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13:41 (목)
소치가계 학술적 기반 마련 위한 구술채록집 발간
소치가계 학술적 기반 마련 위한 구술채록집 발간
  • 藝鄕진도신문
  • 승인 2022.03.08 10: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남도립미술관, 남농 허건 삶과 작품세계 재조명

전남도립미술관이 지역작가와 전남미술에 대한 연구자료 구축을 위한 구술채록집을 발간했다. 이번 발간은 지역 미술사 연구 및 발전을 도모하고자 수립된 전남도립미술관의 중장기 사업 중 하나로, 전남미술과 지역작가에 대한 연구자료 확보, 남도 미술의 정체성 확립 및 미술사적 가치를 제고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구술채록은 작가의 생애 및 작품세계 등 전체적인 일대기를 다루는 데 중점을 둔 가운데 전남 지역작가 중 1명을 선정해 작가와 주변 인물의 진술을 통해 자료를 수집한다. 전남도립미술관이 선정한 첫 번째 인물은 남농(南農) 허건(許楗, 1908~1987)이다. 남농은 전남 진도 출신으로 조선 시대 말 남종화의 대가로 알려진 ‘소치 허련’의 친손자이자 ‘미산 허형’의 넷째 아들이다. 조선 후기부터 3대째 화맥을 이어온 남종화의 산증인이다. 남농은 생애 대부분을 목포에서 보냈으며, 부친으로부터 그림을 익힌 후 중년에는 남농 특유의 갈필법을 사용한 ‘신남화’라는 독자적인 화풍을 구현했다. 전남도립미술관은 지난해 개관특별전으로 ‘남농 허건’의 작품세계를 조망한 전시를 기획한 바 있다.

남농 허건

남농 허건(1908-1987)은 호남화단의 거두로서 소치 허련의 손자, 미산 허형의 4남으로 태어났다. 남농은 옛 그림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그림을 끊임없이 추구한 결과 실제 풍경에 이끌리어 현실감 넘치는 산수화를 그려내게 되었다. 이러한 현실 세계의 반영은 더 이상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었던 전통 산수화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데서 비롯되었다. 더욱이 남농은 고향산천에 주목하여 자신의 작품세계를 펼쳤으며, 누구보다 고향을 사랑하고 아꼈던 남농의 진한 여운이 고스란히 그의 그림 속에서 살아난다. 자신의 고향산천을 그리는 손길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그의 그림에는 진한 인간미까지 엿보인다.

「주변의 산수를 즐기고 도(道)를 논하며 책을 강론하고 古今의 역사와 인물을 평한다. 세상을 유유히 살며 천지만상을 물끄러미 쳐다본다. 어찌 제왕의 문으로 들어가는 것을 부러워하랴!」 그는 그 당시 전국을 여행하며 갈필법, 점묘법등을 이용하여 우리나라의 실경산수를 담아내는 데 열정을 다 바쳤다. 우리나라 대표적 나무인 소나무 그림을 제일 많이 그렸는데 소나무는굵고 대담한 필선으로 표현하였다. 즉, 자신감 넘치는 속필을 바탕으로 남도(南道)의 아름다운 풍경을 원숙하게 담아내기도 하고 풍상고절의 소나무도 많이 다작(多作) 하였다. 전남도립미술관 관계자는 “남농이 호남 화단의 대가로 알려진 데 반해 체계적으로 정리된 자료는 다소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며 “남농의 생애와 미술사를 재조명하고, 아직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남농의 이야기를 통해 기초연구자료로서의 기틀을 다지고자 인물을 선정했다”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다만 남농은 이미 작고했기 때문에 구술에는 남농의 친인척이 참여했다. 구술자는 사위 하철경 화백, 딸 허기식 여사, 장손 허진 교수, 손자 허재, 제자 전정 박항환 화백이다.

예술의 지향점은 동양이나 서양 모두 한 가지로 만나겠지만, 동양의 것에 서양의 개념을 주입해 놓으면 어딘지 모르게 어색하다. 잘 조화되면 그나마 낫겠지만 그러지 못했을 경우 굉장히 어색하게 된다. 예술분야에서는 수묵과 비엔날레(biennale) 관계가 그러지 않을까 싶다. 수묵은 순전히 동양적인 것이고, 비엔날레는 서양의 개념이자 용어이기 때문이다. 수묵비엔날레는 처음부터 한 옷이 아니었다. 오늘날 문화담론의 시각에서 보면 한편으로는 어색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기발하다. 2018년 수묵비엔날레가 출범할 당시, 미술계의 부정적 시각이 작지 않았다. 그 중심에는 남농 의재가 있다. 정신의 맥이다. 전남도립미술관이 제작한 구술채록집에는 생전 남농이 지녔던 철학과 사상, 그림을 대하는 자세, 제자에게 전한 가르침 등 다양한 이야기가 수록돼 있다. 이는 추후 일반인 관람객 또한 열람할 수 있도록 미술관 내 도서실에 비치할 예정이며, 향후 전시 및 기초연구자료로 활용된다.(빅종호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