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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 최초 문화 특구로 지정된 진도의 문화예술 / 민속문화예술이 자원이다.
 전국 최초 문화 특구로 지정된 진도의 문화예술 / 민속문화예술이 자원이다.
  • 藝鄕진도신문
  • 승인 2022.06.14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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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동초가 핀다. 이 꽃은 노란색과 하얀색이 얽혀 오른쪽으로 감아 오른다. 흔해 보이는 풀꽃이지만 ‘인동초’라 했다. 이뇨작용이 있어 배설을 도와 노페물을 배출시킨다. 속없이도 세상 하나를 점령했다는 거와 제 몸을 얽어 중심을 세우는 동안 웃자란 넝쿨손이 새 담장을 움켜잡는다.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작은 도량 같은 거라고/ 주춤거리는 두 발에 단단한 쐐기를 박아놓는다.

햇살 좋은 봄날/ 꽃은 무슨 사명처럼 기어올라/ 스무 살 여자의 목덜미에서도/ 수백 살 분청사기에서도/ 나풀나풀 피어나고 있는 것이다.

동백보다는 진도와 참 어울리는 꽃이다. 진도는 문화예술 향기가 가득한 섬이다. 일상에서 삶과 문화를 따로 떼어 놓고 말할 수 없어서다. 진도 아리랑과 씻김굿이 그렇고, 질펀한 육자배기와 들노래, 남종화가 진도의 정서를 나타낸다.

진도의 민속문화에는 또랑새비가 춤추듯 해학 속에서도 오래된 인류의 원초적 비의가 담겨있다. 단골 무녀들이 그래서 대를 이어 판을 가졌다. 날을 새는 진도씻김굿은 말할 그것도 없이 진도다시래기, 혼건짐, 살풀이춤, 아리랑과 강강술래가 그렇다. 이제 진도의 민속문화는 새로운 시대의 관광산업 자원으로 부상하고 있다. 민속은 바다의 오아시스다. 생명의 원초가 숨 쉬는, 인류가 보존 계승해야 할 보물이다.

진도아리랑

.진도아리랑은 구술문화의 산물이다. 1천여 개가 넘는 가사 매김소리. 온갖 인간의 희로애락에 분노와 우울증을 치유하는 해학과 모든 사물에 생명을 불어넣는 인류문화의 미래가 비의 적으로 숨겨져 있다.

진도아리랑의 기원에 대해 다양한 담론들이 존재하는데 이는 기록문학과는 달리 확정할 수 있는 기원이 없다는 뜻이다. 진도아리랑은 기억하기 쉽고 부르기 쉬운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구술문화에서는 생각해서 말로 표현한 사고를 기억해 두고 그것을 재현하는 것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서 쉬운 구조를 필요로 한다.

진도아리랑은 혼자서 부르는 것보다 여럿이 같이 불러야 더욱 흥이 나는 공동체의 문학이다. 집단공동체의 놀이를 통해 그 사회를 더 풍성하게 만들고 결속력을 다진다. 문학의 창작자와 향유자가 따로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창작자와 향유자가 공유되는 민속문학의 성격을 띠는 것이다. 진도아리랑은 삶의 문학으로서 사설에는 애정사, 가정사, 사회상, 자연, 인생 등에 관한 삶의 다양한 문제들이 녹아 있다.

진도아리랑에는 젊은 날의 추억이 각인되어 있고 한의 정서를 흥의 정서로 바꾸는 치유의 힘이 있다. 진도아리랑은 민중들의 삶과 함께했던 삶의 기억이자 삶의 표현이다. 진도 아리랑이 다른 지역의 아리랑과 구별되는 속성은 통속성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는 점이다. 진도아리랑은 해학적인 사설, 남녀의 성을 노래한 사설, 이별의 슬픔을 노래한 사설의 비중이 전체 노래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진도아리랑 사설은 다른 지역 아리랑에 비해 전통사회의 가치관과 충돌하는 내용들이 많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사랑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대담한 여성들, 전통적 가부장제의 권위를 웃음거리로 만들어버리는 며느리들의 모습이 진도아리랑 사설 속에서 찾아진다. 진도아리랑의 사설은 민감한 시대 감각을 반영하지만, 한편으로는 식민지 근대화에 대한 동경을 보여주는 사설들도 존재한다. 일본은 식민지 강점기 시절 한국인들에게 일본의 세계관, 문화적 규범, 가치들을 강요함으로써 의식을 식민화하고자 하였다는 점에서 성찰이 필요한 부분이다. 쓰다 소키치, 유종열 등 역사와 예술 전 분야까지 왜곡시켰다.

