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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 한 수를 바친다. 소포리 농민 고 김병철
 시 한 수를 바친다. 소포리 농민 고 김병철
  • 藝鄕진도신문
  • 승인 2023.01.04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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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진도 땅을 일구며 소리를 찾아 심던 한 사람 제대로 된 원시 원형의 공동체 농촌에서 농사를 짓고 싶어 했던, 쓸데없이 한없이 징한 고향사랑으로 살았던 농민 김병철. 그가 또 길닦음 지나 ‘길 위의 길’로 걸어간 소포의 바람, 소포의 수묵이었던 한 사내에게 바친다.

소리는 바람에 머물지 않고

오늘도 소포리 대흥포에

바람이 분다

눈은 언제나 수묵의 길을 걸었다

그 길을 따라가면 개옹마다

뻘낙지 숭어떼가 돌아오는 꿈이 보였다

이 산 저 산 노래와 연꽃을 심어

노란 붕어찜에 올 해도 농사야

마누라 궁뎅이로 밀어도 장원이지라

바구리만한 섬 민속마을 소포리 마을에 가면

거나한 체험놀이판이 수시로 벌어졌다

어디 사랑방 장구소리가 들려오면

마을 주민들이 모두 천상 소리꾼이였다

흥타령, 육자배기, 강강술래, 남도들노래

상여소리가 온 마을을 휘감고 돈다

돼지막 불소금 소개나루쟁이도

사라져가는 소리의 사설들이

병철이 구수한 입담에서 살아나고

그에게서 사랑이 없었다면

요란한 징소리에 불과했다는 것을

걸군농악에서 북놀이 상쇠로

“얼씨구 씨구 절씨구 씨구

방아로구나. 이 하~에 헤야~ ”

수묵의 길 따라 소리들도 세상을 뜨는가

봄동배추가 노란 속이 꽉 차서

한 바탕 놀다 가라고 병철이

대흥포 저 달이 떴다 지도록 놀다 가라고

가는 길 상여꽃이 지천에 피는구나

-고 김병철 소포민속전수관장을 추모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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