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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민의 손은 황금손입니다.
농어민의 손은 황금손입니다.
  • 藝鄕진도신문
  • 승인 2021.11.29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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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진도군 기획조정실장 이양래

‘마이다스의 손’이라는 말이 있다. 손을 대는 일마다 성공을 거두는 사람을 마이다스 손을 가진 사람이라고 한다. 마이다스는 미다스(Midas)의 미국식 발음이다. 기원전 8세기경 소아시아에 미다스라는 왕이 있었는데 만지는 것마다 황금으로 변했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인용해서 사용을 하고 있다. 그래서 대체 사람들에게 손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일까 잠시 생각해 본다.

사람들이 서로 만나면 인사를 하고 반갑다고 악수를 하는 것이 통상적이다. 손을 잡고 안부를 묻거나 덕담을 하면서 손등을 토닥거리기도 한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로 악수대신 주먹으로 인사하는 신풍속도가 생겼다. 어떤 분은 아예 악수를 피하는 분도 계시고 어떤 분은 어깨를 살짝 대는 분도 계신다. 손을 통한 바이러스 전파를 막는다는 취지이다. 어느 장소나 입구에 손 소독제가 비치되어 있고 수시로 손을 씻는 습관도 생겼다. 하지만 코로나 방역 요건이 완화되면서 주먹인사대신 손 악수를 하는 빈도가 높아졌다.

최근에 농촌에서는 정부 공공비축미 수매가 진행되고 있다. 현장에 가면 수확한 벼를 트럭에 싣고 오는 농민들을 만난다. 인사와 함께 악수를 한곤 한다. 그 손은 힘이 넘친다. 거칠지만 따뜻하다. 손마디가 갈라지신 분, 손가락이 절단되신 분들도 있다. 나는 농민들의 손을 잡고 금년 농사하시느라고 수고하셨다고 말씀 하시면서 꼭 이 말씀을 한다. 이 손이 황금손입니다. 씨를 뿌리고 만지는 것마다 결실을 맺게 하는 황금손입니다. 나락은 말 할 것도 없고 대파며 배추도 이 손이 만지면 큰 성과물이 되기 때문에 황금 손입니다 라고 말하면 대부분의 농민들은 손이 거칠다고 겸손한 말씀을 하신다. 저는 이렇게 말하곤 한다. 아닙니다. 황금 손입니다. 모내기하여 키우면 벼 이삭이 생기고, 모종을 심어 키우면 속이 튼실한 배추가 되지 않습니까? 그래서 황금손입니다. 이 말을 들은 대부분의 농민들은 겸연적하시며 미소를 보낸다.

어민들도 만찬가지다. 선착장 혹은 바닷가에 가면 두꺼운 옷과 바람막이 모자를 쓰신 어민들과 인사를 하면서 악수를 한다. 김, 다시마, 미역, 전복, 석화 등 바다에서 일 하시는 분들도 농민들의 손처럼 거칠다. 차디찬 바닷물과 찬바람을 맞으면서 꽁꽁 언 손으로 하루종일 현장작업을 하다 보니 거칠어 질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이 분들의 손을 거쳐야 발에서 김이 자라고 밧줄에서 미역, 다시마, 석화가 크지 않는가? 그 거칠어진 손으로 어루만지고 가꾸어야 그 맛있는 해초들이 우리의 밥상에 오르는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세상에 나올 때 고사리 같은 손을 갖고 태어난다. 부드럽고 고은 손이다. 어떤 분들은 손톱을 예쁘게 가꾸기도 하고 손을 부드럽게 관리하는 분들도 많다. 진도읍에도 손을 전문으로 관리해주는 숍이 몇 군데 있는 것 같다. 왜냐하면 사람이 상대방과 만날 때 가장 먼저 나타내는 것이 손이기 때문에 예쁘고 곱게 하려는 것이 아닐까?

그러나 가족을 부양하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기 위해서는 거친 삶의 현장에서 땀 흘리고 고된 노동을 해야 한다. 필연적으로 손이 거칠어 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름다운 손의 개념을 확대하면 저는 맨 앞자리에 농어민의 손을 놓고 싶다. 아무리 손마디가 갈라지고 손가락이 절단되었어도 우리의 생명산업인 식량을 만드는 손이 아닌가. 기원전8세기에 만지는 것마다 황금으로 변했다는 마이다스 손을 생각해보면,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그 마이다스 손이 우리 농어민의 손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저는 이렇게 힘껏 외처보고 싶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손은 농어민의 손이라고... 농어민의 손이 바로 황금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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