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13:41 (목)
매화꽃에 얽힌 이야기
매화꽃에 얽힌 이야기
  • 藝鄕진도신문
  • 승인 2022.06.19 12: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한국문인협회 진도지부 지부장 김 영 승 (시인)

매화꽃은 화려하고 예쁘지만 그리 오래 피지 않는다.

이른 봄에 피었다가 자주 내리는 봄비에 젖어 흔적 없이 지고 마는 꽃이 매화꽃이다. 우리는 어디를 가나 화가들이 그린 매화꽃 그림이나 병풍을 자주 접하는데, 그리기 쉬운 꽃이라기보다는 매화꽃에는 수많은 사연이 있고 수많은 시인들의 시가 있는데, 매화꽃은 이루지 못한 가슴 아픈 사랑이야기가 담겨있어 매화꽃를 보면서 사랑을 이루고자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퇴계이황 선생은 유난히도 매화꽃을 좋아하고 끔찍하게도 사랑했다. 그래서 매화에 대한 시도 1백수가 넘을 만큼 많이 지었다고 전해진다. 매화에 대한 시를 그렇게 지은데는 이런 이유가 있었다고 하는데 그것은 이렇다. 단양군수로 재직하던 시절에 만났던 관기 두향이라는 귀생 때문이었다고 전해진다. 퇴계 이황은 단양군수로 부임한 때는 그의 나이 48세가 되던 해였다. 그리고 두향의 나이는 꽃다운 18세였는데 두향은 첫눈에 퇴계 이황 군수에게 반하여 빠져버렸는데 퇴계이황은 눈길 하나 주지 않는 곳곳한 성품인지라 두향은 애간장만 녹고 있었다. 그러던 중 당시 부인과 아들을 잇달아 잃었던 이황퇴계선생은 그 허전하고 슬픈 가슴에 한 떨기 설중매 같았던 두향이가 자기를 사모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는데, 두향은 시와 서 그리고 가야금에 능했고 특히 매화를 좋아했었다고 한다. 퇴계이황은 두향이를 사랑하게 되었고 두 사람은 깊은 사랑에 빠지게 되었으나 그러나 그 사랑은 길게 가지 못하고 겨우 1년여(9개월 이라고도 함) 만에 끝나게 되는데, 퇴계 이황은 단양군수를 끝내고 경상도 풍기군수로 발령을 받고 옮겨 가야 했기 때문이었다. 두향에게는 하늘이 무너지는 아픈 사연의 변고가 아닐 수 없었다. 사랑으로 만난 짧은 인연 뒤에 갑작스럽게 찾아온 이별은 두향 이에겐 이루 말 할 수 없고 견딜 수 없는 충격이었다.

퇴계이황과 두향은 이별을 앞둔 마지막 날 밤, 밤은 깊어갔으나 두 사람은 말이 없이 침묵만 흐르고 있다가 퇴계이황이 먼저 무겁게 입을 열고 말하면서 “내일이면 여기를 떠난다. 기약이 없으니 몹시 두려울 뿐이다”하고 나니 두향이는 아무 말 없이 먹을 갈고 나서 붓을 들었다. 그리고는 시 한수를 적어 내려갔다.

순천선암사 선매화
장성백양사 매화

 

이별이 하도 설워

잔 들고 슬피 울 때

어느 덧 술 다하고

님 마져 가는 구나

꽃 지고

새 우는 봄날을

어이할까 하노라

그날 밤의 이별은 결국 너무나 긴 이별로 이어졌는데, 퇴계와 두향은 1570년 퇴계이황 선생이 6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21년이란 세월동안 단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 퇴계이황이 단양을 떠날 때 그의 짐 속엔 두향이가 써준 시와 수석 2개 그리고 매화화분 하나가 있었는데 이때부터 퇴계이황은 평생 동안 이 매화를 가까이 두고 극진하게 보살피며 사랑하였다고 한다. 퇴계이황은 비록 두향을 가까이는 하지 않았지만 매화를 두향을 보듯 애지중지하였다고 한다. 이황은 나이가 들어 자기의 모습이 초췌해지자 매화에게 자기의 그런 모습을 보일 수 없다면서 매화 화분을 다른 방으로 옮겨 달라 부탁을 하였다고 하니 얼마만큼 두향을 생각하고 사랑하였는지 알 수 있다.

퇴계이황을 떠나보낸 뒤에 두향은 간곡한 청으로 관기에서 빠져나와 퇴계이황선생과 자주 바람 쐬러 갔었던 남한강가에 움막을 짓고 평생 동안 선생을 그리며 살았다고 한다. 퇴계이황은 그 뒤로 부재학, 공조판서, 예조판서 등을 역임하였고 말년에는 안동에서 은거하게 되었다. 그리고 세상을 떠날 때 퇴계이황은 마지막 한마디가 “매화에게 물을 주거라” 이 한마디였다고 한다. 선생의 그 말 속에는 언제나 가슴속에 두향이가 가득했고 사랑했다는 증거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면서 마지막 남긴 이런 시가 있어 소개한다.

내 전생에는

밝은 달이였지

몇 생애나 닦아야

매화가 될까.

너무나 멋진, 너무나 사랑한 시가 아닐까 생각한다. 여러분도 매화 같은 사랑이 있나요. 사랑에는 나이나 직업에 귀천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매화꽃에는 이런 사연이 담겨있답니다. 사랑하세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