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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중 특집 / 진도 향적사 상락원
백중 특집 / 진도 향적사 상락원
  • 藝鄕진도신문
  • 승인 2022.06.26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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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적사 법일스님

“절에 못오는 어르신들…기다리세요! 우리가 갑니다!” 농어촌 고령화 예견한 스님, 10여년간 불교요양원 발원 노인복지센터 ‘상락원’ 개원 무료도시락에 주간시설 건립“불자들 손길과 관심 기다려”

“포교는 곧 봉사로부터 시작된다는 믿음을 다지고 있습니다. 상락원 관련 직원분들이 70여 명에 이르며 차랑 6대로 원생 어르신들을 진도의 임회 지산 오지마을에서 해남 우수영까지 140여 분들(재가 원생)과 주간 원생 21명이 복지혜택을 받는데 소홀함이 없도록 제가 직접 센터장으로서 챙기고 늘 소통에 힘쓰고 있습니다. 상락원을 2층으로 공간을 확대하고 편의를 도모하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설치지역 어르신들의 안락한 노후 생애를 동락하는 상락원이 되도록 모든 직원들이 정성을 다하고 있습니다. 진도군에서도 정부 복지정책에 부응하여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오후 4시 30분까지 매주 6일간을 운영 중입니다. 보통 65세 이상 분들만 모시기로 하지만 치매 노약자분들은 60대부터 받아 직접 차량으로 찾아가고 귀가시키고 있습니다. 이제 주차장도 부족하나 확보하여 더 유익한 봉사 프로그램 개발에 노력 중입니다.”

나이가 많은 신도들이 해를 넘길 때마다 “부처님 품안에서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해달라”는 청에 어려운 살림에 노인복지시설을 꾸리고 있는 진도 향적사. 상락원 원장이자 주지 법일스님은 적자운영을 하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불자들의 관심과 손길을 기다리며 묵묵히 복지불사에 임하고 있다.

마음에서부터 먼저 봄이 오는 남도 땅 끝에 보물섬이 있다. 진도(珍島)이다. 예부터 1년 농사로 3년을 먹고산다는 풍요의 땅이다. 그런데 모든 것이 좋고 좋은 환상의 섬 진도도 비껴가지 못하는 것이 있다. 농어촌의 고령화이다. 진도는 이미 초고령화 시대에 접어든지 오래다. 65세 이상 노인이 32.4%에 이른다. 진도에 거주하는 주민 세명 가운데 한명이 타인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초고령 노인이다.

향적사 주지 법일스님의 소식이 들려왔다. 향적사 경내에 노인 주간보호시설을 건립하고 준공허가를 받은 것이다. 무더위 속 소나기다. 법일스님은 7년 전 세월호 참사 당시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복지재단 긴급구호봉사단 현장지원 본부장’을 맡아 혼신을 다했던 주인공이기도 하다. 당시 스님은 전국에서 찾은 불자 봉사자들과 함께 황무지였던 불교 재난구호에 전설을 만들어냈다.

세월호 이후 몇 해를 건너뛰어 만난 스님의 얼굴은 여전히 자애로운 미소로 가득했다. 스님의 안내로 찾은 주간보호시설은 향적사 입구에 자리해 있다. 하얀색 단층건물로 59평 규모에 21명의 어르신이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법일스님은 오래전부터 농어촌의 고령화 사회를 예견하고 노인복지를 준비해 왔다. 불교요양원 운영을 발원한 스님은 10여 년전 진도군이 건립한 복지시설 위탁운영을 신청했다. 그러나 번번히 타종교에 밀리고 말았다. 

나이가 많은 신도들은 해를 넘길 때마다 “부처님 품안에서 여생을 보낼수 있도록 해달라”고 소원했다. 절에 오지 못하는 신도들이 늘어났다. 법일스님은 “오지 못하면 찾아가는 복지를 펴자”고 결론지었다. 노인재가복지센터 ‘상락원’을 설립한 것이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기 1년 전인 2013년이다. 재가복지센터는 지역사회에서 일정한 시설과 전문인력, 자원봉사자를 갖추고 필요한 재가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복지시설을 말한다.

