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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 박항환 화백 전시회 열린다. 제2의고향 목포에서
전정 박항환 화백 전시회 열린다. 제2의고향 목포에서
  • 藝鄕진도신문
  • 승인 2023.05.05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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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한국화의 맥을 이어오는 전정(田丁) 박항환 화백이 오는 5월 7일부터 5월 16일까지 전남도립도서관 1층 남도화랑(전남 무안군 삼향읍 남악로 210, 02-285-5200)에서 신작 전시회를 개최한다. 박화백은 ‘나의 삶, 나의 예술’ 전문을 통해 “ 나의 삶과 예술 역정은 진도에서 시작되어.............이미 북소리는 아득하고 꽃은 지고 있지만 새삼 흘러간 소리에 장단을 맞추고 떨어진 꽃들을 보며 지난 시절을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며 전시회 개최 소회를 밝혔다. 많은 관람을 바랍니다.

 

나의 삶, 나의 예술

나의 삶과 예술 역정은 진도에서 시작되어 목포를 거쳐 서울로, 그리고 다시 목포로 이어지는 순례의 과정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것은 단순한 고향으로 부터의 이별과 타향에서의 삶, 그리고 귀향으로 이어지는 물리적인 공간 변화가 아니라 내 예술 역정을 대변하는 상징과도 같은 것이다. 나의 예술은 언제나 현실에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찾아 떠나는 이정의 연속이었다. 때로는 작은 성취에 도취되기도 하고, 또 경우에 따라서는 한 없이 좌절하며 재주 없음을 한탄하기도 하였다.

전통남종화는 나에게 고향과도 같은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나만의 독창적이고 현대적인 것을 확보하기 위한 치열하고 부단한 추구의 연속은 외로운 타향살이와도 같은 것이었다. 그리고 나의 귀향은 이러한 그간의 과정과 소소한 성과를 추슬러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나를 낳고 키워준 남도에 대한 귀향 보고와도 같은 것이다.   

 

예향(藝鄕)의 본산을 자부하는 진도에서의 출생은 나의 삶과 예술에 있어 가장 근본적인 것들을 결정하였다. 절절한 남도의 소리와 품격 있는 서화, 그리고 또다른 남도만의 멋은 나의 예술을 잉태시켜 준 태생적인 조건이었다. 남농(南農) 허건(許楗)선생, 도촌(稻邨) 신영복(辛永卜)선생과 같은 훌륭한 스승을 모실 수 있었던 것은 커다란 행운이었다. 전통적인 남종화의 학습에서 시작하여 서울로 올라가 작가로서 입문하여 활동할 수 있었음은 이분들의 은혜에 힘입은 바 크다. 더불어 전통의 그늘에서 스승의 그림자에 머무르지 않고 미력하나마 부단히 개성과 독자성을 추구하며 작업을 일관한 것 역시 이분들의 훈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모든 예술은 음악적인 조화를 지향한다고 한다. 소리를 가까이 하고 쉬이 흥이 오르는 천성은 나의 예술을 견인하는 근본적인 것이다. 때에 따라서는 맺고 끊음이 분명하고, 또 경우에 따라서는 진득하고 눅진하여 감칠맛이 나는 그림, 자극적이고 세련된 것 보다는 질박하지만 따뜻함을 표출할 수 있는 그림이 나의 추구였다. 같은 소리라도 어제의 것과 오늘의 것이 다르듯이 전통적인 소재의 해석과 변주를 통해 내 소리를 찾고 싶었으며, 다른 이의 장단이 아닌 나만의 운율로 나를 표현하고자 하였다. 그것이 때로는 산수로, 문인화로 또 경우에 따라서는 이질적인 재료로 표출되기도 하였지만 나의 지향은 언제나 일관된 것이었다.

 

비록 부단한 변신과 변모를 거쳐 오늘에 이르고 있지만, 나의 작업과 예술은 온전히 남도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것은 내 몸과 마음속에 담겨있는 남도의 풍광과 소리, 그리고 맛과 멋의 흥취를 색과 모양으로 채집하고 기록하며 확인하는 것이다. 스승은 떠나신지 오래고 제자는 어느새 연만한 나이가 되었다. 어쩌면 지금이 바로 눈앞에 아른거리는 세상에서 벗어나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울리는 북 장단과도 같은 본질을 마주하며 나만의 신명을 표출해 낼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그것은 나의 오랜 삶과 예술에 있어 일관하였던 추구이자 귀향의 이유일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나의 순례는 여전히 진행 중이며, 나의 가락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나의 신명은 아직도 흥겹다.

 여러모로 어려운 때이지만 어김없이 또 봄입니다. 타고난 흥을 못이겨 겨우내 붓을 들었습니다. 문득 눈앞의 꽃이 곱기도 합니다. 이미 북소리는 아득하고 꽃은 지고 있지만 새삼 흘러간 소리에 장단을 맞추고 떨어진 꽃들을 보며 지난 시절을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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