진도아리랑(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은 지금도 활발하게 전승되고 연행되는 민속 문학이다. 앞으로도 수없이 많은 가사들이 새롭게 창작될 것이다. 이때 구비 시가의 속성과 삶의 문학으로서의 특성, 시대성을 담아내는 진도아리랑의 정체성을 지켜나가야 한다.

진도는 전국 최초 문화 특구다. 진도가 민속문화의 고장임을 정부가 인증한 것이다. 주민들이 들노래 민요와 판소리 한가락은 뽑을 줄 알고, 어디를 가나 남종화(수묵 한국화) 한 점 걸려질 만큼 생활이 곧 문화인 것이다. 진도 문화 특구의 주요 콘텐츠는 남종화의 본향인 운림산방이다. 남종화는 문인들이 즐겨 그린 산수화이다. 진도 의신면 첨찰산 자락에 자리 잡은 운림산방은 소치 허련, 미산 허형, 남농 허건, 임전 허문, 오당 허진 등 세계 유일한 일가 직계 5대 화백을 키운 남종화의 성지이다. 이곳을 거점으로 전개된 허씨 가문의 예술은 진도가 이룩한 인문주의 예술을 절정으로 꽃피웠다.

석현 바은용
장전 하남호
박은용시골장터

남농허건

소전 손재형

   허씨 가문이 피운 한국화 화맥을 이은 진도 출신 중 200명이 대한민국미술대전(국전)에서 특선 작가로 선정됐다. 이 수치는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국전에서 특선 이상 수상 작가로 배출한 작가로는 최대 규모이다.

두 번째는 미술관과 박물관이다. 이제 전국을 대표하는 한국화미술관 설립이 꼭 필요하다. 그게 진정한 특구로 가는 길이다. 진도에는 9개의 미술관(남도 전통미술관 등)과 박물관이 있다. 이곳에서 소장하고 있는 작품만도 한국화 2,000점을 비롯해 5,000점이 넘는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한국화 996점보다 2배를 넘는 규모다. 국립한국화미술관을 건립해도 전혀 양과 질에서 손색이 없을 수준이다.

진도 지산면 인지리 사는 조공례 할머니는

소리에 미쳐 젊은 날 남편 수발 서운케 했더니만

어느 날은 영영 소리를 못하게 하겠노라

큰 돌멩이 두 개로 윗 입술을 남편 손수 짓찧어 놓았는디

그날 흘린 피가 꼭 매화꽃잎처럼 송이송이 서럽고 고왔는디

정이월 어느 날 눈 속에 핀 조선매화 한 그루

할머니 곁으로 살살 걸어와 입술의 굳은 딱지를 떼어주며

조선매화 향기처럼 아름다운 조선소리 한 번 해보시오 했다더라

장롱 속에 숨겨둔 두 개의 돌멩이를 찾아와

이 돌 속에 스민 조선의 핏방울을 꼭 터뜨리시오 했다더라

박관용북놀이

진도 내에 민속전시관은 9개로, 진도북놀이, 조도 닻배노래, 소포 걸궁농악 등을 전수하고 있다. 유무형 향토문화 유산은 진도아리랑, 의신 대동놀이 등 무려 31개에 이른다. 진도와 제주간 1시간 30분 만에 주파하는 쾌속선이 다닌다. 이제 진도의 민속이 전수관, 거리에서 공연 상설화로 가야 한다.

세 번째는 2018년에 개막한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다. 목포와 함께 펼쳐지는 국제수묵비엔날레의 메인 전시장인 운림산방 일대에서 묵향의 향기를 전한다. 수묵비엔날레에서는 첨단 ICT 기술과 한국화가 결합된 '실감 콘텐츠 한국관'이 구현된다. 최근 자문회의에서는 전남도지사 권한대행 문금주 행정부지사와 자문위원 3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총감독 선임방안과 선임위원회 구성 등 안건을 논의했다. 문금주 권한대행은 "문화예술에 대한 전문식견과 풍부한 경험을 갖춘 전문가들께서 참여해 2023 수묵비엔날레의 성공 기대감이 크다"며 "수묵의 정신과 가치를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 열리는 수묵비엔날레가 세계 속의 문화 콘텐츠로 자리매김하도록 좋은 고견을 제시해주기 바란다"고 했다. 현직에서 금봉 박행보, 옥전 강지주, 전정 박항환, 임농 하철경 등은 일가를 이룬 화인들이다. 이제 3회째를 맞는 2023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는 오는 2023년 9월부터 10월까지 목포와 진도 일원에서 펼쳐진다. 수묵 전시, 학술대회, 국제레지던시, 교육·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해마다 한국화와 미디어아트 기술과 접목해 미디어파사드, 홀로그램, VR, AR, MR 등 젊은 층의 체험과 관심을 유도할 것으로 본다.

