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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의 날, 섬의 해 슬도 여자 독거도 남자’ 이야기
섬의 날, 섬의 해 슬도 여자 독거도 남자’ 이야기
  • 藝鄕진도신문
  • 승인 2019.09.08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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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진도 조도면 독거도리 작은 섬 ‘飛雅’슬도

섬이 뜬다. 그 섬에 사는 사람들도 뜬다. 물 속의 싱싱한 고기도 뜬다. 여름이 되면 덩달아 멸치가 겁나게 뜬다.

남들은 척박하다지만 이만하면 좋지 아니한가 내 고향 슬도에는 멸치를 기다리는 여자들과 욕심 없이 바다를 일구는 남자들이 산다.

섬 주민이라봐야 열 가구 남짓밭뙈기 하나 없는 바위섬에서몇 대째 멸치를 잡아온 이들이모두 여섯 집이다

전라남도 진도군 조도면에 ‘손바닥만한’ 섬, 슬도(瑟島)가 있다.

 

꿈처럼 살아간다면. 주민이라봐야 열 가구 남짓. 그 중 여섯 집이 멸치 잡이로 생계를 꾸린다. 해마다 신우대가 늘어난다. 바람이 불면 어디선가 비파소리가 들린다고 해서 슬도라 부른다고도 했다. 원래는 비아섬이라 한다. 일본 강점기 측량기사가 비아(飛雅)를 비파로 잘못 들어 슬도로 적었다. 지금은 톳과 미역도 한다. 70년대 진도출신 기자 김정호씨가 ‘섬섬섬 섬사람들’을 연재할 때 조도 지역을 멸치잡이하듯 훑었다. 뭍에사는 사람들은 비로소 섬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독거도를 중심으로 한 네 개의 유인도서, 즉 독거도·탄항도·혈도·슬도를 ‘독거군도’라고 한다. 독거도는 주로 암석해안이며, 해안선은 비교적 단조롭다.

김정호 기자의 1991년 저서 <섬, 섬사람들> <진도의 섬과 일본의 섬>에 슬도 얘기가 나온다. 김 기자가 1971년 당시 <전남일보>에 연재한 '섬, 섬사람들'은 이듬해 '한국 신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의 책에 담긴 슬도 얘기를 살펴보자.

"슬도는 바로 이웃섬 죽항도나 상·하구자도와 마찬가지로 멸치잡이 낭장망(그물이 주머니처럼 생겼다)으로 살아가는 섬이다. 섬이 워낙 작아서 농토가 한 뼘도 없는 섬이다. 원래 '비아섬'이라 했으나 비아를 비파로 잘못들은 일본인 측량사가 '슬도(瑟島)'라 적는 바람에 섬이름이 바뀌었다고 한다.

비아란 한자로 '飛雅'라고 쓰는데 그 섬이 까마귀가 나는 형국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섬 앞에 있는 무인도 고깔섬은 그 섬 속이 완전히 비어 있어서 그 안에 들어가 숨을 수 있을 만한 기이한 섬이다. 바다에 고깔을 띄워놓은 것과 같다. 70년대 최고 19가구가 살 때는 슬도에 22통의 낭장망과 2척의 연승업을 했다.

지금은 멸치잡이와 미역 채취로 살아가고 있다. 이 섬은 대부분 겨울에는 목포에서 나가서 살다가 봄에 들어와서 11월까지 고기를 잡다가 다시 목포로 간다. 옛날 이 섬 주변에서 조기 낚시가 잘 됐지만 어족이 고갈되면서 살 수 없는 섬이라 했는데, 근래 독거군도에서는 가장 멸치가 잘 잡혀 살 만한 섬으로 이름나 있다.

 

2호집 여자 경심은 멸치 어장을 가지고 있는 젊은 총각 기섭에게 시집와 억척스레 멸치농사를 지으며 살았고, 어릴 때부터 배를 탔던 3호집 규종은 섬이란 섬은 다 돌아다녀봤지만 고향인 슬도를 최고로 친다. 4호집 옥철은 멸치만 아니었다면, 아픈 형님 돕는다 눌러앉지 않았더라면 화가나 시인이 되었을 것이다. 옥철의 처 선심은 멸치 어획량이 줄어 서운한 마음이 크다. 멸치는 여섯 집안의 대대로 이어져온 삶이었고 역사였다.

멸치 때문에 슬도로 시집온 여자도 있고 장가온 남자도 있다.

슬도의 멸치잡이는 6월부터 대여섯 달에 걸쳐 이어지는데 뜨거운 8월과 보름달이 뜨는 추석 즈음이 대목이다. 폭염을 견디며 뜨거운 냄비 앞에서 종일 멸치를 삶아내야 하고 추석 명절에는 뭍에서 자식손주까지 들어와 멸치에 매달린다. 멸치잡이가 끝나는 10월 말이면 섬사람들은 매서운 바람과 파도를 피해 뭍으로 나가서 겨울을 나고, 이듬해 봄 멸치가 날 때 다시 돌아오기를 반복한다. 일년의 절반은 슬도에서, 절반은 뭍에서 보내는 슬도 사람들의 삶이 매우 독특하다.

KBS1TV ‘다큐공감 ’ 슬도 남자 슬도 여자편 에서는 진도군 조도면 독거도리의 작은 섬. 슬도의 독특한 섬살이를 장장 2년에 걸친 밀착취재로 담아냈다. 사방이 바위 뿐인 거친 환경에도 삶을 뿌리내리고 멸치와 미역에 기대어 살아온 슬도 사람들의 억척스러운 인생과 ‘슬도 사랑’을 담았다.(박남인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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