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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인 칼럼 나라답게 진도답게!
남인 칼럼 나라답게 진도답게!
  • 藝鄕진도신문
  • 승인 2019.08.10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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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은 반성하자

“비오는 날 세검정에 오르니 시냇가 정자에는 종일 속인이 없구나.

바위에 이내가 끼고 나무들 촉촉이 젖었는데

물소리 요란하여 두세 봉우리까지 날아 울리네.(정약용)”

조선의 선비들은 비가 내려도 제 몸과 마음을 추스르는데 늘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멀리 있는 아내와 자식들에 대한 절절한 마음을 치맛자락(하피첩)에 써 보낸 다산은 또 다른 애절양‘을 내 보였다. 태풍이 가고 또 다른 태풍이 오고 있다.

끓는다. 연일 푹푹 끓는 가운데 대명리조트는 만원사례에다 첨찰산 사천리 삼별초공원 물놀이장은 부모 아이들로 하루 종일 피서를 즐기며 북적거린다. 그러나 요즘 국민들의 마음은 편치가 않다. 바다 건너 일본 우익들의 발언이 우리를 끓게 한다. 송가인이 전국을 종횡무진하며 옥주문화 홍보대사 ‘진도의 딸’ 역할을 톡톡히 하여 그나마 위안을 준다. 오는 14일에는 직접 고향 진도 가계해수욕장을 찾아 전남농업경영인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특별 축하공연을 펼친다. 시원한 산야, 여러 미술관엔 진도출신 유명 화가들의 산숭해심(山崇海深) 옥주골을 담은 수묵화들이 또 다른 여행 고요한 명상의 세계로 이끈다. 운림산방을 비롯하여 소전 장전 옥산 백포 금봉 옥전 전정. 그리고 나절로 미술관. 현대미술관 항산 초대전까지.

그래도 끓는다. 백제의 왕인박사가 전해 가르쳤던 천자문의 한 구절을 뺨을 치듯 되일러주고 싶은 심정이다. 교우투분(交友投分)치 않고 四大五常(인의예지신)을 잃은 저 옹졸한 왜인들의 후안무치를 탄하지 않을 수가 없다. 칠지도가 울음소리를 내고 담징의 붓이 떨어질 지경.

나는 다시 읽는다. “벽파진 푸른 바다여! 너는 영광스런 역사를 가졌도다. … 가장 외롭고 어려운 고비에 빛나고 우뚝한 공을 세우신 곳이 바로 여기더니라.” 이 바다 지나는 이들 이마 숙여옵소서.

문재인 대통령은 집권당과 더불어 ‘나라답게’를 비장한 심정으로 새겨 일치단결하자고 국민들에 호소한다. 류성룡은 징비록에서 간명하게 역사를 이렇게 규정한다. “기록이 기억을 지배한다.”라고.

우리는 지금 탄금대라는 백척간두에 서서 남쪽을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다. 조일경제전쟁이 이미 선포되었다고 인식하며 뒤늦게 극일정신을 강조한다. 1597년 가을 진도군민들은 도망가지 않았다. 고군면 도평리 순절묘역을 가 보라. 87년을 떠돌며 잊지 않고 어떻게 지켜온 땅이었는가.

벽파진 이충무공전첩비는 우뚝 서 그날을 알려주고 있다. “삼백삼십척 적선을 모조리 무찌르니 어허 통쾌할사 만고에 길이 빛날 명량대첩이여. 그날 진도백성들은 모두들 달려나와 군사들에게 옷과 양식을 나누었으며…중략”

벽파진에 서 있으면 대한국인이면 누구나 가슴이 절로 벅차 끓어 오를 것이다.

대한민국이 나라답게 하는 것, 진도가 진도답게 되는 것은 바로 여기에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저도라는 별장을 국민에게 돌려주는 것도 좋지만 이곳 유서깊은 진도 벽파진 이충무공전첩비 아래 이마 숙이시고 그에 앞서 제국주의에 항거한 용장산성 삼별초항쟁 정신을 함께 담아 전 세계에 분명하게 알려야 한다. 불의와 왜곡의 역사의식은 반드시 명량의 그날처럼 또 다시 침몰되어야 한다는 것을.

우리는 일본 각료들의 말 한마디에 너무 조급하게 웃고나 울고 할 필요는 없다. 최근 진도에서 수 십년 민속문화연구를 해온 이토 아비토 동경대 명예교수는 일본의 행태를 지적하며 시정을 주장해 학계와 언론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백범선생이 끝없이 강조하였던, 한없이 부러운 ‘세계에 자랑할만한 문화대국’을 세우는 일에 혼연일치하여 국난을 극복해야 한다. 진도는 대한민국 문화민속예술의 선봉지역의 역할을 해왔다. 병상에서 읽은 백범일지에는 “무릇 한 민족이 나라를 세워 국민생활을 하려면 반드시 기초가 있어야 한다”라고 철학을 강조하였으며 “나라는 내 나라요 남들의 나라가 아니다. 독립은 내가 하는 것이지 다른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닌다.”라고 역설하였다.