금봉박행보

진도에서의 여성지위는 조선시대 ‘마노라’와 같다. 모든 놀이는 여성들이 주도를 한다. 밭매기에서 마을동계로 자연스레 여성중심마을의 리더로 양성된다. 서울대 인류학과 전경수 교수가 「미래를 위한 한국 가족의 초상」을 문화비교를 통해 전 교수는 『핵가족은 1:1로 일방적인 사랑과 의무만 있게 되는 반면 대가족은 최소한 2:1의 구조로 누구나 소수자가 될 수 있어 배려와 양보를 배울 수 있는데 최근엔 배울기회가 없다』고 밝혔다.

『이렇게 이기적으로 자란 아이들이 결혼 후 갈등을 겪을 수 밖에 없다』는 점도 덧붙였다. 전 교수는 조선시대 고사를 들어, 구두쇠들은 밥은 밖에서 먹어도 똥·오줌 볼일은 집에서 해결했고, 19~20세기 초 제주도 농민들은 농민전쟁을 하다가도 똥이 마려우면 돼지에게 먹이를 주기 위해 집으로 달려갔을 정도로 똥이 예로부터 중요한 자원 중의 하나였음을 강조했다. 그는 옛 조상들의 소중한 거름 자원으로서의 똥의 역할을 강조하고 “내가 말하는 똥 타령은 생태학적 순환이라는 문제의식을 갖고 에너지 유동과 물질순환에 자원으로서의 똥의 문제는 곧 인간의 문제이면서 동시에 어느 누구도 피할 수 없는 것이고, 똥의 가치가 떨어지게 된 것은 오염의 핵심을 똥에 고정시켰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다시래기

진도다시래기에서 부르는 가상자놀이에서 가상자가 부르는 <성주풀이>와 중이 부르는 <염불>, 거사·사당놀이에서 부르는 <다시래기소리>, 거사가 부르는 <자장가>와 <개타령>, 중이 부르는 <경문>과 <독경>, 상여놀이에서 상여꾼들이 부르는 <애哀소리>, <하직소리>, <아미타불소리>, <천근소리>, 가래놀이에서 부르는 <가래소리> 등이 있다. 이외에 여흥에서는 판소리의 한 대목이나 <진도아리랑>, <강강술래> 등 각종 민요를 부른다. 그야말로 노래와 민속의 백화점이다. 바로 여기가 천국이라는 ‘지금을 즐겨라’(카르페 디엠) 중생들의 연꽃밭이다. 십장생이 펼쳐진 병풍이다.

진도에서는 삶과 죽음은 대립이 아닌 길닦음의 수평세계다. 제주도와 강화도 그리고 유구국과의 민속문화교류는 절실하다. 민속은 치유의 신성한 의례다.차마고도를 찾고 아무르강 바이칼호 알혼섬의 성황당을 찾아갈 일이 아니라 끊임없이 업과 만트라를 고풀이하는 진도에서 지구촌을 향해 노래를 피어내야 한다.(다음 호에 계속)

민속에서는 대바구가 없다

진도에서는 연중 곳곳에서 마련한 공연 문화도 풍성하다. 지난 1993년에 창단된 진도군립민속예술단이 매주 토요일 무료 공연을 하고 있다. 국립남도국악원(상만리)도 매주 토요일 '국악이 좋다'로 토요 상설 공연을 연다. 국악 꿈나무를 양성하는 진도 국악고등학교(십일시)는 전국에서 지원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무형문화재는 씻김굿, 다시래기, 강강술래 등 9개 분야에서 전승자 59명(보존회원 322명)이 있다.

거릿제는 길거리에 떠도는 잡귀잡신이 많다는 진도 주민들의 생각이 담긴 의식이다. 나경수 명예교수는 “해난사고가 지극히 잦았고 역사적으로 큰 전란을 여러 차례 겪었던 역사와 무관하지 않다”고 했다. 그는 “예를 들면 역사에선 이순신 장군의 명량대첩만 기억할 뿐, 당시 왜구들의 공격으로 쑥대밭이 됐던 진도 민중의 아픔은 도외시됐다”며 “이런 아픔이 진도의 독특한 민속문화, 예술의 바탕이 됐다”고 말했다.

