기준을 들고 나왔다. 이 기준이 그대로 적용되면 우리나라는 개도국 지위를 잃게 된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는 농산물시장을 더 개방하고 농민에게 돌아가는 농업보조금의 한도를 대폭 줄여야 한다.

◆ 미국의 주장은 = 미국은 경제규모가 상당한 나라들이 스스로 개도국이라고 주장하면서 많은 우대혜택을 누리고 있다며 WTO 체제에서의 개도국 지위를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국 같은 일부 개도국은 거의 선진국 수준의 경제발전을 이뤘는데도 여전히 개도국 특혜를 누리고 있다는 게 미국의 불만이다. 그러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거나 가입절차를 밟는 국가 ■주요 20개국(G20) 회원국 ■세계은행(WB)이 분류한 고소득 국가 ■세계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5% 이상인 국가 등 4가지 조건을 제시하고, 이중 하나라도 해당하면 개도국 지위를 인정하지 말자고 제안했다.

미국이 제시한 기준에 따르면 기존 WTO 체제에서 개도국으로 간주되던 35개 국가가 개도국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게 된다. 이중에서 우리나라는 4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유일한 국가다. 실제로 1인당 실질소득이나 국내총생산(GDP) 등을 고려해보면 우리나라는 선진국 평균과 비슷하며, 개도국 중에서는 최상위권이다. 브라질과 대만이 앞으로 개도국 우대혜택을 더는 이용하지 않겠다고 했고, 중국도 개도국 지위는 유지하되 경제적 발전에 상응하는 의무는 이행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우리나라 또한 어느 정도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다.

◆ 개도국 지위 잃으면 = WTO 사무국에 따르면 WTO 협정 내 개도국 우대규정 조항은 약 150개에 달한다. 특히 농업에서는 선진국이냐 개도국이냐에 따라 의무 차이가 어마어마하다. 선진국으로 간주되면 관세와 농업보조금을 대폭 감축해야 한다. 높은 관세를 매겨 자국의 농산물시장을 보호하거나 보조금을 통해 국내 농산물가격을 지지하기 어려워진다는 뜻이다.

우리나라 농업구조의 특징은 일부 핵심 농산물에 생산이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쌀을 비롯한 상위 20개 품목이 농업총생산의 약 80%를 차지한다. 핵심 농산물의 보호 여부가 한국 농업의 보호를 결정짓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면 쌀·고추·마늘 등 핵심 농산물을 특별품목으로 지정해 관세를 전혀 깎지 않아도 된다. 쌀은 현행 관세 513%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선진국에겐 관세를 덜 줄일 수 있는 ‘민감품목’ 지정만 허용된다.

2008년 도하개발아젠다(DDA) 농업협상 의장이 내놓은 농업분야 세부원칙 4차 수정안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간주될 경우 쌀 관세율은 393%로 조정된다. 선진국은 특별품목을 활용할 수 없기 때문에 쌀을 민감품목으로 지정해 보호한다고 해도 관세를 현행보다 대폭 깎아야 한다<그래프 참조>.

농가에 돌아가는 농업보조금의 한도 역시 크게 변한다. 우리나라는 농업보조총액(AMS)을 연간 1조4900억원까지 쓰고 있다. 대부분 쌀 변동직불금으로 쓰이는 중요한 예산이다.

농업분야 세부원칙 4차 수정안에 따르면 개도국 지위를 유지할 경우 AMS를 1조430억원까지 쓸 수 있지만, 선진국이 되면 사용한도는 8195억원으로 거의 반토막 난다.

◆ 전망은 = 미국의 주장대로 개도국 지위가 조정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개도국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만장일치로 안건을 처리하는 WTO 체제의 특성상 합의점을 찾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내세운 기준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개발’이라는 개념이 과거처럼 단순히 경제적 개념이 아니라 정치·사회·문화적인 영역을 포함하는 종합적인 개념이라는 것이다.

 

 

                                                                   다만 WTO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가 도출되지 않는다면 미국 등 선진국이 특정 국가를 정해 양자협상에서 개도국 지위 포기 압박을 가할 수 있다. 최근 미국은 브라질과의 양자협상을 통해 향후 협상에서 브라질은 개도국 우대혜택을 누리지 않겠다는 ‘포기 선언’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국이 발전 수준에 따른 기여를 하겠다고 공언한 이상 우리나라도 발전 수준에 따른 기여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원칙적으로는 선진국 의무를 준수하되 소수 핵심품목 보호를 위해 매우 제한적으로 개도국 우대를 이용하겠다고 제안하는 등 설득 논리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행 (농산물가격과 연계된) 감축보조에 기초한 농정을 중장기적으로 (가격과 연계되지 않은) 허용보조 중심으로 재편하는 농정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농업보조총액(AMS)을 연간 1조4900억원까지 쓰고 있다. 대부분 쌀 변동직불금으로 쓰이는 중요한 예산이다. 농업분야 세부원칙 4차 수정안에 따르면 개도국 지위를 유지할 경우 AMS를 1조430억원까지 쓸 수 있지만, 선진국이 되면 사용한도는 8195억원으로 거의 반토막 난다.

1조4900억 원 -> 8195억 원

그러니깐 WTO 개도국 지위를 잃으면 한국은 농업보조금을 무려 절반 가까이 '삭감'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현행 (농산물가격과 연계된) 감축보조에 기초한 농정을 중장기적으로 (가격과 연계되지 않은) 허용보조 중심으로 재편하는 농정 대전환이 필요하다. 이 말은 대기업이 농사짓는 것을 허용하고 대기업이 농업의 주도권을 쥐는 방향으로 하지 않으면 어렵다는 것이다.

그만큼 한국 농업은 외부로부터 개혁 압박에 직면해 있고 삼성이나 LG 등이 농사를 지을 수 있게 허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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