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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藝鄕진도신문
  • 승인 2019.06.24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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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료의 아주 평범한 법칙

농민 ‘비료생산업자보증표’ 활용 성분·함량·효과 등 직접 확인해야

비료시장은 가짜와 진짜가 뒤섞인 전쟁터 같다.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무것도 없는데, 비료가 당도·색깔·뿌리에 좋다는 광고를 아무 근거 없이 한다. 그러나 ‘비료생산업자보증표’를 꼼꼼하게 살펴보면 마치 덧셈과 뺄셈처럼 쉽다. 어떤 성분이 얼마나 들어 있는지를 보면 비료의 효과와 가격의 법칙이 보인다.

첫번째 아주 평범한 법칙은 양분마다 기능과 효과가 다르다는 것이다. 작물이 자라는 데 필요한 필수양분은 16개다. 그중에 비료 포대에 표기할 만한 양분은 질소·인산·칼리·칼슘·마그네슘(고토)·황·붕소 등 7개다. 이외에 아주 적은 양이 필요한 것이 미량요소다.

식물양분의 왕인 질소는 세포를 키워 작물을 잘 자라게 한다. 그러나 세포벽을 단단하게 하는 칼리와 균형이 맞지 않으면 약해진다. 그래서 요소를 엽면시비하면 잘 자라기는 하지만 연약해져서 병에도 약해진다. 반대로 칼리는 세포를 단단하게 하는 기능이 있지만 작물이 덜 큰다. 인산은 기계가 작동할 때 배터리 같은 역할을 해 어린잎과 뿌리, 그리고 열매가 자라는 데 힘을 준다. 그래서 비료를 볼 때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하는 것이 비료생산업자보증표에 나와있는 질소·인산·칼리의 함량이다. 

칼슘은 마치 시멘트처럼 세포 사이를 단단하게 붙여주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과일과 잎을 단단하게 해주고 병에도 저항성을 갖게 한다. 그러나 이동이 매우 어려워 엽면시비를 해야 하고 토양에 시비하는 비료에는 표기하지도 않는다. 마그네슘은 엽록소를 구성하는 중심 성분이다. 집열판이 커야 태양광전기가 많이 만들어지듯 마그네슘이 충분해야 광합성도 잘 일어나고 당도도 높아진다. 황은 식물이 흡수하여 시스테인·메티오닌과 같은 황아미노산을 만든다. 황아미노산은 색·맛·향을 좋게 하는 성분이다.

미량요소이기는 하지만 반드시 비료생산업자보증표에 표기하는 양분이 있다. 바로 붕소다. 붕소는 양분을 잘 이동하게 하는 기능을 한다. 어린잎을 잘 자라게 하고 과일의 크기와 모양에도 영향을 미친다. 외국은 과일 크기에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래서 외국 비료의 붕소함량은 우리 비료의 4분의 1밖에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두번째 아주 평범한 법칙은 함량이 얼마인지를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함량이 많이 들어 있는 비료는 가격을 비싸게 주고 사더라도 큰 손해가 없다. 함량이 낮으면 낮은 가격으로 구입해야 한다. 가루 형태의 비료는 대부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액체 형태의 비료다. 병에 든 액체비료는 함량이 너무 낮은 경우가 많다. 1리터(ℓ)들이 병의 비료생산업자보증표에 적혀 있는 성분함량의 합이 1%라고 한다면 원료를 20g 넣고 나머지 980㎖는 물을 넣었다는 뜻이다.

액체비료를 제조하거나 판매하는 회사들도 항변할 말이 있다. 비료생산업자보증표가 너무 경직돼 있고 특별한 성분을 넣더라도 차별화된 표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비료등록을 비전문가인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공무원이 담당하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하기도 한다. 설탕물을 마시고 싶으면 설탕을 사서 물에 타서 마시면 된다. 설탕물을 설탕보다 더 비싸게 사 먹는다면 덧셈과 뺄셈도 못하는 바보가 아니겠는가.

비료의 아주 평범한 법칙은 비료생산업자보증표에서 시작한다. 보증표에 들어 있는 성분을 보고 비료의 효과를 안다. 어떤 성분이 얼마나 있는지를 보면 가격이 싼지 비싼지도 보인다. 성공하는 농민이라면 비료생산업자보증표를 보고 비료의 아주 평범한 법칙을 읽는다. (현해남 제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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