강강술래에서의 수건돌리기는 하나의 약속이다. 그들만의 연애수작인 것이다. 누군가는 이런 진도의 민속놀이를 속된 것으로 치부하는 경우가 있지만 아직도 부족으로 사는 변방지역의 주민들은 교감을 중시한다. 소재 노수신이 지산면 목장 청년들의 처녀훔치기 민속에서도 그런 유교주의가 금기로 교화의 대상이지만 가장 건강한 휴머니즘, 인류가 잃어버린 낙원 부도지 마고성의 지유, ‘에덴동산’이 진도에 다시래기로 부활한다.

진도아리랑 등 문화적 투자도 중요한 자원이다. 진도군은 올해 문화예술진흥기금에 50억원을 추가 출연해 100억원을 조성할 목표다. 이 규모는 전남 도내 시군 문화예술진흥기금 중에서 가장 많은 것으로, 올해 지역 예술활동에 본격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이제 정부가 답할 때이다. 학술포럼 담론이 맡받침되어야 한다. 진도학회(회장 나경수 교수)는 소중한 자원이다. 진도의 지원이 절실하다. 해마다 학술총서를 내게 해야 한다.

한 지역을 대상으로 하여 학회를 결성해 운영하고 있는 곳은 진도뿐이다. 고 지춘상 교수는 진도에게는 세례 요한이었다. 민속의 이충무공이었다.

동은 지춘상 선생(1932~2009)은 40여년간 전남대 교수와 문리과대학원장을 역임했으면 평생을 민속학에 연구에 몰두해 남도강강술레, 진도 씻김굿 등 수많은 민속놀이를 발굴해 문화재로 지정하는 등 한국민속학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지교수는 또 남도민속의 조사와 연구를 통해 남도민속의 대중적인 인식 확산과 함께 학문적인 토대를 마련한 학자로 ‘남도민속의 어머니’로 평가 받았다. 또한 남도민속의 보고라 할 ‘남도민속학 개설’, ‘전남의 농요’ 등을 많은 저서를 출간하기도 했다, 또 100명이 넘는 민속학 후학들을 길러냈으며 남도민속학회를 창립, 남도민속 발전의 토대를 마련하였다. 이윤선(지산면 길은리)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소외학문에 속해왔던 민속학과 무형문화재학을 평생 연구하며 수많은 후진을 양성해온 선생의 학문세계를 체계적으로 집적하는 한편, 호남전통문화의 세계적 가치를 재조명하며 학술적 관심과 진전을 추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진도군은 전국에서 섬의 크기로 볼 때 제주도와 거제도에 이어 세 번째 큰 섬이다. 서울 여의도 면적과 비교해선 진도가 150배 크다. 미래는 면적보다도 지역이 보유하고 있는 문화예술자원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해 지역 경제를 주도할 것이다. 문화예술이 지역의 미래 먹거리가 된다는 얘기다.

진도는 섬이지만 문화를 통해 지역의 미래 먹거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 세계적인 연희민속인 다시래기는 한 밤중의 마당놀이에서 다시 애기가 나오는 파라다이스 섬 ‘가족의 기원’ 축제로 승화된다.

지난해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남종화 산실 운림산방, 콘도 휴양시설 쏠비치 진도, 진도가 고향인 미스트롯 진의 송가인 집과 공원을 찾은 관광객이 427만명이었다. 숙박 분야 카드 매출로는 2019년과 비교해 127%가 증가했고, 네비게이션 진도 검색량도 406%가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지역 경제 통계로 보면 지난해 진도군 지역내 총생산(GRDP)이 1조1000억원 이상인데, 문화 기타서비스업분야가 1000억원 이상이었다. 이제 세계로 가야 한다.

에헤헤야 어허야 얼씨허 어허허얼싸 지화자자 아 얼씨구나 지화자자자 얼싸 좋네 에헤헤야 어허야 얼씨허 어허허얼싸 지화자자 아 얼씨구나 지화자자자 얼싸 좋네 뽕따러 간다 뽕따러 간다.

가족의 기원, 인류학의 바다를 찾아서

1970년대 일군의 학부생들이 진도를 찾았다. 문화인류학을 현지에서 체험하고 공부하기 위해서 였다. 지춘상, 임동권, 이토 아비토, 전경수, 나경수를 비롯 수 십 명이었다. 그들로 인해 수 많은 무형문화재가 지정되어 전승되고 있다. 이 분들은 거의 모두 저명한 교수가 되었다. 최근 전경수씨는 다시래기에서의 ‘씹춤’을 발표해 ‘똥 철학’에서 ‘씹’으로 진화해 새로운 자연장수학를 개척하고 있다. ‘씹’은 ‘씨놀음’ 씨름이라는 해석을 하는 학자도 있다. 남도들노래는 진도지방의 농부들이 농사일을 할 때 부르는 노래를 가리키는데 크게 논일 노래와 밭일 노래로 이루어진다. 모뜨는 소리에는 한배에 따라 느린 한배의 긴 모뜨는 소리와 빠른 한배의 잦은 모뜨는 소리가 있다.