그러나 침략과 탄압을 지적하고 질타하며 항일을 외치는 우리들의 또 다른 자화상은 매우 일그러진 모습을 내보인다. 광복절을 앞두고 같은 아시아, 안중근 의사가 이루고자 했던 아시아공동체 형성의 기초인 「동양평화론」과 정 배치되는 일부 한국인들의 행위가 국제적인 비난을 받고 있는 중이다. 불과 100여 년전 일본 침략자들이 저지르던 만행과 무엇이 다른 것인가. 팽목항에서 보여주던 국가와 민족을 넘어선 사해동포 홍익인간, 나눔의 밥공동체를 실현해주었던 그 정신을 잃어서는 안된다. 우리가 일본인들과 왜 다른지를 분명하게 보여주어야 한다. 우리는 진실을 기억하고 그 진실을 제자리에 되돌려주는 일이 역사적 소임이 있다.

일본인들에겐 그저 들끓는 분노만으로 우리들의 정당성을 주장하면서 우리보다 경제적으로 국력이 조금 미치지 못하는, 같은 아시아 백성들에게 일본인들의 ‘이코노믹 에니몰’의 십장 완장을 과시하며 군림하고 매를 드는 행위는 도마 안중근, 백범 김구선생들의 뜻을 거스르는 반애국의 행위나 다름없다.

우리는 이제 우리 안의 비틀어진 제국성, 또 다른 굴종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아직도 미국대통령이 제 나라 연방 주(州)를 순시하듯 휴전선을 다녀가도 안내인 역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그저 베트남 여성을, 동남아 노동자를 매질한다고 해서 우리의 국위가 선양된다는 일부 마초들의 오만과 편견은 정말로 일본에게 또다시 지는 치욕의 수순에 불과하다. 명량의 저 푸른 물결 그 바다에 다시 서자. 바다의 가르침 앞에 무릎을 꿇자. 한 장부가 물목을 단단히 지키고 서면 만부당의 용기를 얻으리라.

팽목항을 지척에 두고 백동마을 앞에는 ‘기억의 숲’이 있다. ‘전쟁과 평화’의 오드리 헵번 깊고 투명한 눈이 봄마다 새순처럼 돋아나는 숲. 세월호는 목포신항으로 옮겨졌지만 우리의 마음속에는 아직도 민주사회, 국제평화의 기울어진 흘수선이 선명하게 그어져 남아있다.

기다림의 시작. 해마다 봄이면 노란나비의 부활을 꿈꾸는 팽목항. 인류애의 넘치는 봉사정신이 석탄재로 매립하려는 시도가 그 흔한 공청회 한번도 없이 계속되고 있다. 왜 이 여름이 유난히 더웁기만 한지 이래저래 가슴이 끓는다. 거울과 역사는 가장 먼저 자신을 비추게 마련이다. 아무리 거부해도 내가 독이 담긴 탈을 쓰고 있으면 그런 내가 보일 뿐이다. 진도가 진정으로 진도다워지려면 뽕할머니의 기원처럼 늘 만남이 있어야 한다. 누구는 되고 누구와는 안되는 왜색을 씻어내고 남과 북이 만나듯 진도를 진도답게 사랑하는 방법에 대해 계급장도 제복도 권위와 고정관념을 벗어버리고 오직 ‘초례청의 그 첫사랑’만 남고 만나는 그런 자리가 그렇게도 어려운가. 말을 번복하는 것은 아베같은 이들이 쓰는 또 다른 자기모순의 도착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야주기 위해서라도.

그래도 송가인은 온다. 그 촌스러움 진달래같은 순단이네 딸. 가식의 탈을 거부하며 날 것의 싱싱한 숭어처럼 뛰어오르면서 온 국민을 위로하고 있는 행복의 메신저 송가인.

오는 15일에는 조도면민들이 뜻깊은 광복절을 기념하는 제73회 체육문화축제를 갖는다. 진도에서 그 어느 지역보다도 대한광복을 반기고 오늘에까지 기억하며 그날의 기쁨을 벅차게 재현하는 행사에 온 군민과 함께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이제 진도의 미래는 블루 이코노미 오아시스, 비상을 꿈꾸는 새섬나라 조도에서 시작될 것이다.(박남인.묵암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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