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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의 신작 작품 소개 / 정성숙 작가의 『호미』
이 달의 신작 작품 소개 / 정성숙 작가의 『호미』
  • 藝鄕진도신문
  • 승인 2021.11.26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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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라는 동네는 늘 ‘염병할 놈의 개새끼들’로 들끓는다. 배추를 배추라 하고 참깨를 참깨라 해도 아무도 믿지 않는 눈과 밭이 비뚤어진 세상. 요즘도 조용한 시골에 가면 농사를 짓지 않는 집에도 헛간에는 호미가 몇 개가 걸려있는 모습을 본다.

여성 농민들에게 호미는 문명을 일구는 오래된 도구이자 친구다. 진도에서 여성들에게 호미는 문화의 상징이다. 일년 내내 밭고랑과 일씨름을 하면서 내 인생에 대한 수많은 물음표가 닳고 닳도록 돌을 고르고 잡풀을 캐내며 살아왔다. 진도의 호미는 유난히 날이 길다. 그 호미가 금새 닳을 정도로 돌밭에 산미타다 널려있다. 호미날로 캐는 아리랑가사 매김소리는 노골적인 추파성을 담는다. 제대로 일하는 자와 공연장에서, 지산면 안자라 전수발표장에서 부르는 들노래와는 차이가 분명하다.

 

농민소설가로 이미 문학계에 오래 전 이름을 알린 정성숙(진도읍 동외리)씨가 모처럼 그 많은 농사일 중에서도 씨감자같은 글들을 모아 ‘호미’라는 제목으로 작품집(삶과 창)을 내 잔잔한 감동과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

이번에 낸 작품집는 표제어인 ‘호미’를 포함한 여덟개의 단편을 엮어 두툼한 소설집이다. 아무리 농기구가 발달했지만 여전히 호미의 역할은 유용하다.

농민들은 지금도 ‘농민세상’과는 먼 거친 고랑을 기며 한심과 기원을 심는다. 새벽밥을 후루룩 말아먹고 일현장으로 나가면 하루 종일 제 띵에서 머슴살이 하며 달빛을 이고 절로 아리랑 가락에 흔들거리며 돌아오는 쳇바퀴놀이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생생한 삶의 체험을 수없이 담금질하여 이번에 두 번째로 작품집을 냈으며 그 열정과 오기가 감탄스럽기만 하다.

진도에서 여성농민작가는 그녀가 유일할 것이다. 진도는 정성숙 그로 인해 문학의 더 풍성해지고 격조를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 여항문학, 카페문학으로 은근히 본조문학과 구분을 하려는 기성 문학평론가나 문화 논객들에게 정성숙 작가의 작품과 그 호전성은 전혀 본연의 문학성을 잃지않고 다가와 감동을 준다. 그녀의 농민문학은 전원문학이나 ’식량공급‘ 자녀학자금 확보전투와는 멀다. 백조의 호수는 이발소에 걸린 풍경화가 아니다. 농사가 곧 문학이며 인간이 추구하는 원시적 공동체 정신의 복구 밭갈이임을 생생하게 드러나는 정성숙 작가의 작품은 결코 쭉정이를 거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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