시인 곽재구나 소설가 김훈은 진도라는 그 ‘원형의 섬’에 빙의되어 시와 소설을 썼다. 진도가 무엇으로 제주도나 남해군, 강화도에 견줄 수 있는가. 완도는 이미 장보고의 후예가 되어 바다를 누비고 있다. 농사를 해남과 견줄 수 있는가. 갯벌을 신안과 경쟁한다고? 오직 민속, 그것도 가장 촌스러운 민속의 북소리만이 신명으로 경쟁력있는 미래를 만날 수 있다.

남도들노래

봄철에 모자리(모판)에다 씨를 뿌려 자라게 되면 이것을 떠서(뽑아서) 논에 심게 되는데 먼저 여러 농부들이 모판에 달라붙어 모를 뜬다. 이 때 소리를 메기고 받는다. 처음에는 중모리장단으로 긴 모뜨는 소리를 부른다. 선소리꾼이 두 장단으로 앞소리를 메기면 농부들이 모를 찌며 여럿이 함께 두 장단으로 뒷소리를 '여기야 허허 여허 헤라 머한난 디요'하고 받는다. 이 소리의 선율은 육자배기토리로 구슬프게 들린다. 끝판에는 잦은 모뜨는 소리로 몰아간다. 도드리장단 두 장단을 메기면 두 장단을 '에헤야 여기여라 머난디가 산안지라'하고 받는다.

모판에 모를 떠서 논에 여기저기 던져놓고 여러 농부들이 늘어서서 못방구(모북)를 치고 못소리(상사소리)를 메기고 받으며 모를 심는다. 처음에는 긴못소리를 부른다. 선소리꾼이 못방구를 치며 중모리 두 장단에 앞소리를 메기면 여러 농부들이 모를 심으며 다 함께 중모리 두 장단에 뒷소리를 '여기야 허허 여- 헤라 상사로세'하고 받는다.

끝판에는 자진모리를 자진모리장단으로 몰아간다. 두 장단을 메기면 두 장단에 '어라 뒤여 저라 뒤여 상사로세'하고 뒷소리를 받는다. 뒷소리 또한 육자배기토리로 되어 있는데 흥겨운 느낌을 준다.

진도는 시의 갯샘이다. 보리밭이 신혼 첫날밤이 되고 별빛이 초례청을 대신한다. 어머니들에게, 미영밭의 아낙네들에게 시란 무엇이었는가? 삶이 예술이 되지 않으면 자진하고 마는 장구잽이 사내들. 이 한 많은 세상에 논두렁이나 타는 시와 똘갓에 무엇하러 태어났는가?

 시라는 글쓰기(문학)가 태어나기 전에 먼저 당골이, 홀레붙기가 세상에 있었던 것이다. 시인이라는 사람들은 가장 어두운 곳에서 소외양간에서 먼저 태어나 이미 있는 시를 발견하고 그것을 글(기도문)로 옮기는 자들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시인들은 창조주의 옷자락 한 올을 도둑질해 먹고 사는 자들에 지나지 않는다.

  시인들은 도둑이다/신神의 일기장을 훔쳐다/제 것인 양 팔아먹는/장물아비들이다

   진도는 우리나라에서 전 지역이 한국화와 민속문화 자원 인프라와 접목한 곳이기에 국립 한국화 미술관 설립에 가장 적합한 지역이다. 진도의 문화자원은 가장 한국적인 원형질이기에

그 자체로서 문화상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듯이 남도문화의 원형질을 간직한 살아 숨쉬는 박물관인 진도에 부가가치를 위한 지원과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자연사농업박물관을 지어야 한다. 갯벌체험, 선순환농업, 생명농업이 노래와 함께 들판 가득 수놓는 날까지.

또한 미래 문화체험의 수단으로 부상한 가상 증강현실 홀로그램의 핵심 기술을 바탕으로 한 문화 디지털 콘텐츠 산업분야에 적극적 투자가 요구된다. 그림도 이제는 홀로그램 4차원을 그리고자 한다. 진도는 절반인 예술가요 인간문화재나 다름없다. 그 많던 동네소리꾼들, 만가꾼들. 상량문을 쓰던 명필들. 인류가 지향해야 할 사회주의적 생명의 숲 공동체. 다시 축제는 살아나야 한다.

전세계인들에게 시공간에 구애없이 진도의 문화예술자원을 보고 체험할 창이 활짝 열리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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