특히 노인재가보호센타는 자격을 갖춘 요양보호사가 수급대상자인 노인가정을 직접 찾아가 집안을 청소하고 식사와 세탁 등을 거들어주는 가사서비스, 안마와 병간호 수발 등 간병 서비스, 말 벗을 하거나 상담하는 정서적 서비스 등 일상생활을 도와주는 재가복지다. 

현재 국내에서는 안락사와 의사조력자살 모두 불법이다. ‘안락사’는 의사가 직접 약물을 주입하는 것이고, ‘의사조력자살’은 의사가 제공하는 약물을 환자 스스로 주입하거나 복용하는 것을 말한다. 2018년 2월부터 연명의료결정제도가 본격 시행됨에 따라 회생 가능성이 없는 임종과정에 들어선 경우 환자 또는 환자 가족의 결정으로 심폐소생술,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등 불필요하게 생명을 연장하는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것만이 합법이다. 조사를 진행한 윤영호 교수는 “향후 국내 사망자가 2025년 35만명, 2040년 50만명 등으로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고령화 사회에서 안락사 입법화 요구는 더 거세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생로병사(生老病死). 우리는 모두 세상에 태어나, 나이가 들고 늙어 간다. 그리고 언젠가 병을 앓다 죽게 된다. 병을 앓기 시작하면서부터 세상을 떠나기까지의 과정은 지난하다. 불교에서 인간이 반드시 겪어야 할 네 가지 고통으로 정의하는 이 일련의 과정들은 본인에게도 가족에게도 쉽지 않다.

우선 질병을 앓는 절대적 기간이 길다. 의학의 발전으로 기대수명은 1990년 71.7세, 2000년 76세, 2010년 80.2세, 2020년 83.5세로 높아졌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건 질병으로 고통받는 시간을 제외한 건강수명이다. 2020년 기준 국내 기대수명은 83.5세인 반면 건강수명은 66.3세에 불과하다. 17.2년은 건강하지 않은 상태에서 늙어간다는 의미다. 앞으로 병을 앓다가 죽는 기간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기대수명 대비 건강수명의 증가폭이 낮기 때문이다. 2012년에서 2020년까지 같은 기간 동안 기대수명은 2.6년 증가했지만 건강수명은 0.6년 증가하는 데 그쳤다. 노년기 질환은 필연적이다. 노년기엔 합병증으로 병원에 드나들며 하루 기본 7~8알의 치료약을 복용하는 사례가 부지기수다. 노인들이 ‘아프지 않게, 다른 사람에게 민폐 끼치지 않게 죽는 것’을 소원하게 되는 배경이다. 어느 순간 스스로 거동도 식사도 어려워지면 상당수는 대학병원을 거쳐 요양병원 또는 요양원으로 간다. 특히 배우자나 자녀와 함께 거주하지 않는 노인 1인 가구는 더 그렇다. 전담간병인이나 개인요양보호사 고용은 금전적 여유가 있는 일부 사례에 불과하다. 탈종교 시대에서 한국 불교 개혁의 방향과 방안 세속화와 탈종교 시대를 맞아 종교는 전 시대와 분명히 구분되는 변화를 요청받고 있다. 이런 행위를 바위를 물에 던지고 떠오르라고 기도하는 것과 같다는 것을 잘 아는 스님들도 응하지 않은 이유는 근대적 모순, 곧 자본주의/신자유주의 체제에 포섭되어 화폐 증식의 욕망, 무한한 소비와 향락 추구의 삶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탐욕을 내면화하였기 때문이다.

