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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인 칼럼 / 훈민에서 여민(與民)으로 졸탁동시를
남인 칼럼 / 훈민에서 여민(與民)으로 졸탁동시를
  • 藝鄕진도신문
  • 승인 2022.06.08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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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의민주제를 뛰어넘어 자의식이 춤추는 공동체사회로

‘인내천’ “사람이 곧 하늘이다!”

촛불혁명이 지향했던 것은 ‘혁명'이 아니라 ‘개벽'이었다. 그것은 인간이 바뀌어야 하고, 우리가 사는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자성의 외침이었다.

“지역소멸위기, 기후위기 그리고 먹거리 위기, 이런 것을 해결하지 못하는 지도자는 꿈도 꾸지 마라.” 여기에 도올 선생은 “갑오농민혁명에서부터 삼일만세운동, 그에 이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그리고 최근의 촛불혁명에 이르기까지 그 혁명적 운동의 저류에 동학의 정신이 흐른다"고 역설했다. 노자가 옳았다.

전남의 여러 지역이 소멸 고위험 지역으로 나타난 가운데, 진도군은 소멸 위험 지수(지역의 20-39세 여성인구를 65세 이상 총인구로 나눈 값)가 0.2 미만으로 소멸 고위험지역으로 분석되었다.  진도군 인구는 1968년에 11만 명에 달했으나 50여년 동안 지속적으로 감소해 올 4월 기준 인구수는 29,914명이다. 인구 고령화와 인구 감소는 진도군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의 문제이다. 

각 지자체에서는 인구 소멸을 막기 위해 다양하게 대응하고 있다. 진도군에서도 '내 고장 내 직장 주소 갖기 운동'을 펼치는 등 인구 3만명 이상 유지를 위해 노력했으나 실패했고, 감소는 진행형이다. 군수를 탓할 일만은 아니다.

허북구 농학박사는 진도군의 인구 감소는 진도만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한국 민속 문화에 위협이 된다. 민속문화예술특구 진도는 한국을 대표하는 예술의 본향(本鄕)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고 진단한다. 현재 진도아리랑과 소포걸군농악은 유네스코 무형문화재로 등재되어 있다. 진도씻김굿, 진도 들노래, 다시래기, 진도 북놀이, 진도만가, 남도잡가, 조도닻배노래는 국가 및 지방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운림산방에서 공연

진도에는 내로라하는 명창, 한국화가, 서예가가 많으며, 한국 남화의 고향 운림산방, 국립남도국악원 진도 군립민속예술단, 진도국악고, 다수의 전수 민속공연장 등 민속 예술 인프라 또한 많고, 이것이 타 지역과 차별화되는 특징이다. 그런데 인구 소멸 현실 앞에 진도의 예술은 “예술이 밥 먹여주냐?”라는 말이 실감나는 상황이다.

흔히 예술 문화는 풍부한 인간성을 키우고, 상상력과 창조력을 키우는 등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한 양식이 된다고 한다. 또 활력 있는 사회의 실현, 경제의 활성화, 개성이 풍부한 지역 만들기, 세계평화의 초석이라는 중요한 역할을 갖는다. 그러나 현실은 녹녹치 않다.

소전 손재형미술관

 

1970년대는 선진제국에 시달리던 민중들의 항전이었다면, 오늘날에는 신자유주의 체제에서 제도적으로 낙오된 계층과 지역들이 '평등과 해방'의 문제를 요구한다. 敎育을 交育으로 바꾸어 보면 다양한 지점들이 보인다. '敎'가 회초리로 가르치는 것을 바꾸면 교육은 교사와 학생이 서로 사귀며 함께 자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의외로 교육은 가치 중립적이지 않다. 흔히 지도자들이 즐겨하는 설명한다면서 하는 주입식 교육은 체제유지 교육의 방안이다. 이제 진정한 소통과 대화로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 내는 교육으로 '대화적 스승'과 지도자가 요구되는 시대다. 흔히 밥벌이의 괴로움으로 ‘나중에 정치’는 시간의 정치경제학을 정확히 보여준다.

