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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렬 소설집 『백두산 아리랑』 출간
 김상렬 소설집 『백두산 아리랑』 출간
  • 藝鄕진도신문
  • 승인 2022.11.24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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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을 중심으로, 하나의 가족사를 통해 풀어낸 민족의 이야기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후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작가 김상렬의 소설집,《백두산 아리랑》이 출간되었다. 수록된 여덟 편의 작품 중 일곱 편은〈백두산 아리랑〉연작이다. 헤어진 가족을 그리워하는 인물들, 아버지의 유언을 지키고자 애쓰는 ‘나’의 모습을 통해 민족 분단의 아픔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연작에 이어 작품집의 마지막을 장식한 작품, 〈하루살이〉는 김상렬 작가가 가장 최근에 집필한 작품으로, 전두환 씨의 사망 소식을 들은 한 소설가의 회상을 통해 굴곡진 한국 현대사를 살아낸 이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일제강점기, 미소 분할 점령시대, 참혹한 6ㆍ25전쟁, 군사독재와 민주화 열풍에 따른 탄압까지. 역사의 비극 너머 저마다의 그리움과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바치는 헌사이자, 그들의 아픔을 어루만지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각각의 가족 구성원이 품고 있던 이야기를 세월의 흐름과 함께 한 편, 한 편 이어지는 연작에서 흥미진진하게 풀어냈으며, 순수한 우리말을 살려 쓴 아름다운 문장 역시 주목할 만하다.

 소설가 김상렬

1975년〈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소설〈소리의 덫〉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문학은 곧 인간학이어서 죽을 때까지 그 인생 공부를 멈출 수 없다’고 믿는다. 오랜 서울살이를 청산하고 공주 마곡사 근처 산골에 든 이후 오롯이 글 농사에 몰두하면서 우리말과 우리 역사를 곰파는 이에 빠져 살고 있다. 그동안 펴낸 작품집으로는《붉은 달》,《달아난 말》,《뒷기미 세상살이》,《따뜻한 사람》,《그리운 쪽빛》,《헛개나무 집》 등이 있다.

  아름다운 우리말 표현들 하는 행동이나 말이 갑작스럽고 터무니없는 모양을 뜻하는 생게망게, 몸이 야위고 파리하다는 뜻의 강파르다,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걷는 모양을 뜻하는 발밤발밤…. 작가 김상렬의 소설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순수한 우리말을 살려 쓰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여느 책에서 마주하기 어려워진 표현들이 한 페이지에도 몇 번씩 등장한다.

누군가에게는 반갑고 누군가에게는 낯설게 느껴질 이 단어들은 문장들 사이에서 생생하게 기능하며 말맛을 더한다. 작가의 풍부한 어휘와, 이를 그대로 살려내는 필력은 그 소중함과 기꺼움을 아무리 상찬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렇게 우리말 표현을 살리는 모습은 일제강점기와 민족 분단이라는 비극적 역사를 담아내며 회복을 꿈꾸고 상처를 위로하는 작품의 내용과도 조화를 이룬다. 슬픔과 한을 담아 노래로 승화한〈아리랑〉이 세대에서 세대로 전승되어 불리듯이 작품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낸 잊혀져가는 우리말은 세월을 거슬러 되살아 날 것이다. 우리 역사와 우리말을 깊이 있게 파고 든 저자의 시도에 담긴 의중을 발견할 수 있다면 이 또한 눈 맑은 독자에게 큰 즐거움이 될 것이다.(박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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