재가불자는 경쟁 확대로 인한 불안을 기도에 의존하여 치유하려 하고, 승려들은 이것이 교리적으로도 타당하지 않음을 잘 알면서도 사찰재정 증대를 위해 포기하지 못한다. 탈근대에 들어 종교가 3차 서비스 산업화하고 근대 자본이 미치지 못하던 마음의 영역까지 상품화하여 개인의 소외와 불안, 피로에 대해 비합리적인 방법으로 평온, 위로와 치유, 스트레스 해소, 행복을 추구하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스님들의 팬덤(fandom)현상이 유행하는 등 재주술화가 과도하게 진행되고 있다.

대다수 분야에서 한국 불교는 기복성, 농경사회에 부합하는 교육과 수행 시스템을 유지한 채 자본주의적 탐욕과 소비, 향락으로 병들고 있는데 근대적 합리성을 달성하고 시민사회로서 공론장을 확보하지 못한 채 재주술화의 파도에 휘청이고 있다. 현재 위의 바탕에서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조계종단은 적폐가 쌓이고 정당성과 신뢰의 위기에 놓이고, 이를 극복하자는 적폐청산과 종단개혁 운동이 MBC 피디수첩 종편방송의 보도와 목숨을 건 단식을 계기로 가열차게 진행되고 있다. 첫째, 은처, 도박, 공금횡령, 폭행, 성폭력 등 지도층 승려들의 범계 및 비리 행위가 임계점을 넘어섰음에도 이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장치가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다.

스님들이 자기 돈으로 가사와 발우를 마련해야 하고 다른 절에 가면 숙식을 제공받지 못할 정도로 승가 공동체가 완전히 해체되고 각자도생하고 있다. 여기에 탈종교화와 탈세속화의 흐름 속에서 종교의 사사화(私事化)화 경향이 보태지면서 300만 명의 불자가 절을 떠났으며 여러 요인들로 스님들의 재생산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상당수 신자들이 위빠사나와 초기 불교에 더 이끌리며 한국 불교의 정체성에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고 있다. 이대로 가면 스님들은 문화재 관리인으로, 불교는 샤머니즘 수준으로 전락할 것이다. 불교종단의 민주주의를 떠받치는 풀뿌리 민주주의를 확고히 착근시키려면, 수행과 재정을 분리하여 권승들의 권력과 자본 독점과 전횡을 근본적으로 막고, 궁극적으로는 청정 승가 공동체를 회복하려면 사찰운영위원회의 거버넌스 시스템을 확고히 해야 한다. 지난 10년 사이에 승가에서 굳건하게 행해지던 삼의일발(三衣一鉢)과 객실문화가 사라졌다. 수많은 전각이 즐비함에도 바랑을 풀 절이 없고 모두가 개인 토굴 갖기를 희망하고 가사와 다비 비용마저 개인이 준비해야 한다.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신자유주의 체제의 탐욕을 내면화하고 이것이 권력과 결합한 때문이다. 불교는 개인의 깨달음과 공동체적 삶을 통하여 소외를 극복하라고, 무소유의 삶을 통해 무한한 소비와 향락의 욕망을 절제하는 삶을 살라 가르친다. 부처님께서는 출가수행자들이 ‘삼의일발(三衣一鉢)’이나 무소유의 삶을 살라 일렀으며, 이 계율을 어기면 모든 소유물을 4인 이상의 도반들 앞에 내놓고 참회해야 했다.

상락원 문을 열고 요양사 한 명, 사무장 한 명을 채용했다. 수급대상 자격이 있는 신도들을 염두해 상락원을 개설했는데, 이미 복지혜택을 받고있는 센터를 벗어나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그렇다고 모질게 인연을 끊고 상락원으로 신청하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사찰에서 운영한다고 불자에게만 의지하지 않기로 했다. 법일스님의 표현에 따르면 ‘맨땅에 헤딩하기’였다.