아직도 많은 섬사람들에게는 동시대인이라는 감각은 차별받는 집단으로 인식된다. 성차별주의자들이 여성 인권을 ‘과거의 우리 어머니’와 비교하는 습관은 여성을 동시대인으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다문화가정 이주민들에 대한 이중잣대 의식을 버려야 우리가 산다.

한 사회의 체제가 얼마나 평등한가는 공동체 주민의 시간을 어떻게 다루는지에 달렸다고 한다. 진도는 오래 전부터 시간의 공유를 당연시해왔다. 두레와 품앗이가 성행하는 이유다. 노래도 꼭 돌림으로 이끈다. 마을축제는 언제나 초례청이다.

대화는 인간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인존 해방 실천의 과정이다. 잘못된 현실을 변화시킬 수 있는 실천과 성찰의 주체로 만든다.  '안다는 것'과 '존재한다는 것'을 결합하는 것으로 '앎'이란 '지식'이 아니라 'Knowing', '존재'도 'be'가 아니라 'being'이다.

예술은 어떻게 삶이 되는가

세월은 구부야 구부야/ 세상은 왔다나 갈 길 한도 스럽지만/ 우리끼리 퍼지르고 앉으면 삶은 편하고/ 더러는 훈훈하기도 해서/ 새우젓 사랑께 새우젓 사랑께 시골 사람 모여사는 산동네만 다니며/ 어리굴젓 새우젓도 팔고 진도 아리랑도 부른다.(신경림의 ‘진도아리랑’ 중) 

이스라엘 민족이 바벨론으로 끌려가 노예 생활을 할 때, 고향 노래를 불러보라고 놀리는 점령국의 지배자들 앞에서 침묵하다가, 본인들 외에 아무도 없는 바빌론 강가에 나와 고향 노래를 부르던 그 무리들처럼, 87년의 디아스포라를 겪은 진도사람들은 저절로 한타령을 불렀다.

진도는 예술(민속놀이)에 살고 예술에 죽는다. 호프만 데이비스 교수의 『예술은 어떻게 삶이 되는가』에서 예술은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유형의 결과물로 만들어놓는 것으로 제 손으로 무언가를 창조했다는 기쁨을 준다고 규정했다. 예술(민속문화)은 정답이 없기에 누구나 의미를 획득할 수 있고 다양한 해석이 공존하는 영역이다. 예술은 탐구와 성찰과 실천의 과정으로 과정 자체의 소중함을 경험할 수 있다. 예술은 영역과 장르를 넘나듬으로서 창조성을 경험할 수 있게 한다. 

선거로 선출된 이들의 애국심과 정의감 덕분에 일시적이거나 편파적인 의견에 집단이익을 덜 희생할 수 있지만 다수의 바람을 들어주는 데 관심이 적었다. 1만여 명대의 투표인이 대표를 뽑는 대의제는 선거자격 제도에 토대를 두고 있다. 소환이 불가하다. 당선되는 순간부터 제왕적인 지위를 갖게 된다.

오래 전부터 진도사람들은 토착적 주인의식이 강했다. 중앙정부보다 신명이 깃든 신탁민속을 즐겨했다. 유배자들은 쉬이 이해하지 못했다. 정 다산도 봉건제의식에 탈피하지 못해 목민관타령을 했다. 은빛 머릿결 박덕인 노인이 휘영청 남천교 바라보며 불던 대금과 가슴을 에이는 소리는 무정 정만조의 유배지의 은파유필을 낳게 하였다.

진도군수 후보자들은 지역 농수산분야에 나름대로 내공이 쌓였다고 자랑한다. 인구늘리기에도 무슨 비결이 있는 듯 호기심을 불러일으키지만 바둑 한 판에서 묘수가 자주 나오면 지는 법이라고 했다. 사는 법이 중요하다. 하나의 변곡점을 지나는 진도는 자기 정체성에 대한 자의식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무엇으로 먹고 살아야 하는가. 무엇이 진도다운 것일까?

