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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향의 자연에서 삶을 투영하다"
 "고향의 자연에서 삶을 투영하다"
  • 藝鄕진도신문
  • 승인 2022.11.06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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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각칼로 인생 새기는 판화가 정순아

회화 같은 판화 작품…작가 "새 작품에 형상화 집중 하겠다" “늦가을 남도의 들녘에 바람이 입니다. 제멋대로 부는 바람에 벼 이삭은 꼿꼿했던 자신을 풀고, 자연에 순응하는 법을 배웁니다. 작가는 정신적으로 피폐해진 마음으로 운전하다 문득 차창 밖 황금벌판이 너무 아름답고, 풍요로워 보입니다. 처절한 삶을 겪었던 시간이 갈수록 감성의 깊이는 더해 가고 있습니다.” 조각칼을 들고 작품에 열중하고 있는 정순아 작가. 유성물감과 판화를 찍는 잉크 등이 품어내는 내음은 전혀 화학적이지 않고 편안합니다. 진도 출신인 작가는 어렸을 적 아버지를 따라 한국화를 좋아했고, 화실을 다니며 회화에 열중했습니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작품에는 진도의 색채가 묻어나는 느낌입니다. 한동안 붓을 놓았다가 13년 전부터 다시 붓을 들었는데, 예전처럼 회화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조각칼로 판화에 몰두하고 있을 때는 근심과 걱정 다 사라지고 마치 수행을 하는 것처럼 도를 닦는 기분으로 칼끝에 온 신경을 집중해서 작업에 몰두 합니다. 여러 장을 찍어낼 수 있어서 회화에 비해 가치가 부족한 것이 아니냐는 주변 시선이 있지만, 판화의 제작 과정을 그리 만만치 않습니다. 회화는 완성 후에도 여러 차례 덧칠 등으로 수정이 가능하지만, 판화는 칼 끝 하나만 잘 못해도 새로 다시 판을 새겨야 하는 정신 집중형 작업입니다. 또, 여러 색깔을 동시에 찍을 수 없고 한 가지 색을 찍고 유화 물감이 마를 때까지 3~4일을 또 기다려야 다음 색을 찍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찍어낸 정 작가의 작품은 마치 회화를 보는 것 같습니다.

작가는 새로운 작품을 만들며 작가 노트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추석에 고향을 내려가는 차창 밖으로 가을 벌판에 바람에 살쪄서 곧 등이 터질듯한 벼들이 노랗게 물들어 풍요롭고 복되게 마구 출렁거렸습니다. 우리 세상이 이렇듯 풍요로워서 모든 것을 나누고 베풀 수 있는 삶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황금 들판의 벼가 저의 작품의 모티브가 되었습니다." 바람이 통했을까요? 출렁거렸을까요? 조각칼로 빚어낸 황금벌판에는 수많은 조각칼 자국이 남았지만, 어느 하나 성내지 않고 날카롭지 않으며 따뜻한 온기 담은 선으로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작가는 마음의 형상화에 집념하고자 합니다. 작품을 바라보는 찰나의 시간에 관람객은 그 마음을 고스란히 받지 않을까요?(박남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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