센터장을 맡은 법일스님까지 전 직원이 한명의 어르신을 위해 혼신을 다했다. 그렇게 2년간 적자를 감내하며 겨우 명맥을 이어갔다. 그러다 진도에서 세월호가 침몰하고 향적사는 모든 일을 세월호 구호봉사에 맞췄다. 당시 진도 청년회 출신 지완스님이 향적사를 찾았다. 지완스님은 세월호 봉사에 이어 상락원 사무국장을 자원했다.

그 후 상락원은 해를 거듭하면서 수급대상자가 늘어났다. 어르신이 부처님이기에 부처님 모시듯 했다. 입소문이 나면서 비약적인 발전을 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요양보호사 50여명, 수급대상자가 150여명에 이른다. 여기에 목욕차 2대를 갖춘 명실상부한 진도 최대규모의 노인재가복지센터다. 

상락원은 얼마 전부터 복지사업으로 약간의 수익이 발생하고 있다. 수익금으로 3년간 무료도시락을 운영하고 있다. 하루는 수급대상 어르신이 어지럽다며 쓰러졌다. 영양실조였다. 혼자 생활하다보니 제대로 먹지 못했던 것이다. 곰탕을 배달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시작한 무료도시락 배달은 향적사 신도들 몫이다. 

향적사 입구에 건립한 주간보호시설은 심신이 허약한 노인들을 낮 동안 보호해주는 시설이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노인시설을 갖추고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을 모셔와 낮에 함께 생활하게 된다. 상락원 주간보호시설은 향적사가 주위의 지원 없이 3억원 이상의 예산으로 건립했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니 아직 내부시설을 갖추지 않아 휑하다. 집기를 비롯한 시설을 갖추는데 불자들의 손길이 함께하기를 기원해본다.   

■ 향적사 주지 법일스님

“이 섬에선 노인복지가 포교랍니다”법일스님

“1980년대 진도 인구가 11만 명이었습니다. 지금은 3만 명에 불과합니다. 더 큰 문제는 젊은이는 계속해서 시골을 떠나고 늘어나는 것은 노인입니다.” 법일스님<사진>은 “지역에서 노령화로 인한 노인문제가 심각하다”며 ‘노인복지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그러면서 스님은 “노인복지가 곧 포교이다”고 주장한다. 진도를 비롯한 지역에서는 노인의 질병, 빈곤, 고독사, 치매, 노인학대 등 고령화로 인한 노인문제가 심각하다. 특히 독거노인의 대부분은 개별활동이 불편하거나 일상생활이 어려워 타인의 도움을 절실하게 필요로 한다. 법일스님이 노인복지 포교에 힘쓰게 된 것은 오래전부터 현대사회의 흐름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기 때문이다.  

진도에서 태어나 1975년 해남 대흥사에서 출가한 법일스님은 1985년 이래 줄곧 진도 향적사 주지소임을 맡아 지역포교에 힘써왔다. 진도중학생법회(1981년), 진도불교학생회(고등부. 1985년), 진도불교청년회(1982년), 향적사 어린이법회(1987년), 진도불교대학(2007년) 등을 설립해 지역포교를 선도해 왔던 것이다. 또한 30여년간 장흥과 해남교도소, 진도경찰서와 전남지방경찰청 등 지역단체 포교에도 빠지지 않았다. 그러나 열정적인 포교에도 불구하고 인구감소와 토요일 휴무제시행으로 갈수록 법회는 힘을 잃어갔다. 

“도시에서는 미래를 대비해 어린이, 청소년 포교에 힘써야 하겠지만, 농어촌에서는 점점 늘어나는 노인을 위한 복지포교가 절실합니다.” 법일스님은 “앞으로 농어촌에서는 미래불교를 대비해 사찰마다 노인복지를 실천해야한다”고 새로운 포교방안을 제시한다.  

