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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 않은 길을 위하여
가지 않은 길을 위하여
  • 藝鄕진도신문
  • 승인 2023.02.04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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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날에는 바람이 부는 곳으로 가자

모든 것이 생명을 발아하던 시원의 바다를 부초(浮草)처럼 주유하던 꽃. 파도를 만나면 파도가 되고 바위와 바위 틈에서 피는 바다의 연꽃 풍란의 지극한 향으로 흐르던 섬.

섬은 명상의 수행처이다.

평탄한 삶에서는 걸작이 나오지 않는 법이다. 부족함, 그리고 고난과 역경은 신이 내린 최고의 축복이다.

새들이 오는 섬엔 숲이 우거져 있다. 숲에는 질서와 휴식이, 그리고 고요와 평화가 있다. 숲은 모든 것을 받아들인다. 안개와 구름, 달빛과 햇빛을 받아들이고, 새와 짐승들에게는 깃들일 보금자리를 베풀어 준다.

다도해의 숲은 선입감, 분별성을 내세워 다양한 수종 이끼 꽃을 거부하지 않는다. 자신을 할퀴는 폭풍우까지도 마다하지 않고 너그럽게 받아들인다. 이런 것이 숲이 지니고 있는 덕(德)이다. 바람이 부는 날에는 그 숲들이 꿈꾸는 날 연두빛 그리움이 발아를 한다. 수 백리 바다를 날아와 둥지를 튼 하얀 바다새들.

나무들이 한결같은 빛깔을 하고 있다면 얼마나 답답할까. 바위틈의 제 몸에서 떨어져 나와 썩은 잎들의 부엽 토지에 뿌리를 내리고 허공에 가지를 펼치면서 생생하게 살아 있는 나무들은 자기답게 살려고 자신의 빛깔을 내뿜을 때 우리는 사람의 무거운 짐을 내리고 욕망의 껍질을 벗겨낸다. 숲의 나무들은 저마다 자기만의 빛깔을 띠고 있기에 찬란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법정스님의 글 일부 인용)

날이 갈수록 획일화를 치닫는 우리에게 그 장엄한 조화에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을수 없다.

이 가득한 눈의 산 골짜기 어디 동토를 뚫고 소리없이 올라오고 있는 봄꽃들의 열망은 정진으로 설명할 수 없는 기적이다. 수선화와 개나리 진돨래는 반드시 매서운 추위를 거쳐야만 꽃망울을 맺히며 아름다운 색과 향을 얻는다. 이를 깨닫기까지 다양한 경험과 체험과 인고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

애초에 깊고 아늑한 원림이었던 곳. 차를 달이는 물을 산 중턱에서 끌어들여 모과나무, 각시산감나무와 돌배나무에 수액을 나눠주며 서둘지 않고 흐르는 정갈한 또랑, 운림산방에서는 수많은 사연과 인연 그리고 명작의 산실로 200 여 년의 문화의 숨결이 숨쉬고 있다. 한양 사대부들 모든 인연의 화려함과 세속의 욕망을 훌훌 털어내고 붓과 두루마리 종이, 서책 봇짐을 챙겨 스승의 판간 하나, 산숭해심 좌우명으로 삼아 찾아와 모옥(茅屋)을 지어 때로 시대의 준엄한 절명의 시가 배회하며 발길을 돌리게 하고 나대경의 산거(山居)로 운림각도를 가득 채운다.

가장 궁벽한 섬 골짜기에서 신독하여 고전을 즐겨 읽는다. 당나라 문장가인 한유(韩愈)의 시에 이런 대목이 있다. "學海無涯苦作舟(학해무애고작주) 배움의 바다는 끝이 없으니 고난을 견디며 배를 만들어라.“ 그처럼 시와 경전 그리고 차에 대한 탐구로 한 시대의 숨은 깨달은 화인이 누가 있었던가. 후손들에 전해오는 각서철 편지 문구들은 때로 첨찰산 쌍계사 동백꽃의 열정과 자금우, 참가시나무 회화나무처럼 그윽할 따름이다.

그의 삶은 산이었고 표표한 낚시대 없는 굴원의 강물이었다. 영원히 가라앉지 않는 배를 상상해 보라!

“세상 사람이 모두 탁하다면, 그대는 왜 그 진흙탕을 휘저어 흙탕물을 더 높이 일으키질 않으시오? 모든 사람이 취해 있다면, 그대는 왜 어울려 그 술지게미를 배불리 먹고 박주(薄酒)를 마시지 않으시오?” 한 어부의 말이 뱃전을 치는 시대를 멀리한 소치 허련. 진도는 여러 전쟁 속에서도 사화가 유유히 물결처럼 흘러갈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 비움에서 오히려 더 큰 소리의 공명을 얻어 오늘 날 소리의 고장 예향이 되지 않았겠는가?

오늘의 진도 수많은 소리꾼들, 명인들은 깊이 명심하여 먹의 향기와 인연을 소중히 해야 한다. 새로 머리를 감은 사람은 관(冠)의 먼지를 털어서 쓰고, 몸을 씻은 사람은 반드시 옷의 먼지를 털어서 입는다고 했다. 남천교의 한 밤 친교를 나눈 박덕인의 품성이 고고하다.

사람에게 언제든지 꿈이 있다면 나이는 단지 숫자일 뿐이다. 나이는 눈 속에 피는 꽃이다. 새는 어떻게 아침이 오는지를 아는 지혜로 난다.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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