이제야 해안일주 순환도로가 열렸다. 지역간의 소통과 활성화된 마을문화, 의료사회복지에도 한 걸음 더 다가선 인문지리학을 어떻게 꿸어갈 것인지 새로운 지도자의 현명한 철학적 사고와 열린 의식이 요구된다. 지리는 기후와 환경의 지배를 받는다. 민속예술도 농어업도 친환경 지구생명체 삶에서 구현될 때 그 가치가 빛난다. 무속(巫俗)이면 어떻고 일과 놀이가 경계를 허무는 그런 고장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가상제놀이가 통하는 사회

요즘에는 호상꾼들이 상여를 이끄는 모습을 보기 힘들다. 망자와의 소리담론으로 그 징한 것들을 해원시키는 사람들. 모든 민속놀이는 대동놀이다. 은근한 시샘과 풍자가 넘친다. 마을축제를 다시 복원시켜야 한다.

남도들노래
만가

다시래기는 진도에서 초상이 났을 때, 특히 타고난 수명을 다 누리며 행복하게 살다 죽은 사람의 초상일 경우 동네 상여꾼들이 상제를 위로하고 죽은 자의 극락왕생을 축원하기 위해 재주많은 예인들을 불러 함께 밤을 지새우면서 노는 민속극적 성격이 짙은 상여놀이이다. 누구는 고구려의 옛 무덤에서 보여지는 벽화와 아무르와 송화강 유역 비파형동검 문화 토광묘 장례 풍습에 원삼국 한민족의 역사를 기록한 사서를 통해 오랜 옛날부터 장례에서 가무가 행해졌음을 알 수 있다고 주장한다. 기천문의 박사규, 소포걸군의 김내식 북놀이명인이 펼치는 춤사위는 진도의 원형과 만나고 있었다. 이제 진도 여행자들은 풍속체험으로 깊은 성찰과 재충전의 시간여행이 되어야 한다.

진도다시래기는 다섯마당으로 이루어져 있다. 첫째마당은 가상제놀이로 가짜 상제가 나와 상여꾼들과 농담을 주고 받는다. 둘째마당은 봉사인 거사와 사당 그리고 중이 나와 노는데, 진도다시래기의 중심굿으로 민속가면극에서의 파계승 마당에 해당된다. 계층을 절묘하게 엮어한 마당을 이룬다.

셋째마당은 상여꾼들이 빈 상여를 메고 만가를 부르는데 다른 지역의 상여소리와 달리 씻김굿의 무당노래가 중심을 이루고 있다. 넷째마당은 묘를 쓰며 부르는 가래소리를 하면서 흙을 파는 시늉을 한다. 다섯째마당은 여흥놀이로 이어져 예능인들은 후한 대접을 받는다.

진도다시래기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장례 때 단골무계 단체인 신청(神廳)을 중심으로 조직된 대를 이은 당골 전문예능인들에 의해 진행 전승되어왔었다. 모든 슬픔은 승화를 통해 그 공동체는 더 돈독해진다. 이제 더 성숙한 민주주의와 사회교육공동체 운명을 나누어야 진도의 미래가 밝아진다. 진도의 온바다 물결은 자기 정화의 세례수다. 그 성배에 홍주와 세방노을을 담가보라. 가락이 춤춘다. 날마다 다시 산다는 강한 낙천성이 진도다시래기와 씻김을 기꺼이 세습하였다. 진도무형문화재전수관은 세계인의 강강술래터가 되어야 한다. 다도해 도리산 꼭데기에 해수관음상이 서방정토 뱃길을 인도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산숭해심(山崇海深) 샹그리라 진도에서 그대 비어있음이 충만한 진공묘유의 수묵담채 산수에서 북놀이 흥에 취해 이 풍진 세상 가락 짚으며 한 백년 산들 이 또한 즐거운 삶이 아니겠는가. 서망항에 꽃게가 펄떡거린다. 울금밭이 푸르고 아열대 바나나와 애플망고가 익는다. 산타모니카호가 뜬다. 중국해파리가 두려운가. 줄탁동시를 즐겨라. 물김비단바다여 만호(萬戶)를 풍성케 해다오. 옥주는 예부터 춤추는 고장이 아니더냐. 새벽이 오기 전에 닭죽을 쑤며 상주가 반가사유상을 푸는 다시래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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