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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파 눕고 배추 뽑히고 진도 들녘 ‘쑥대밭’
대파 눕고 배추 뽑히고 진도 들녘 ‘쑥대밭’
  • 藝鄕진도신문
  • 승인 2022.09.16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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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군 대파밭에서 태풍 힌남노가 몰고 온 강풍으로 인해 대파들이 쓰러져 농심마저 누워쓰러질 지경이다. 전남 들녘을 할퀴고 간 제11호 태풍 ‘힌남노’는 농민들에게 큰 상처를 남겼다. 강한 빗줄기와 거센 바람에 애지중지 키워왔던 농작물이 쑥대밭이 됐다. 진도 대파는 강풍에 맥없이 쓰러졌고 김장철에 맞춰 심은 해남의 어린 배추들은 뿌리째 뽑혔다.

전남도재난안전대책본부의 피해 상황 집계를 보면 이날 낮 12시 기준 1124㏊ 농작물이 태풍으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 특히 김장철에 출하될 밭작물의 피해가 커, 김장철 농산물 가격 급등도 우려된다.

전국에서 손꼽히는 겨울 대파 주산지인 진도에서는 대파가 강한 바람에 쓰러졌다. 쓰러진 대파 면적은 30㏊ 정도다. 전남도는 이번 태풍으로 대파 생산량이 최대 30%까지 감소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수확 앞두고 폭염·병충해 견딘 벼·대파, 강풍에 쓰러져"쌀 값 폭락 속 인건비·농약값 들여 재배했지만 결국 흉작""

"넘어지지 말라고 3일 전 강화제도 줬는디…속절 없이 쓰러진 자식들을 본께(보니까) 눈물이 나요." 제 11호 태풍 '힌남노'가 휩쓸고 지나간 6일 오전 진도군 고군면 남모(71·여)씨의 대파밭.

3956㎡ 규모의 밭엔 초록빛을 띤 대파들이 태풍이 할퀴고 지나간 방향 대로 줄줄이 쓰러져 있었다. 이미 20~30㎝나 자란 대파들이 왼편으로 일제히 쓰러져 있는 모습은 태풍의 위력을 실감케 했다. 남씨는 동이 트기도 전 집을 나서 밭과 논 상태부터 살폈지만, 맥 없이 쓰러진 대파와 벼를 보고 망연자실했다. 태풍이 닥치기 3일 전 대파들이 넘어지지 않도록 뿌리를 단단하게 고정하는 약을 뿌려뒀지만, 초속 40여m의 강풍을 버티기엔 역부족이었다. 남씨는 쓰러진 대파를 일으켜 세웠지만 파는 이내 한쪽으로 기울었다. 남씨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안 쓰러진 거 찾아보기가 힘들지요잉"하며 한숨을 쉬었다. 그러면서 "늙은 나 혼자 이것들을 다시 세우고 감당해야 한께 눈물이 나"라며 흐느꼈다. 대파밭 옆에 위치한 4628㎡ 규모의 논도 도복(벼 넘어짐) 피해를 입었다. 알곡이 가득 차 이제 막 고개를 숙인 벼들은 강풍을 맞고 힘없이 쓰러져 있었다. 절반은 45도 각도로 쓰러져 있었으며, 나머지 절반은 빗물과 함께 진흙 속에 파뭍혀 있었다. 땅엔 강풍에 날린 벼 낱 알이 어지럽게 떨어져 있었다. 추수를 한 달 앞두고 기대감에 부풀어야 할 남씨의 얼굴엔 먹구름이 잔뜩 꼈다. 남씨는 떨어진 낱알을 주우며 "물에 푹 젖어서 썩어불겄네"라며 한숨을 쉬었다. 남씨는 쌀값 폭락에다 수확할 수 있는 벼도 적어 걱정이 앞섰다. 넘어진 대파와 젖은 벼를 일으켜 세우기 위한 인건비도 여의치 않다.

남씨는 "쌀 값이 떨어져도 할 수 있는게 농사 밖에 없으니 기름값·비룟값·인건비를 들여 키웠는데, 거둬들일 벼마저 얼마 없으니 올해 농사는 포기해야 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태풍으로 도복 피해를 입은 또 다른 진도 농민 박모(77·여)씨는 "쌀 값이 떨어져 마진도 얼마 남지 않을 것 같은데, 수확할 벼가 다 침수돼 올해 벼를 거둘 수 있을 지 모르겠다"며 "쓰러진 벼를 세우고, 물길을 확보하는데 인력 충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힌남노'로 인한 전남 지역 농작물 피해는 도복 522㏊, 낙과 578㏊, 침수 24㏊로 집계됐다.

전국 생산량의 30%를 차지하는 진도 대파는 김장철 수확이 시작돼 이듬해 2월까지 이어진다. 진도군 관계자는 “피해 현장을 점검한 결과 대파의 뿌리가 완전히 뽑힌 것은 아니어서 흙을 덮어주는 작업을 하면 다시 뿌리를 내리고 자랄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박승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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