법일스님은 농어촌의 고령화시대를 예감하고 노인복지로 포교방향을 수정했다. 스님은 대학에 다시 들어갔다. 무안 초당대학교에서 4년간 사회복지사(1급)를 공부한 것이다. 여기에 심리상담 1급을 비롯해 유아교육 1급과 요양보호사 1급 자격증도 갖췄다. “농어촌에는 이웃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어르신들이 많습니다. 종교를 떠나 이들에게 손과 발이 되어주어야 합니다. 지역의 사찰에서 펼치는 노인복지가 바로 포교입니다.”(박남인. 박승규기자)

고령화 사회와 승려복지체계 수립 스님들이 수행에 전념하지 못하고 중생구제와 종단개혁에 나서지 못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노후복지가 보장되지 않아 주지나 문중 어른 스님의 눈치를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고령인구(65세 이상)는 2015년 인구센서스 결과 13.2%(657만 명)으로, 2010년 11.0%(536만명)에서 5년 만에 121만 명 증가하였다. 노령화지수(0~14세 인구에 대한 65세 이상 인구 비율)는 2010년 68.0%에서 5년 만에 95.1%로 증가, 저출산 현상과 고령화가 겹친 결과다.” 고령화 사회를 맞아 스님과 재가불자도 고령화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가장 큰 문제는 노스님들의 복지다. 나름대로 수많은 대중들에게 훌륭하게 포교하고 수행에서도 명성을 날린 스님조차 늙고 병들면 말 그대로 한 몸을 뉘울 집도, 절도 없다. 소임을 맡고 있거나 탄탄한 문중의 뒷배를 받지 못하거나, 힘 있는 제자를 두지 못한 스님은 의지할 곳이 없다. 찾다, 찾다 끝내 찾지 못한 스님은 개인적으로 사암을 짓거나, 토굴을 얻기도 한다. 사암도, 토굴도 얻지 못한 스님은 이리 저리 유랑하며 걸식이 아닌 걸식을 한다. 아무리 삶이 곤고해도 바라볼 별이 있고 기댈 언덕이 있으면 그나마 생을 영위할 수 있는 법인데, 한국불교는 힘도 연고도 없는 스님들에게서 별도, 기댈 언덕도 빼앗았다. 노후가 걱정이 되니 수행을 제대로 할 수 없다.

노후를 대비하여 나름대로 준비를 한 스님은 괜찮지만, 그렇지 못한 스님은 속가를 기웃거리거나 삼보정재에 손을 뻗치기도 한다. 늙지 않는 스님은 없다. 희망이 없는 미래는 현재를 구속한다. 노스님들을 책임지지 못하는 한, 종단의 미래는 물론 현재 또한 어두울 수밖에 없다.

법정은 실천에는 “억울함을 참고, 무슨 일이든 인연으로 받아들이고, 사물을 탐하지 말고, 진리대로 살라”며 법정은 이웃에 대한 보살핌의 자비를 들었다. 특히 그는 자비의 산물인 나눔의 삶을 자기 인생의 잔고로 남기고 싶다고 했다. “일체가 오직 마음에서 만들어 진다”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가 핵을 이루고 있음을 읽는다. 법정은 번뇌가 연소된 참 세상을 찾아, 송광사의 불임암과 강원도 오두막집에서 소욕지족(少慾知足)의 평상심으로 여래청정선(如來淸淨禪:선의 최고 경지)을 위해 정진함으로써 최고의 오도송인 무소유를 실천해보였다. 설법보다도 실천을 중시한 불교계의 행동하는 지성이었다. “순간 순간의 삶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현재를 아름답고 후회 없는 순간으로 가꾸라”는 제행무상(諸行無常)의 진리를 강조하였다. 법정은 생의 마무리에 대해 “죽음도 삶의 모습이니 거부하지 말라. 아름다운 마무리는 지나간 순간과 기꺼이 작별하는 것일 뿐, 죽음도 아름다운 마무리도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라고 설파했다. 이는 법정스님의 고결한 울림의 소리다. 이 울림은 위대한 수행자의 열반송(涅槃頌)이 되어, 오늘도 도의 미로에서 번뇌와 집착을 놓지 못 하는 우리 중생들의 귓가에 청아한 연꽃의 복음처럼 여울져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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