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墨香과 파격 사이…미술로 들썩이는 남도
墨香과 파격 사이…미술로 들썩이는 남도
  • 藝鄕진도신문
  • 승인 2022.08.19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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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영의 시골장터

수묵화 본고장 목포·진도서 내년 비엔날레 15개국 작가 200여명 작품 펼쳐서예 거장 소전 손재형 개인전

진도 운림산방

전남 진도 첨찰산의 짙은 녹음에 둘러싸인 운림산방은 한 폭의 그림이었다. 조선 남종화 대가였던 소치 허련(1808~1893)이 1856년 9월 스승인 추사 김정희가 타계하자 고향에 내려와 초가를 짓고 수묵화를 그렸던 곳이다. 마당 연못 가운데 섬에서 붉은 꽃을 피운 배롱나무(백일홍) 한그루가 수묵화 꽃을 피운 과거 영화를 기억하고 있는 듯 했다. 소치의 손자 남농 허건(1907~1987)이 수묵화 전통을 지킨 이 곳에서 제2회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가 열리고 있다. 지난 1일 개막해 10월 31일까지 '오채찬란 모노크롬-생동하는 수묵의 새로운 출발'이라는 주제로 운림산방 일원 소치기념관과 남도전통미술관, 목포문화예술회관, 유달초등학교, 노적봉예술공원미술관 등에서 15개국 작가 200여명 작품을 펼친다. 전남도립미술관에서는 지난 해 한국화 거장 김은호와 박대성 작품이 포함된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고귀한 시간, 위대한 선물'과 '한국 서예의 거장 소전 손재형'(11월 7일까지), 상식을 뒤집는 파격적 작품으로 유명한 러시아 작가그룹 AES+F 전시 '길잃은 혼종, 시대를 갈다'(12월 26일까지)를 동시에 열어 남도가 미술로 들썩이게 했었다. 먼저 운림산방 소치기념관에서는 강한 갈필(마른 붓질) 산수화, 모란·매화·대나무·괴석을 그린 문인화, 서예 등 소치의 진면목을 감상할 수 있다. 근처 남도전통미술관에선 수묵이 현대미술과 도자기에 어떻게 녹아들었는지 살필 수 있다. 전시장 가운데 김판기 달항아리를 둘러싼 벽면에 나뭇가지로 선의 미학을 담은 김종규 수묵화 '빛으로부터 나무형상', 한지와 숯으로 이룬 이진우 '무제' 등이 어우러져 있다. 진도 운림산방 인근 남도전통미술관 전시.

유의정이 코카콜라와 나이키 로고를 새긴 청자들이 중심을 잡은 전시장 벽에는 앙상한 나무를 포착한 권순학 풍경 작품, 연잎을 찍은 김용호 사진 '피안 2011-001', 해골과 책에 푸른 안료(이브 클랑 블루)를 뿌린 김세중 사진 '흔적과 부활의 유희' 등이 걸려 있다.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남도전통미술관 전시

목포문화예술회관은 법정스님 수묵화 '차시(홀로 마신 즉)', 골판지에 먹으로 그린 김병종 '상선약수', 먹을 연상시키는 윤형근 '청다색', 숯 작가 이배 회화 '붓질', 이재삼의 대형 목탄화 '달빛' 등 대작들을 다양하게 펼친다. 아름다운 도원경을 재해석한 박상화 설치 작품 '목포판타지아-사유의 가상정원'과 겸재 정선 그림을 담은 이이남 미디어 아트 '박연폭포'는 현대기술로 수묵의 매력을 전한다. 벨기에 작가 리너스 반 데 벨데 목탄 인물화, 쿤 반 덴 브룩 추상화 등 외국 작가 작품들에서 수묵화와 유사성을 발견한 것도 흥미롭다. 전남도립미술관은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 유족이 기증한 전남 출신 작가 김환기, 천경자, 오지호 작품을 거는데 급급하지 않고 작가들의 작품세계를 조명한 영상과 자료들을 함께 전시했다. 십자 형태로 구성된 김환기 '무제'를 비롯해 그가 표지를 그린 현대문학 잡지들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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