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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후 한국학 연구한 첫 일본인
일제강점기 후 한국학 연구한 첫 일본인
  • 藝鄕진도신문
  • 승인 2019.08.10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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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달 뜨면 마을 들썩… 진도 밤문화 생생

 

이토 아비토 교수, 그가 전하는 ‘40년 전 진도의 추억’

50여 년간 전남 진도를 비롯해 한국 곳곳을 다니며 연구해온 일본의 문화인류학자 이토 아비토 교수. 그가 카메라에 담았던 1972년 진도의 풍경은 이제 아득한 추억이 되었다.

 

전남 진도에서 주민들의 ‘밤 문화’는 달빛의 밝기에 좌우됐다. 전기가 안 들어오던 시절이어서 보름달이 환하게 뜨면 신이 난 동네사람들은 밤늦게까지 밖에 모여 술 마시고 노래하고 싸움도 하며 떠들썩했고 어린아이들은 공터에 나와 쥐불놀이를 했다. 들떠서 잠 못 들기는 소나 돼지도 마찬가지였다. 달빛이 어두운 날은 다들 일찍 잠자리에 들어 온 동네가 고요했다. 달빛에 따라 사람도 짐승도 생활리듬이 달라지던 이 아름다운 마을에서 주민들과 동고동락한 일본인 청년이 있었다. 일제강점기 이후 일본인 최초로 한국을 문화인류학적으로 연구한 이토 아비토(伊藤亞人) 일본 와세다대 아시아연구기구 교수 겸 도쿄대 명예교수(69)다. 2002년 전경수 서울대 인류학과 교수, 진도 주민들과 함께 진도학회 창립을 주도한 그가 30일 서울대에서 열린 진도학회 창립 10주년 국제학술대회를 위해 한국을 찾았다. 이토 교수는 29일 기자와 만나 40년 전 ‘진도의 추억’을 유창한 한국어로 들려줬다. 도쿄대에서 문화인류학을 전공한 그가 1970년대 초 한국을 조사지로 택한 것은 일본에 한국을 연구하는 학자가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 일본에는 한국을 멸시하는 풍조가 남아 있었습니다. ‘아무도 안 하면 내가 해보자’며 한국으로 향했죠. 세계화 마인드를 지녔던 부모님께서 제 이름을 ‘아시아 사람’이란 뜻의 아비토로 지어주셨는데, 한국을 모르면 진정한 아시아 사람이 될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는 1971년 제주도를 시작으로 진도, 경북 안동, 서울 등 전국 각지를 돌며 농민사회, 양반문화, 친족, 민간신앙, 상호부조조직, 새마을운동 등 다양한 소재를 연구해왔다. 특히 1972년 6개월간 머물며 농민사회를 조사했던 진도는 그에게 고향과 같다. 처음 진도에 왔을 땐 하루 세 끼 밥값과 방값을 포함해 한 달 하숙비 5000원을 냈지만 이후엔 하숙집 주인과 가족처럼 지내게 돼 하숙비도 안 내고 살았다.(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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