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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문화담론 / 희망이 외롭다고 하는 시인이 있다
이달의 문화담론 / 희망이 외롭다고 하는 시인이 있다
  • 藝鄕진도신문
  • 승인 2022.06.14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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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미역 말리는 조도주민들

돌담으로 유배의 성을 쌓은 아직도라는 섬

진도의 다도해 섬들은

닻줄에 묶인 연락선이다.

바위 틈에서 노는 해달의 미역섬이다

원추리꽃이 손주들이다

열정을 주체하지 못해 특별한 섬에 살던 시인 김승희. 개성이 강해서인지 세상과는 어울릴 것 같지 않았다. 두루두루 편안한 세상을 꿈꾸는 둥글어진 시인.

나도 예순 후반쯤 되면 편안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젖은 낙엽보다 더 낮은 곳에 살아도 그래도 사랑의 불을 꺼뜨리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는데...

바람이 불지 않아도 때가 되면 비는 내린다. 한 세상 모질게 살다가 간 것이 안타깝고 그리워서가 아닐까?

석가정 시인은 천부적인 예술가였지만 생활고의 한을 술로 풀면서 수박밭두렁만 타던 시인.

이슬이 부끄러워 새벽에 슬그머니 물러가던 성죽골.

본인이 누군지 모를 정도의 술과 시의 행려병자였지만, 주변 벗들을 위로하는 해탈한 삶을 살다가 마침내 별이 된 시인.

가파른 현대인의 삶에 비관이나 자살은 하지 말고 “그런 사람들이 모여 사는 섬, 그래도”에서 위안과 희망을 갖으라고 표현한 시가 있다.

가장 편안한 섬 이곳도 외롭기는 마찬가지다. ‘그래도라는 섬’이 있기에 가끔 희망이 외롭다하지만 어떤 강을 건나간 벗들 가족을 그리워하며 살고 있다.

“그 가장 서러운 것 속에 더 타오르는 찬란한 꿈”을 찾겠다는 이유로 고난을 선택했는지도 모른다.

미역섬을 지키는 할머니

 

‘그래도’ 라는 섬이 증명하는 이 시구는 진정성과 설득력이 있다.

“세상의 어느 지도에도 알려지지 않은 섬”에서도 얼마든지 가치 있게 살 수 있다고 말하고 싶다.

이승에서 험하고, 억울하고, 고생하고, 배고프고, 슬프고, 아팠던 사람들이 보상 받으며 살 것이라고 확언하는 시인.

“그래도라는 섬에서 부둥켜안고 손만 놓지 않는다면 언젠가 강을 다 건너 빛의 뗏목에 올라서리라, 걱정 근심 다 내려놓은 평화로운 거기에서 만날 수 있으리라” 이제껏 ‘그래도라는 섬’을 그리워하며 살았는데, 포기하지 않고 다가가고, 포용하며 살다보니, ‘그래도라는 섬’이 내 주변에 존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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