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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의 깊은 서정, 아리랑에 담다
고향의 깊은 서정, 아리랑에 담다
  • 藝鄕진도신문
  • 승인 2023.02.27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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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지생활 어언간 / 몇 십년인고 / 꿈속에선 앵무리 자리섬*을 / 건너네

아리아리랑 서리서리랑 / 아라리가 났네 / 아리랑 응응응 / 아라리가 났네

필자가 자작한 진도 아리랑 가사이다. 타지에서 오래 정착하여 살다보니 시간이 흐를수록 고향 산천 곳곳이 더욱 선명해진다.

작년 봄 부모님 산소에 갔었다. 초가를 에워쌌던 고목들은 오간데 없고 잡초만 무성한 마당을 둘러보고 동네를 빙 돌아 나오는데 개 짖는 소리가 동네의 적막함을 더하니 허전한 마음에 콧등이 시큰했다. 진도 일주 도로를 여행하며 목격한 고향의 익숙함에 허전했던 마음을 채우고, 진도 아리랑 박물관을 돌아보고 진도아리랑보존회 박병훈 회장님을 뵈어 아리랑의 자취를 더듬었다. 상만리 바닷가 펜션에서 하루를 지내고 마주한 아침의 고향바다가 주는 고요함과 온화함으로 위안과 평온을 듬뿍 안았다.

귀경길에 진도대교 아래 음식점에서 때 지난 요기로 낙지안주에 동백꽃색 홍주로 아쉬움을 달랬다. 낙지의 달짝지근한 그 맛이 갱번의 진한 쪽빛 뻘에서 비롯됐는지, 아니면 울돌목에서 부는 바람 때문인지, 옆자리에서 들려오는 고향 언어의 다정함인지. 여러 가지 요소가 있겠으나 오래 기억될 고향의 단맛이었다.

필자는 여러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를 하다보면 으레 진도의 산물을 화제로 삼는다. 예술에 관한 화제에서는 운림산방의 내력과 남종화의 명맥을 역력히 드러내고 흥이 일어 노랫가락이 나오면 어느새 진도아리랑과 육자배기를, 술잔이 오가게 되면 언제나 청춘인 듯 불그레한 홍주를 설명한다. 차를 마시다가도 앵두색과 같은 구기자 열매를 수확해서 말려 볶으면 차를 만들 수 있고 술밥, 누룩과 함께 버무려 담그면 술이 되는 구기자를 소개하며 진정한 진도 홍보맨을 자처한다.

이런 고향에 대한 그리움으로 진도 아리랑을 소재로 한 이번 작품을 완성했다. 지산면 출신의 서예인으로서 수구초심(首丘初心)의 마음으로 작품을 연구하며 근본이 불쑥불쑥 튀어나올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소재가 아리랑이었다.

이번 작품은 2023 수원시 아름다운 공공기관 만들기 사업에 선정되어 6월까지 수원특례시청사에 전시되며 진도를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앞으로도 고향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고자 한다.

                                 <경력>

수원대학교 미술대학원 조형예술학과 서예전공

대한민국미술대전 서예부문 초대작가 및 심사위원 역임

경기도미술대전 서예부문 초대작가 및 심사위원 역임

경기도미술대전 캘리그라피부문 심사 및 운영위원

경기도정신건강가족학교 서예・캘리그라피 강사

* 자리섬 : 종선을 타고 지산면 앵무리와 임회면 장구포리를 오가던 중간에 위치한 작은 섬(지금은 육지가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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